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꾸밈없는 질문 리스트와 스님과의 즉문즉답
인도에 와서 처음, 이젠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두가 말리는데도 굳이 인도에 가겠다고 집을 나선지도 어느새 한 달이 지났다. 그렇게 말려도 가고 싶던 그 마음이 이젠 아무 미련도 없다고 집에 가자고 한다. 내 마음인데.. 내 마음인데도 잘 모르겠다;) 이제 한국으로 돌아가는 생각을 하니, 보고 싶은 사람들 얼굴이 하나 둘 떠올랐다. 무슨 선물을 사갈까 싶어 혼자서 맥간 거리를 돌아보기로 했다.
기념품들을 둘러보러 나섰다가 또 동네 구경으로 변해가던 도중, 내 시선을 끈 장식품 하나가 있었다. 뭘로 만든 코끼리인데 이리 예쁠까. 한참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 문득 옆을 보는데 어떤 스님 한 분도 나처럼 무언가를 쳐다보고 계시는 걸 발견했다. 순간, 느낌이 왔다.
'분명 한국분인 게 틀림없어.'
달라이라마가 계신 곳이고 티베트 불교 사원도 있는 그곳에 가면 왠지 꼭 스님과 대화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길 것 같은 느낌이 있었다. 한국에서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지만 한국에 있을 때는 아무래도 나의 발걸음은 절보다는 교회로 향하고, 스님보다는 수녀님이나 목사님과 더 가까운 환경에 있었다. 그래서 스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면 어떨까 어렴풋이 상상만 해본 적이 있었다. 도대체 스님들은 어떤 대화를 하실까, 어떤 이야기를 해주실까 하는 궁금증, 환상? 궁금하면 못 참는 성격은 여전한 건지, 기회는 결국 스스로 만드는 거라고 앞뒤 안재고 또 바로 인사를 드렸다.
"안녕하세요 스님, 혹시 한국분이신가요?"
"안녕하세요"
반가운 우리말 인사 '안녕하세요'. 서로 웃는다.
"스님께서도 기념품 고르시나 봐요. 저도 이제 곧 한국으로 돌아가서 구경은 하고 있는데 딱히 마음에 드는 게 없네요. 스님께선 어떻게 여기 오셨어요?"
그 조그마한 골동품 가게 안에서, 그 짧은 시간 동안 스님께 이것저것 뭘 그리 여쭤본 것인지. 사실 딱히 무슨 할 말씀이 있는 것도 아니었는데 그냥 스님과 대화를 나눠보고 싶다는 마음에 정리되지 않은 질문들을 던지다가 넌지시 여쭤보았다.
"스님. 괜찮으시면 스님과 함께 차 한 잔이라도 하고 싶은데 어떠세요?"
인자하신 스님은 길 잃은 중생을 그렇게 받아주셨다.
"골목을 돌아다니다가 마음에 드는 카페가 하나 있었는데 거기로 가서 잠깐이라도 차 마실 까요?"
"네. 네. 네네네! 좋아요. 스님:))"
날씨가 좋아 길 아래, 저 밑에 다람살라 마을도 보이는 화창한 오후.
"스님은 원래 스님이셨어요? 언제부터 스님이셨어요? 왜요?"
이 몹쓸 저렴한 궁금증. 가볍게 느낀다면 한없이 가볍고 무겁다면 한없이 무거울 수 있는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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