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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뜻한 선인장 Apr 16. 2021

델리로 향하는 마지막 투어리스트 버스

공든 탑이 쉽게 무너질 수도 있다

인도 여행에서 마지막으로 타게 될 장거리 교통수단, 맥그로드 간즈에서 델리까지 가는 버스. 그동안은 현지 사람들만 타는 로컬버스를 탔었는데 마지막은 조금 특별하게 투어리스트 버스를 타보기로 했다. 확실히 투어리스트 버스다. 인도에 있었지만 그동안 버스에선 한 번도 보지 못한 외국인들이 인도 사람들보다 더 많다. 괜히 혹시나 아는 사람이 타진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버스 안을 두리번 거려봤지만 역시 아무도 없다.

가만히 버스가 출발할 것을 기다리는데 내 옆자리에 사람이 앉았다. 말끔하게 생긴 외국사람. 보통 버스를 타면 물건들을 조심하라는 말을 귀가 닳도록 들었기에, 사람들을 봐도 의도치 않게 경계부터 하게 되는데 내 옆에 앉은 사람은 그런 경고도 아랑곳하지 않고 애플폰에 아이패드, 한동안 보지 못했던 물건들을 꺼내놓고 일을 한다. 어쩌다가 한두 마디 이야기를 나누는데 영국에서 온 청년이었다. 인도인 직장상사와 일 때문에 맥간에 왔다가 델리에 가는 길이라고. 몇 마디 나누는데 갑자기 어디선가 눈빛이 느껴졌다.

맞은편 앞자리에 앉은 여자분, 청년이 말했던 그 인도인 상사분이셨다. 버스도 출발하고 마지막까지 맥간의 모습을 놓치지 않으려고 창문에 붙어 사진을 찍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버스가 주유소에 멈춘다. 몇몇은 밖으로 나가 스트레칭을 하고 어떤 사람들은 이미 잠을 청하고 있는 버스 안, 나는 가만히 앉아 이제껏 찍은 사진들을 하나 둘 보고 있는데 갑자기 누가 말을 걸어왔다.

"저기요. 죄송하지만 혹시 저랑 자리 좀 바꿔주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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