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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원 Apr 30. 2024

야구공이 부자(父子)에게 남긴 것

스포츠 이상의 가치

요즘 유튜브 앱을 열면 죄다 야구 영상이 나온다. 상위 카테고리 첫 번째 키워드도 야구가 뜬다. 알고리즘이 그럴 만한 게 중계 외에도 보고 싶은 영상이 너무 많아 매일 뭔갈 찾는다. 엘튜브는 빠짐없이 챙겨보고 LG트윈스의 과거, 궁금했던 선수들도 검색해 본다. 좋았던 경기는 하이라이트 영상을 다시 보는 게 낙이다. 신인 드래프트 영상도 어찌나 재밌는지 늦게 배운 도둑질에 날 새는 줄 모른다.


'아이는 아빠와의 추억을 먹고 자란다'
추천 영상을 따라가다 만난 짧은 쇼츠가 있다. 영상 제목은 '아이는 아빠와의 추억을 먹고 자란다'였다. 수비에 성공한 박해민 선수가 공을 외야에 있던 아이와 아빠에게 던져주는 장면이었다.

출처: 유튜브 채널 @byeolbyeol_

아이는 말 그대로 깡충깡충 뛰며 좋아한다. 공을 글러브에 야무지게 넣는 모습도 무지 귀엽다. 중계 카메라가 이 부자를 한 번 더 비춰주는데, 아버지와 아이가 서로 두 손을 맞잡고 무척 행복해한다. 좋아하는 아이를 보는 아버지의 표정에서 세상 더 바랄 게 없는 행복한 표정이 이런 건가 생각하게 된다. 족히 50번은 넘게 봤다.

150g이 채 안 되는 이 작은 야구공 하나가 한 아이와 아빠의 진한 추억이 되는 장면을 보며 야구가 스포츠 이상의 무언가로 다가왔다.

영상에는 비슷한 경험을 했다는 야구팬들의 댓글이 달렸다. 16년 전 한 선수가 7살 아들에게 던져준 공을 평생 기억한다거나, 초등학생 때 아버지가 잡아 준 파울볼이 기억난다는 회상들이다. 영상 속 아이는 평생 박해민 선수의 팬일 될 거란 말도 이어졌다.


'아 주라'의 가치

직관의 또 다른 즐거움은 귀여운 어린이들을 구경(?)하는 일이다. 몸집보다 큰 유니폼을 입고 부모님 손을 잡고 경기장으로 쫄래쫄래 걸어가는 아이들을 보면 절로 웃음이 난다. 남편과 야구장에 갈 때 "오늘 애기들 많았으면 좋겠다" 말하곤 한다.


부산 사직구장에서는 파울볼을 잡은 어른에게 주변 관중들이 일제히 '아 주라!'라고 외친다고 한다. 근처 아이에게 공을 건네라는 뜻이다. 듣자마자 참 기분 좋은 풍경이겠다고 생각했다. 공을 준 어른도, 공을 받은 아이도 오랜 기쁨으로 간직할 테다. 오랜 세대에 걸쳐 야구가 사랑받는 중심엔 '아 주라'가 있었겠거니 싶다.

얼마 전 SSG랜더스필드로 원정 직관을 갔다 우천 취소돼 기념품샵만 구경하고 왔다. 귀여운 게 많아 어른도 아이들도 많았다.  


아이를 반기고 환영하는 문화는 늘 반갑고 귀하다. 야구가 그렇다. 먼 훗날 아이와 함께 온 가족이 유니폼을 맞춰 입고 야구 경기를 보러 가는 게 로망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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