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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뜻한 선인장 Aug 27. 2022

에미넴 랩에 맞춰 보드게임 하며 맥주를 마시는 시댁

'편하게 지내요'의 독일 시댁 편

결혼식날이 있기 전까지 남편의 가족들을 본 적은 딱 한 번 있었다. 남편이 결혼을 한다고 말을 했고, 그다음에 둘이 정식으로 찾아뵀으니 어찌 보면 결혼을 허락받으러 간 것이 아니라 알려드리러 간 셈이었다. 직접 얼굴을 보기 전까지 나는 어머니의 사진만 우연히 봤었다. 남편이 이사를 하면서 들고 온 사진이 한 장 있었는데 그게 어릴 적 남편과 어머니가 함께 찍은 사진이었다.


사진 속 어머니는 인스타그램에서 가끔 잘생긴 남자 연예인들의 흑백사진들을 모아놓고 왠지 할머니의 오랜 서랍 속 첫사랑 흑백사진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서른 무렵의 시어머니는 정말이지 왠지 할아버지의 오랜 서랍 속에 있을 것 같은 첫사랑의 흑백사진처럼 아름다웠다. 저런 외모와 생김새의 여인이 내 시어머니가 될 사람이라니. 무슨 동화 속에 들어 있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궁금증과 긴장감을 가지고 부모님을 처음 찾아뵈었을 때, 나는 독일에 도착하고 딱 2달이 지난 상황이었으니 독일어를 하나도 하지 못했고, 부모님은 영어를 하지 못하셔서 소통이 어려웠다. 서른이 다 되어 키워온 아들이 갑자기 결혼을 하겠다고 데려온 여자가 저기 저 먼 나라 한국이라는 곳에서 왔다는데 아마 우리 부모님만큼이나 남편의 부모님도 놀라웠을 것이다. 뭔가 궁금하고 묻고 싶은 말도 많으셨겠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우리는 속시원히 대화를 할 순 없었고, 그나마 나와 부모님의 통역을 할 수 있던 사람들이 바로 남편과 동생이었다.


시어머니는 참 특별한 출산 경험을 갖고 계신 것 같았는데 아주 빠른 출산과 늦은 노산의 경험을 모두 갖고 계셨다는 것이다. 사진 속에서의 모습이 지금의 내 나이 즈음이셨을 것 같은데, 그때 남편은 벌써 10살 남짓 되어 있었다. 그래서 실제로 뵈었을 때도 너무 젊게 느껴져서 어머니라는 말보다는 오히려 이모라 부르는 것이 더 맞지 않을까라는 느낌이 들었었다.


물론 시아버지도 무척 젊으시다. 이 말을 꼭 넣는 이유는 아직 양가 부모님들이 서로 뵙지 못한 상태에서 처음 우리 가족들이 남편의 가족 사진을 봤을때 모두가 어머니가 엄청 젊어보이시고 아름답다고 했기 때문이다. 그 말을 그대로 어머니께 전해드렸는데 뒤에서 시아버지가 혼자서 조용히 투덜대시는 목소리가 기억났다.


“내가 너네 시어머니보다 한 살 더 어린데. 나는 아무도 젊다고 말을 해주지 않네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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