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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뜻한 선인장 Mar 22. 2021

델리에서 릭샤를 타는데 흥정하기 싫다면

다시 시작하는 혼자만의 인도 여행


인도에 오기 전, 내가 하고 싶은 가장 큰 세 가지가 있었다. 첫째는 바라나시에서 라씨를 마시며 시체 바라보기. 두 번째는 비틀스가 머무르며 요가와 명상을 했다는 리쉬케시에서 머물기. 그리고 세 번째는 달라이 라마와 티베트 난민들이 살고 있다는 작은 티베트, 다람살라에 다녀오기였다. 그리고 어느새 그 인도 여행 계획 3가지 중 하나가 막을 내렸다. 생각보다 무덤덤하게 라씨를 마시며 시체를 봤으니, 이제 비틀스의 일 년이라는 시간이 녹아있는 그곳, 리쉬케시에 간다.


첫 번째 여행의 목표가 끝났다는 의미는 그동안 함께 했던 배낭여행 일행들과도 작별의 시간이 다가왔음을 의미했다. 열흘 동안의 첫 인도에서의 시간을 함께 보낸 언니 오빠들. 의도치 않게 무척이나 가까워졌고, 거의 모든 일정을 함께 하게 되었고, 덕분에 그동안 내 안에 꼬여있던 마음가짐이나 두려움의 일부를 내려놓게 되는 경험들을 하게 되었다. 우리는 여행의 가장 처음 함께 떠났던 뉴델리 역에 다시 도착했고, 그 앞에서 개운한 마음으로 인도에서의 마지막 단체 사진을 찍었다.


인도의 첫날밤, 꿈처럼 잠시 눈을 붙였다 떠났던 여행자들의 거리 빠하르 간즈에서 우리는 함께 시원한 단물 음료수로 회포를 풀었다. 나는 이제 혼자서 리시케시로, 나머지 분들은 공항에서 이제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가는 시간. 지금까지는 머리, 몸 쓸 이유 하나 없이 너무나 커다란 배려를 받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정말 이제부터는 혼자 이 인도에서 여행길을 떠나야 되는 순간이 다가오자 일행들의 빈자리가 훨씬 크게 느껴질 것 같았다. 언니 오빠들 덕분에 정말 아픈 것과는 별개로 나약했던 마음을 분간하고 추스를 수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일행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한국에서의 재회를 기약하며 카페 문을 나섰다.


드디어 시작된 나만의 여행. 머릿속엔 여전히 뇌출혈이라는 단어가 떠나지 않지만 정신만 똑바로 차리면 된다. 아자! 할 수 있어!!! 그렇게 문을 박차고 나선 나는 지도를 펼쳤다. 지금 내가 가야 할 곳은 바로 인도의 유명한 대학 중 한 곳인 네루대학교의 기숙사다. 원래 이번 인도 여행의 가장 큰 목적지는 세 곳이었지만, 그 중간에 델리에서 나는 오래전 친구 한 명을 만나기로 했다.


일단 목적지는 정해졌는데, 어떻게 그곳에 가야 하는지 막막했다. 지금껏 오냐오냐 이미 정해지고 준비된 차편과 예약표들로 흥정 하나 없이 가고 싶은 곳을 어디든 갔는데, 이제는 정말 어디를 가야 하는지 방향을 살피고, 교통편을 찾고 잡고 타는 것까지 모두 스스로 해야 했다. 날씨는 너무 덥고, 일주일간의 여행으로 기력은 없고, 정신없는 릭샤와 기사들 사이에서 흥정하고 싶은 마음이 일도 없었다. 잠시 고민하다 생판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네루'대학을 찾기 위해 내가 택한 방법은 바로 델리의 지하철이었다.



델리의 지하철 노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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