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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뜻한 선인장 Apr 08. 2021

맥그로드 간즈에서 스님을 만나다

나의 꾸밈없는 질문 리스트와 스님과의 즉문즉답

인도에 와서 처음, 이젠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두가 말리는데도 굳이 인도에 가겠다고 집을 나선지도 어느새 한 달이 지났다. 그렇게 말려도 가고 싶던 그 마음이 이젠 아무 미련도 없다고 집에 가자고 한다. 내 마음인데.. 내 마음인데도 잘 모르겠다;) 이제 한국으로 돌아가는 생각을 하니, 보고 싶은 사람들 얼굴이 하나 둘 떠올랐다. 무슨 선물을 사갈까 싶어 혼자서 맥간 거리를 돌아보기로 했다.


기념품들을 둘러보러 나섰다가 또 동네 구경으로 변해가던 도중, 내 시선을 끈 장식품 하나가 있었다. 뭘로 만든 코끼리인데 이리 예쁠까. 한참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 문득 옆을 보는데 어떤 스님 한 분도 나처럼 무언가를 쳐다보고 계시는 걸 발견했다. 순간, 느낌이 왔다.


'분명 한국분인 게 틀림없어.'


달라이라마가 계신 곳이고 티베트 불교 사원도 있는 그곳에 가면 왠지 꼭 스님과 대화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길 것 같은 느낌이 있었다. 한국에서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지만 한국에 있을 때는 아무래도 나의 발걸음은 절보다는 교회로 향하고, 스님보다는 수녀님이나 목사님과 더 가까운 환경에 있었다. 그래서 스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면 어떨까 어렴풋이 상상만 해본 적이 있었다. 도대체 스님들은 어떤 대화를 하실까, 어떤 이야기를 해주실까 하는 궁금증, 환상? 궁금하면 못 참는 성격은 여전한 건지, 기회는 결국 스스로 만드는 거라고 앞뒤 안재고 또 바로 인사를 드렸다.


"안녕하세요 스님, 혹시 한국분이신가요?"

"안녕하세요"


반가운 우리말 인사 '안녕하세요'. 서로 웃는다.


"스님께서도 기념품 고르시나 봐요. 저도 이제 곧 한국으로 돌아가서 구경은 하고 있는데 딱히 마음에 드는 게 없네요. 스님께선 어떻게 여기 오셨어요?"


그 조그마한 골동품 가게 안에서, 그 짧은 시간 동안 스님께 이것저것 뭘 그리 여쭤본 것인지. 사실 딱히 무슨 할 말씀이 있는 것도 아니었는데 그냥 스님과 대화를 나눠보고 싶다는 마음에 정리되지 않은 질문들을 던지다가 넌지시 여쭤보았다.


"스님. 괜찮으시면 스님과 함께 차 한 잔이라도 하고 싶은데 어떠세요?"


인자하신 스님은 길 잃은 중생을 그렇게 받아주셨다.


"골목을 돌아다니다가 마음에 드는 카페가 하나 있었는데 거기로 가서 잠깐이라도 차 마실 까요?"


"네. 네. 네네네! 좋아요. 스님:))"


날씨가 좋아 길 아래, 저 밑에 다람살라 마을도 보이는 화창한 오후.


"스님은 원래 스님이셨어요? 언제부터 스님이셨어요? 왜요?"


이 몹쓸 저렴한 궁금증. 가볍게 느낀다면 한없이 가볍고 무겁다면 한없이 무거울 수 있는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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