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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뜻한 선인장 Jun 12. 2022

홈스테이 할머니의 결혼사진

내가 생각하던 아프리카, 내가 몰랐던 아프리카

비행기가 숙소가  수도 있다는 것을  비행부터 알아버렸다. 한국에서 남아공까지 가려면 적어도 1 또는 밤에 출국하면 2박도 가능한데 나는 이보다  멀리 가는 사람은 없겠지 하는 순간  멀리 날아가시는 분들과 마주했다. 케이프타운 공항의 출국과 환승을 나누는 갈림길에서 그때서야 눈에 띈 한국분들이 계셨다.


“케이프타운으로 안 나가세요? 어디까지 가세요??”


도대체 어디까지 가시는 걸까. 한국인으로 보이는 아저씨 두 분이 환승통로로 가신다.


“브라질 리우 데 자네이루까지 갑니다:)”

“우와. 그럼 며칠 동안 비행기를 타시는 거예요? 왜 이렇게 돌아가세요? 반대로 가시는 게 더 빠르지 않으세요?”

“원래 한국에서 미국으로 넘어가서 남미로 내려가는 게 더 가까운데 미국 비자를 못 받아서 돌아가요^^;”  


무슨 잠깐 지나치는 건데 비자를 받아야 하는 걸까. 20시간을 거뜬히 넘은 비행을 했음에도 막상 30시간이 넘게 비행기를 탄다고 생각하니 아찔해졌다. 한국인이라곤 나밖에 없다고 생각한 이곳에서 한국 분들을 만나 반가워서 인사도 먼저 드린 건데.. 남아공으로 나서는 나만큼이나 괜히 걱정이 되어서 정말 조심히 안녕히 가시라고 인사를 드리고 출국장으로 성큼성큼 나섰다. 생각보다 작은 공항. 눈에 불을 켜고 마중 나오신다는 그분을 찾았다.

 

케이프타운에 오기 , 어학원 대행사와 계약을  내용은 이렇다. 수많은 어학연수 대행사에서 홍보하듯 비자와 비행기 티켓, 공항 픽업, 어학원, 그리고  달의 홈스테이를 계약했다. 내가 12시간 2교대씩 열심히 공장에서 초록색 네모난 판때기를 돋보기로 쳐다보고, 옷가게에서 비가 오나 해가 뜨나 옷을 접고 파는 동안, 대행사에서는 내가 손끝 하나 건드리지 않고도 지구 정반대편에 있는 케이프타운에서 누군가가 나를 공항까지 마중 나오실  있도록 조정해주었다.


케이프타운 공항의 그날  시간,  장소에서 한국어라고는 그분이 들고 계신 종이밖에 없었던  같다. 처음 뵈었지만 너무나 감사하고 반가워서 인사를 꾸벅했다. 고작 이틀이 지났을 뿐인데 우리나라 말이  달콤하게 들렸다.  몸만  가방을 들고 있는 내가 안쓰러워 보였는지 선생님께선 먼저  짐부터 들어주셨다.

 

공항을 빠져나와 차로 홈스테이까지 가는 길에 선생님께서 자기소개를 해주셨다. 선생님께서는 남아공으로 이민 오신지 5 정도 되셨는데 한국의 단체와 인연이 되어 남아공 현지 지부장 성격의 역할을 맡고 계신다고 하셨다. 한국에서 오는 학생들을 이렇게 마중해주시고, 여기서 지내다가 혹시 어려운 일이 생기거나 비상시에 연락을 드릴  있는 그런 분이시라고 했다. 좋은 분이시라는 이다.


짐을 차에 싣고 출발한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깨끗하고 선명하다. 첫인상이지만 정말 자연이 건강한 느낌이다. 하늘도 선명하고 바다도 파랗고 흙은 정말 갈색이고 우리나라의 산에는 소나무가 많은데 여긴 처음 보는 나무와 식물들이 많다.  정리된 도로에 가로등도 정갈하게 놓여있고 차들도 많고 고가도로도 있는 것이 한국의 일상 풍경들과 비슷한 것을  것뿐인데 내가 아프리카에 대한 환상이 심했던 것 같.


그럼에도 내가 상상했던  중에 비슷한 하나는 있었다. 공항 근처, 도심에서는 한참 벗어난 듯한 황량한 터에 티브이에서 보던 판자촌들이 덕지덕지 모여 있는 곳이 눈에 띄었다. 지부장님께서 ‘타운쉽(Township)'이라고 알려주셨다. 그렇게 보이는  하나하나에 반응하고 신기하고 두근거리던 풍경들 궁금해서 이것저것 많이도 여쭤보면서, 앞으로 아프리카 생활이 어떻게 펼쳐질지 너무 떨려 기억은 나지 않던 짧은 시간이었다.


어느새 홈스테이  앞에 도착했다. 케이프타운의 도심을 지나 우리는 케이프타운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주택지로 들어섰고, 담장이 낮은 아기자기한 집들  하나로 지부장님께서 들어가셨다. 이윽고 하얀 은발 머리카락이 인상적이신 할머니께서 반겨주셨다. 괜스레  발짝 물러서 기다리는데 지부장님이 할머니께  부탁드린다고 말씀을 드리시는  . 불안해하는  모습이 보이셨는지 지부장님께선 괜찮을 거라고, 할머니께서 알겠다고 말씀하셨으니까  지내라고 안심시켜주시곤 다시 차로 가셨다. 조그마한  앞으로 나가서 정말 감사드린다고,  연락드리겠다고 인사를 꾸벅하고 집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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