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창밖엔 따스한 봄볕으로 화사하다. 하늘은 맑고 벚꽃은 만개하여 참으로 아름답다. 지난 겨울에 시작된 이 책의 여정도 성큼 다가온 봄과 더불어 결국 마무리 되었다. 올해 1월말 드디어 폐업신고를 한 이후 필자는 여행을 떠났다. 언제나 그렇듯 여행은 잠시나마 시간을 멈추게 해주고 삶의 여유를 가져다 준다. 또한 오랫동안 못 만났던 친구들, 선후배들, 지인들을 만났다. 모두가 반갑게 맞아주었고 기쁘고 즐거운 시간들로 채워진 행복한 순간들이었다. 내가 손만 뻗으면 언제든지 나를 반겨 줄 좋은 친구들이 있음에 감사했다.그런데, 한편으론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다. 막상 자영업을 시작하고 나서는 많은 것을 포기해야 했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취미들, 운동들, 만남들이 그렇다. 그렇다고 많은 돈을 번 것도 아니다. 그렇게만 보면 억울할 수도 있다. 그만큼 우리 사회에서 자영업의 세계는 녹록치가 않다. 하고 싶은 것을 다하며 할 수 있는 분야가 결코 아니였다. 그런 나에게 뭔가 선물을 해주고 싶어졌다. 그 시작이 바로 이 책을 집필하는 것이였다.
그렇게 시작된 이 책의 집필은 폐업이후 홀로서기가 된 나에게 좋은 친구가 되어 주었다. 물론, 기억하고 싶지 않은 부분에선 화도 나고 힘들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7년간의 수고가 헛되지 않았음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다. 그리고 위로받고도 싶었다. 또 내가 경험한 시행착오들이 다른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흥분마저 되었다. 그렇다. 나에겐 그 무엇보다도 소중한 스토리가 생겨난 것이다. 스토리가 있는 인생. 멋지지 않은가. 그 스토리는 앞으로도 계속 업데이트 될 것이며 내 삶의 큰 자양분이 될 것이다. 인생을 하프타임이라는 측면에서 보았을 때 나의 전반전은 절반의 성공이라고 자평하고 싶다. 내가 가진 것 보다 더 많은 것을 누리기도 했고, 내가 노력한 것보다 열매 맺지 못한 부분들이 함께 공존했기 때문이다. 감사한 건 아직도 건강한 신체와 긍정적인 마음, 좋은 사람들이 나에게 있다는 것이다. 이렇듯 주변을 둘러보면 감사해야 할 조건들이 참 많다. 그래서 나의 후반전엔 희망이 있다.
개인사업을 하다보면 부정적인 감정들이 생겨날 때가 참 많다. 미생이라는 드라마 속 표현대로 직장안의 생활이 전쟁이라면 직장밖 세상은 지옥이라는 데 아니 그러하겠는가. 삶에 있어 가장 해로운 것이 바로 부정적인 마음들이다. 부정적인 마음은 다양한 형태로 공격해 온다. 두려움, 열등의식, 우울증 등이 대표적이다. 그런 증상은 주로 타인의 삶을 바라보며 어쩔 수 없이 비교되는 상황에 놓이게 될 때 더 많이 생겨난다. 그래서 난 얼마전부터 기도와 수행을 병행했다. 난 기독교인이지만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할 수 있는 것이라면 종교성을 배제한 영역에서는 가급적 많은 것들을 공부하고 훈련하고자 했다. 그 덕분에 힘겨운 시간들을 그래도 지혜롭게 극복해 오며 살아온 것 같다. 또 하나는 폐업을 하기 몇 달 전부터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만나기 위해 노력했다. 건강한 인생은 결코 혼자서는 이루어 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안나가던 동창모임에도 나가고 동호회에도 가입하여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노력들이 개인사업을 하는 사람들에겐 호사처럼 들릴 수도 있다. 나 역시 하지 못했던 것들이다. 하지만, 많은 분들에게 바라건데 어떠한 형태로든 자기 삶에 있어 돈을 버는 행위 이외의 것에서도 기쁨을 누릴 수 있는 페이지 하나 둘 쯤은 꼭 챙기라고 권하고 싶다.
이 책 “커피전문점 함부로 창업하지마라”는 커피와 까페를 소재로 한 창업과 폐업에 관한 스토리를 담고 있다. 그러나, 잘 들여다보면 오늘날을 살아가는 자영업자의 고된 일상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고백하건데, 자영업을 해 오면서 필자는 상식이 통하지 않는 세상 앞에 무기력 할 수 밖에 없는 자신을 바라보며 많이 힘들었다. 그것은 돈을 벌고 못 벌고의 문제와는 별개의 것이다. 어쩌면 그 이상의 것 일수도 있다. 어느덧 우리사회는 불신의 사회를 넘어 반목과 질시의 사회로 가고 있었고 그 중심에 어느덧 필자 자신도 물들어져 가고 있음을 발견 한 순간 개탄스럽기 짝이 없었다. 그래서 더 빨리 폐업하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도 있다. 세상을 바꾸어 가기엔 필자는 너무나 미약한 사람이였다. 이번 폐업을 전후로 필자의 마음속에 찾아든 하나의 메시지가 있다.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짧지만 강렬함이 묻어나는 메시지였다. 어쩌면 그 메시지는 점점 사는대로 생각하고 살아가려 하는 필자의 속마음이 들켜버린 듯 해서 더 뜨끔하게 다가왔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다행히 필자는 이 책을 써내려가는 과정을 통해 저자의 삶을 되돌아보고 더 필자다운 삶을 살기위한 말그대로 생각하는 대로의 삶을 위한 폐달을 다시금 밟게 되었다.
필자는 이제 이 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으로서 보다 더 일조할 수 있는 분야로 경력을 전환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선 많은 준비와 노력 그리고 인내가 필요하다. 그 일은 궁극적으로 사람을 세우는 일이며 동시에 사회를 살리는 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지금은 묵묵히 정진하며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는 데 집중을 하고 있다. 바라건데, 이 책이 마중물이 되어 8백만 자영업자를 위해 쓰임받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겨나길 기대해본다. 또한, 준비중인 다음 저서를 통해서도 다시금 독자들과 호흡할 수 있도록 열심히 준비하고자 한다. 그리고 이 책이 나오기까지 진정한 주연을 꼽으라면 아마도 7년 동안 우리 까페를 찾아주신 수많은 고객들과 거쳐간 직원들이라고 생각된다. 머리숙여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그리고 언제나 내편이 되어주시는 어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하나님께 사랑한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마지막으로 책 출간을 위해 함께 고민해주고 교정까지 도와 준 친구 김석희 교수에게 감사의 말을 덧붙이고 싶다.
2016년 4월 어느 봄날
박 주 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