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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뜻한 선인장 Apr 09. 2021

안녕 나의 작은 티베트, 맥그로드 간즈

티베트 사람들과 함께 하는 뜻깊은 여행 만들기

하얀 설산을 배경으로 알록달록 티베트 국기가 펄럭인다. 이제 내일이면 맥간을 떠난다. 나는 모레면 비행기를 타고 한국에 도착할 테고 곤이는 지금보다 조금 더 북쪽에 위치한 마날리로 이동, 마사는 한 달 정도 더 맥간에 머물 예정이다.


"마사. 우리 둘 다 떠나면 여기서 뭐할 거야?"


"하고 싶은 거야 많지. 벌써 정보들은 다 알아놨어. 스님들이 운영하시는 티베트 어학교 다니면서 티베트 어린이들에게 티베트어를 다시 가르쳐줄 거야. 나중엔 비파사나 명상을 하는 센터에 들어가서 명상도 할 거고. 그리고 네가 괜찮다면 가기 전에 도와줘야 할 게 하나 있어."


"응? 내가? 도움이 된다면야 :)"


"여기 오기 전에 들었는데 맥간에 한국인이 운영하는 보육원이 있다고 들었어. 거기서 자원봉사를 할 수 있다고 들었는데 아무래도 네가 한국사람이니까 훨씬 찾기 쉽지 않을까? 괜찮으면 나랑 거기 센터 좀 같이 찾아줄래?"


"정말? 물론이지."


아픈 몸으로 떠나왔기에 다른 정보를 찾을 정신은 없었지만, 마사의 의미 있는 여행 계획을 듣고 있으니 내심 부끄러웠다. 물론 펑펑 놀고먹는 여행을 한 것은 아니었지만 한국분들이 이 먼 타지까지 오셔서 좋은 일을 하고 계시는데, 외국 사람들도 알고 있는 정보를 나는 정작 모르고 있었다니.. 창피해.





그렇게 마사와 함께 간 카페 안에서 'Free Tibet' 비즈 팔찌를 파시는 아주머니와 마주쳤다. 수익의 일부는 티베트 어린이들이 공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카페. 작은 산골마을인 맥간을 조금만 둘러본다면 소소하지만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영역에서 티베트의 자유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따뜻한 사람들의 마음을 쉽게 엿볼 수 있다. 마사를 통해 알게 된 한국 사람들이 지원하는 단체의 이름은 '록빠', 티베트어로 '친구, 돕는 이'라는 뜻이다.


"록빠는 단순 자선 단체가 아닌 티베트 난민들로부터 시작하는 자립을 지원하는 시민 단체로 인도 다람살라 티베트 난민촌을 근거지로 삼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티베트 난민의 현실을 알리고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 내어 같은 아픔을 겪었던 한국과 티베트 난민 사회의 건강한 다리가 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일하는 가정을 위한 <무료 탁아 시설-록빠 탁아소>를 중심으로 티베트인 스스로 티베트 난민 사회를 돕자는 ‘1루피 프로젝트’ , 자립을 위한 힘찬 발걸음인 ‘록빠 바자회’를 비롯해 티베트 난민들과 함께 하는 크고 작은 프로젝트를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록빠 1호 카페는 인도 맥그로드 간즈에, 록빠 2호 카페는 우리나라 종로구 '사직동, 그 가게'라는 이름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그렇게 카페를 더불어 탁아소 그리고 어린이 도서관까지 우리나라와 티베트 사람들, 그리고 외국인 여행객들이 어우러져'록빠'처럼 서로서로 도와가며 활동하고 있었다.


우리가 찾아간 날, 카페엔 티베트 사람들과 외국인 봉사자, 그리고 한국인까지 작은 지구처럼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카페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 한국인 활동가 분은 다음 달 진짜 티베트로 떠난다고 했지만, 중국 영토 안에 있는 티베트의 상황은 분신 사태 이후 더욱 경직되고 있단다. 포틸라 궁과 사원뿐만 아니라 거리마다 CCTV로 중국 당국에 의해 감시당하고 외국인 관광객의 출입도 인원과 기간을 제한하여 갈 수 있는지 확신할 순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하지만 중국의 자치구로써 너무나 커다란 대륙의 힘도 현실이지만, 맥그로드 간즈에서 행해지는 지구별 사람들의 소소한 선행도 현실이다. 카페와 보육원, 어린이 도서관에서 티베트의 자유를 위해 즐겁게 자원봉사를 하는 봉사자들을 보며 그래도 희망을 느껴다. 보육원의 경우, 아이들의 안정을 위해 3주 이상 봉사가 가능한 사람들을 뽑는 제한이 있었지만 맥간을 여행하실 분들이라면 활동 리스트에 꼭 추가하시길 강추한다.




마사와 록빠를 다녀온 뒤 매일 밤 티베트의 자유를 간절히 염원하는 마음으로 촛불기도를 드리는 남걀 사원을 다시 찾아갔다. 그 옆에 현재 중국 영토 안에 있는 티베트 자치구에서 인도의 다람살라까지의 망명 과정과 역사가 담긴 티베트 박물관도 돌아봤다. 달라이 라마님을 직접 뵙진 못했지만 사원 내에 있는 작은 도서관에 꽂힌 그의 책을 보는 것만으로도 중국과 인도를 넘어선 티베트의 향기를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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