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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원 Apr 29. 2024

지고 있는데 모두가 춤을 춘다

땡볕을 견디는 마음

(2)지고 있는데 모두가 춤을 춘다


작년 6월 첫 직관 후기는 '분위기는 재밌다'였다. 규칙을 모르니 경기는 이해되지 않았지만 노란 수건을 둘러매고 두 손은 간절하게 모은 채 경기장을 뚫어져라 보는 사람들의 모습이 흥미로웠다.


출처: 네이버 스포츠

그 경기는 2대 9로 졌다. 큰 점수차로 패배한 게임이었다. 다시 찾아보니 4이닝에 1점을 먼저 냈지만 곧바로 5이닝에서 역전당했고 8이닝에선 5점 실점을 했다. 결국 4이닝까지만 이겼고 그 이후론 쭉 지고 있던 거다.


모두가 춤을 춘다. 아주 열심히.

야구는 두 팀이 공수를 아홉 번 주고받는다. 우리가 공격일 때 타석에 선 타자들을 응원한다. 선수마다 응원가가 정해져 있다.


그리고 춤도 있다. 응원석이 따로 있지만 다른 좌석에 앉은 사람도 열심히 춘다. 뒷사람 시야를 방해하면 안 되니 일어나진 않더라도 자리에 앉은 채로 두 손으로 성실히 따라 춘다.


지고 있을 때도 예외는 없다. 크게 지고 있는 9회말 마지막 공격에서 나온 안타 하나에도 사람들은 열광한다. 쉬지 않고 나오는 응원가 가사와 안무를 모두가 정확히 알고 있다. 어떤 팀을 응원해 본 경험이 없는 지라 그 마음이 궁금해졌다. 이 주말에, 땡볕에, 이 점수차에 두 손 흔들며 뛰는 사람들이 깊은 인상으로 남았다.


홍창기 안타 안타 날려 홍창기

남편의 유니폼엔 홍창기 선수 이름이 마킹돼 있다. 남편도 LG트윈스 팬이 된 지 몇 년 안 됐는데, 처음 봤을 때부터 좋았다고 했다. 정확히는 리그 최고의 리드오프면서도 겸허해 보이는 태도가 멋있었다고 했다.

야알못인 나는 리드오프라는 단어에서부터 막혔지만, 어쨌든 남편의 영향으로 제일 먼저 알게 된 야구선수가 홍창기 선수가 됐다. 타석에 나오면 조금 더 집중하려고 했고 어떤 응원가가 나오는지도 조금은 더 귀 기울여 들었다.


지금은 제일 좋아하는 응원가가 됐다. 춤 귀엽다. 기분이 좋아짐.


체육 시간도 싫어했는데

어제 고등학교 친구들과의 대화.

요즘 매일 야구를 챙겨보는 내가 웃기고 신기하다고 한다. 정말 체육시간도 싫어하던 나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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