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뮤어 트레일 종주기 - Day 3
출발: Crabtree Meadow
도착: Guitar lake
총 거리: 4.35 km
누적 거리: 38.15 km
이날은 엄청 조금 걸었는데 이유가 있다. 우선 처음 이틀을 예정보다 더 많이 걸어서 이미 원래 계획한 Guitar Lake까지 거리가 얼마 안남아있었다. 그럼 왜 Guitar Lake에서 더 가지 않았느냐? 여기가 휘트니 산에 올라가기 전에 텐트 칠 수 있는 마지막 장소이기 때문이다. 휘트니 산은 오밤중에 출발해서 해가 뜰 때 즈음 정상에 도착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그래서 나는 이날 일찍 휴식을 취하고 밤에 일어나서 휘트니에 갈 심산으로 여기서 멈췄다. 휘트니 산은 넘어가는 게 아니라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오는 식이다. PCT에는 사실 휘트니가 포함되어 있지 않지만 미대륙에서 가장 높은 곳이니 (알래스카 제외) 다들 올라갔다 온다.
Guitar Lake는 말 그대로 기타 모양으로 생긴 호수여서 이름이 붙여졌다. 바로 옆에서 보면 잘 모르는데 다음날 휘트니 산에서 내려오다 보니까 정말 기타 모양이다. 올라갈 때는 오밤중이라 보이질 않았다.
보세요. 제 옷 정말 하얗지 않나요?ㅋㅋ PCT 애들이 놀릴만 했다. 이 등산복 상의는 완전 에러였는데 목 부분이 보호가 안돼서 어마어마하게 탔다. 앞으로는 셔츠처럼 목이 보호되는 걸 입어야지.
일단 여기다 텐트치고 한 오후 5시쯤 잠들었다가 새벽 1시정도부터 휘트니에 올라가기로 계획했다. 이렇게 오밤중에 올라가야하는 이유는 눈 때문이다. 정말 온 사방이 눈밭이다. 특히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길이 완전 비탈길이 되는데, 문제는 해가 뜨기 시작하면 눈이 녹아서 발이 푹푹 빠진다. 그러면 눈 밑에 뭐가 있을 지 모르니까 발을 삘 수도 있고 더 위험한 건 굴러 떨어질 수도 있다. 경사가 정말 심해서 까딱 잘못하다가는 정말 데굴데굴 굴러 떨어져 죽을 것 같았다. 그리고 발이 푹푹 빠지면 걷는 데 시간이 훨씬 많이 걸리고 훨씬 체력 소모가 크다. 그래서 대체로 정상에 갔을 때 즈음 해가 뜨고 아주 늦어도 오전 11시정도까지는 다시 Guitar Lake로 돌아 오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휘트니는 왕복 약 15키로 정도 되는데 거리 상으로 먼 건 아니지만, 고도가 높은 곳에서는 거리가 얼마 남았다는 건 정말 아무 의미가 없다. 내 옆에 텐트를 친 PCT 하이커인 Roller Coaster도 동의했다. 이 높이에서는 1키로 남았다는 게 아무 의미가 없다고. 그 1키로를 가는데 2시간이 넘게 걸릴 수도 있다고. 내가 그걸 이 다음 날 직접 체험하게 된다.
Roller Coaster는 자기가 오르막은 기가막히게 천천히 올라가는데 내리막은 빨리 내려간다고 해서 붙여진 트레일 이름이다. 암튼 내가 내일 아침에 휘트니 간다고 했더니 자기도 간다며 새벽 1시 30분에 같이 출발하기로 했다. 그치만 난 분명 경고했다. 너가 아무리 느려도 나는 아주아주 느리게 걷고 매우 힘들어 할것이니 내가 뒤떨어지면 먼저 가라고. 결과는 누가 더 느렸을까...? 다음 이 시간에.
날씨가 끝내주게 좋았다. 한 5시 쯤 일찍 잠들려고 했지만 도무지 잠이 안왔다. 게다가 marmot들이 너무 많아서 Roller Coaster와 같이 쫓아내야 했다. 그래서 이럴 바에야 사전답사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휘트니 가는 길이 다 눈으로 덮여 있어서 길이 아무것도 안보이기 때문에 앞에 난 사람들 발자국을 쫓아가야 하는데, 앞에 사람들도 길을 잃어서 잘못된 길이 많이 나 있다. 야밤중에 이길을 어떻게 찾아?싶어서 미리 길을 좀 봐뒀다. 요기서 요렇게 가야 제대로 된 길이구나 열심히 사진 찍어두고 봐 뒀다. 근데 반전은 전혀 소용이 없었다ㅋㅋ 다음 날 깜깜한 밤중에 오직 내 헤드라이트가 비추는 곳만 보며 길을 찾는 건 생각보다 매우 힘들었다.
답사를 다녀오고 나서도 밤 9시정도까지 뒤척이며 잠에 들지 못했다.
이렇게 셋째 날이 저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