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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원 Jul 18. 2024

퇴근 후 야구 보러 대전 당일치기

성심당도 안 가고


한 두 달에 한 번 철야 당직을 선다. 밤새 제보를 받고 중요한 뉴스를 속보 처리하는 을 한다. 이번엔 주말에 철야를 하게 돼 토요일 저녁에 출근해 일요일 오전 9시에 퇴근했다. 그리고 집에 가서 딱 1시간 푹 잔 뒤, 남편과 함께 서울역으로 향했다. 대전행 당일치기 열차를 끊었기 때문이다.


이날 처음으로 대전에 있는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 다녀왔다. 고민은 좀 했다. 철야 퇴근 후 얼마나 피곤한 지 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경기 일정과 우리의 스케줄을 비교해 봤을 때 이번에 가지 않으면 올해는 힘들었기 때문에 가보기로 했다. 장마철이라 우취가 될 우려도 좀 있었지만, 일단 가보고 경기가 안 열리면 성심당에서 종류별로 빵을 사 와보자는 단순한 플랜 B도 세웠다.



서울역 카페에서 간단히 빵과 커피를 사서 열차에 올랐다. 대전역엔 1시간 만에 도착했다. 최근에 창원에 한 번 원정 직관에 다녀온 탓인가, 대전이 더 가깝게 느껴졌다. 도착하니 3시가 시간이었지만 바로 야구장으로 향했다. 택시로 10분 거리였는데, 가는 동안 기사님이 성심당의 위치와 유명한 국밥집, 그리고 새로 짓고 있는 야구장 이야기까지 다채롭게 들려주셨다. 결국은 성심당도, 국밥집도 갔지만.


야구 티켓은 대전행 기차에서 예매했다. 원래 예매했던 좌석이 있었지만 외야에 가까웠던지라 좋은 자리를 계속 노렸다. 당일 낮 3시 전까지만 취소하면 수수료가 없다. 3시에 가까워질수록 취소표가 하나둘 나왔고, 결국 원정팀인 3루 쪽 포수후면석 두 자리를 샀다. 한 자리당 6만 원에 가까웠지만, 원정에선 가격에 관대해진다. 언제 또 와 보겠냐는 마음 덕이다.


온통 주황 깃발이 걸린 이글스파크에 내려 티켓을 바꾸고 일찍이 입장해 자리에 앉았다. 덕아웃과 경기장이 코앞에서 보이는 거리였다. 몸 푸는 양 팀 선수들의 모습이 너무 가까이 보여 잠시 비현실적이란 생각까지 했다. 덥고 습한 날씨지만 간간이 바람이 불어 버틸만했고, 드넓은 야구장에 앉아 경기를 기다리는 시간이 역시 행복했다. 야구는 집에서 보는 게 여러모로 편하고 절약되고 각종 정보값도 빠르게 이해되지만, 결국 직관을 하고 또 하고 싶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번 대전은 올 시즌 스물한 번째 직관이었다.




경기는 이겼다. 역전을 당했다가 재역전했다. 서대전역에서 기차를 타 용산역에 밤 11시쯤 내렸고, 집에 가니 자정이 가까워져 있었다. 다행히 월요일은 쉬는 날이었는데, 일어나 보니 낮 3시였다. 몸은 확실히 피곤했나 보다. 하지만 후회 없이 즐거웠다. 이겨서 더 그랬을 거다.


당일치기로 정말 야구만 딱 보고 온 여행이었다. 이제 전국 9개 야구장 중 안 가본 곳은 대구, 부산, 광주 세 곳이다. 언젠가 갈 생각에 설렌다. 남편과 소소한 추억거리를 함께 만들어가는 이 시간들이 소중하다.


타석에 서기 전 몸 푸는 선수들을 보여줄 때 뒤에 잠깐씩 내가 나와버렸다. 몰랐다가 뒤늦게 중계 보며 흠칫 흠칫 놀람. 재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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