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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뜻한 선인장 Jun 05. 2022

처음 탔던 국제선 비행기를 기억하나요?

스무 시간의 세계여행


아직 비행기가 출발하려면 몇 시간이 남았지만 홍콩 면세점도 패스다. 나에겐 아시아나 스튜디어스 언니가 내 손에 꼭 쥐어준 6개의 튜브 고추장이 있었으니까. 인천인지 홍콩인지, 늦은 밤 공항 안에만 있으니 구분이 되지 않았다. 작은 의자에 앉아 꾸벅거리다 어느새 탑승시간이 되었다.


요하네스버그행 케세이퍼시픽 비행기. 인천에서 케이프타운까지 2번의 환승과 3대의 비행기를 갈아타는 이번 비행 일정 중 가장 오랜 시간타는 가장 큰 비행기였다. 홍콩시간으로 밤 11시 정도에 출발해서 요하네스버그에 현지시각으로 아침 7시 정도에 도착이다. 거의 14시간의 비행시간. 비행기를 타려고 한 명, 두 명 줄을 서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늘어날수록 실감이 난다. 드디어 내가 아프리카에 가는구나.


인천발 홍콩행 비행기에서는 흑인들이 손에 꼽히더니 이번 비행기엔 나와 같은 동양인이 손에 꼽힌다. 탑승객들의 피부색이 내가 지금껏 봐온 사람들 중에 가장 다양한 것 같았다. 동양인, 백인, 인도인, 흑인, 남미인 등등, 크게만 보이던 비행기였건만 웬만한 지구인 모두가 탑승한 비행기 치고는 작게 느껴졌다. 어린 시절 티브이로만 보던 세상은 한국인 아니면 백인들이 대부분인 것 같았는데, 세상의 인구는 보이는 대로만 존재하진 않다는 것을 처음 두 눈으로 목격한 것 같았다.


시커먼 어둠을 가르고 이 커다란 몸뚱이를 가진 비행기가 하늘로 둥실 떠오른다. 어떤 물체든 중력을 거스르며 하늘에 떠오른다는 것 자체가 대부분 경이로운 일 같았지만, 이 비행기는 정말이지 비행기 한 대라는 말보다 비행선, 배 한 척이 떠오르는 것처럼 컸고 그래서 더 신기했다.

 

이 큰 비행선이 하늘 위를 떠오르고 나니 비행기 안의 작은 지구가 보였다. 피부색, 인종들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한국에서만 살면, 그것도 작은 도시에서만 쭉 살아온 나에겐 피부색 역시 크레파스의 색처럼 피상적인 색으로만 존재했었다. 그런데 지금 세상의 다양한 피부색이라는 카테고리 안에 내가 처음으로  나타난 것 같았다. 이래서 나를 지구촌 기준에는 황인종에 포함시켰구나. 그래서 세상에 ‘살색’이라는 컬러는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가지였구나.


피부색만이 아니다. 사이즈도 마찬가지였다. 가장  비행기 중에 하나라곤 하지만 지구촌 사람들을 모두 담기엔 너무 규격화된 의자 사이즈. 사실 비행기를 처음 타봤으니 모든 상황들이 처음이긴 했지만 한국에선 아주 가끔 볼까말까 싶은 장면 오늘 처음  비행기에선 벌써  번이나 발견되었다. 의자가 너무 작아서 앉을  없다니. 비행기 안에서 살짝 마주친 사람들만으로도 이렇게 다른 세상 같은데, 실제 아프리카는, 케이프타운은 어떤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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