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따뜻한 선인장 Jul 04. 2022

브라이 그릴에 남아공 와인 한 잔?

케이프타운 어학원 친구들의 파티

며칠 만에 돌아온 어학원. 친구들이 나에게 왜 그동안 소식도 없고, 학원도 오지 않았는지 물었다.


“일이 있었어. 집이 털렸었거든.”


애들 눈이 돌아. 그렇지 않아도  눈들이  커질 수도 있구나. 아이들은 내 근황에, 나는 아이들 반응에 서로 란 듯 했.


“괜찮아? 다친 곳은 없고? 왜 털린 거야? 범인은 잡았어?”


다들 남아공이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직접 털린 사람이 친구인 적은 없었던  . 설명하자면 길어지고, 이미 잃어버린 들을 말해봤자 달라지는 것도 없고, 그래서   마디 했다.


“남아공에서 잃어버렸다는 것은 그냥 못 찾는다는 소리야. 나는 잃어버리게 되었는데, 암튼 너네도 이제 막 와서 들뜨지만 말고 진짜 조심해.”


유치원생이랑 초등학교 1학년 생이 다르다고, 어느새 나보다 1, 2 늦게 남아공에  친구들이 생기면서 내가 나름  말이 생겼나 보다. 그렇다고 해도 나는 나와 비슷한 시기에  사람들보다, 심지어는 나보다 훨씬 먼저  사람들보다사건사고를  많이 겪은  같았. 그래서 나를 아는 사람들은 거미에 물린 것도 모자라 집까지 털린 나를 무척 안타깝게 생각하는 듯했다.


거미에 물렸을 때는 후유증이  2 정도 있었다면, 그것도 경험인지  털린 후유증을 털어버리는 데는 3 밖에 걸리지 않았. 잃어버린 것은 잃어버린대로, 사람을 믿는 것은 믿는 대로 마음을 우자라고 생각 하니 나는 다시 평소의 활달한 나로 돌아온 듯했고, 이런 일들을 겪고도 저렇게 해맑을  있다니 싶은 친구들은 나를  끌고 다니기 시작했다.


어학원에는 매주  세계에서 유학생들이 날아오곤 했는데 어떤 날은 새로운 학생이 한 명도 없을 때도 있었지만 어떤 날은 그들이 사는 나라의 방학시즌이나 휴가일수에 맞게  이나  , 더 길게는  달도 머무는 친구들이 오곤 했. 내가 케이프타운에서  번째 을 보내던 즈음에 두 달동안 지낼 스위스와 이탈리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온 친구들이 우리 반에 들어오게 되면서 나는 그들과 부쩍 친해졌다.


먼저 가장 어리지만 가장 화려한 겉모습을  핫산이라는 친구가 있었는데,  친구는 어학원에는 확실히 놀러  것이 분명한 아이였다. 학원에 오긴 왔는데 늦게 왔고, 그것도 전날  빠졌던 숙취를 해소, 새로운 파티를 구성하러 겸사겸사 오는  같았다.


그가 나에게 18살이라고 했을 , 석유국 사람들은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석유부자의 이미지를   때부터 가질  있나 놀라웠다. 그런데 그를 나이보다  많게 보이게 하는 것은 단순히 그의 짙은 수염만이 아닌  같았다. 바로 그의 번쩍이는 장신구때문이었을 것이. 그는 목걸이, 귀걸이, 팔찌 등등 내가 알고 있는 걸이란 걸이들은 모두 몸에 걸치고 있었는데 어찌나 반짝이고 화려한지 가끔씩 들었던 미국 래퍼들의 자켓 앨범이나 뮤직비디오를 떠올리게 했다. 하루는  이상 화려할 수도 없을  같은 장신구를 한층  업그레이드해서 왔길래, 궁금해서 물었다.


아니, 나는 장신구가 없기도 하지만 그렇게 차고 다니면 위험하다고 해서 아예 목걸이 같은 건 하지도 않고, 옷도 핸드폰도 최대한 후줄근한 걸로 가지고 다니는데, 심지어는 그래도 털리는데 너는  무서워?”


핫산은 능글맞게 웃으며 말했다.


“잃어버리면 또 사면되지. 그리고 아주 화려하면 아예 건들지 않아.”


발상의 전환이었다. 나도 차라리 과하게 하고 다닐까 순간 생각했지만 그건 핫산이라 가능했던 일이. 이쯤 되니  스무 살도 되지 않은 청년이 어떻게 이런 무한한 부를 갖게 는지 궁금해졌.


“혹시 무례한 질문이 아니라면 한 가지 궁금한 게 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넌 아직 스무 살도 되지 않았는데 어떻게 이렇게 부자야?”


아무 문제가  것이 없다는  그는 쿨하게 했다.


“아버지가 사업을 하시거든.”


“무슨 사업? 석유?”


“아니,



이전 21화 남아공에서 잃어버렸다는 것은 다시 못찾는다는 의미야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