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두 달에 한 번 철야 당직을 선다. 밤새 제보를 받고 중요한 뉴스를 속보 처리하는 일을 한다. 이번엔 주말에 철야를 하게 돼 토요일 저녁에 출근해 일요일 오전 9시에 퇴근했다. 그리고 집에 가서 딱 1시간 푹 잔 뒤, 남편과 함께 서울역으로 향했다. 대전행 당일치기 열차를 끊었기 때문이다.
이날 처음으로 대전에 있는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 다녀왔다. 고민은 좀 했다. 철야 퇴근 후 얼마나 피곤한 지 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경기 일정과 우리의 스케줄을 비교해 봤을 때 이번에 가지 않으면 올해는 힘들었기 때문에 가보기로 했다. 장마철이라 우취가 될 우려도 좀 있었지만, 일단 가보고 경기가 안 열리면 성심당에서 종류별로 빵을 사 와보자는 단순한 플랜 B도 세웠다.
서울역 카페에서 간단히 빵과 커피를 사서 열차에 올랐다. 대전역엔 1시간 만에 도착했다. 최근에 창원에 한 번 원정 직관에 다녀온 탓인가, 대전이 더 가깝게 느껴졌다. 도착하니 낮 3시가 좀 안 된 시간이었지만 바로 야구장으로 향했다. 택시로 10분 거리였는데, 가는 동안 기사님이 성심당의 위치와 유명한 국밥집, 그리고 새로 짓고 있는 야구장 이야기까지 다채롭게 들려주셨다. 결국은 성심당도, 그 국밥집도 못 갔지만.
야구 티켓은 대전행 기차에서 예매했다. 원래 예매했던 좌석이 있었지만 외야에 가까웠던지라 좋은 자리를 계속 노렸다. 당일 낮 3시 전까지만 취소하면 수수료가 없다. 3시에 가까워질수록 취소표가 하나둘 나왔고, 결국 원정팀인 3루 쪽 포수후면석 두 자리를 샀다. 한 자리당 6만 원에 가까웠지만, 원정에선 가격에 관대해진다. 언제 또 와 보겠냐는 마음 덕이다.
온통 주황 깃발이 걸린 이글스파크에 내려 티켓을 바꾸고 일찍이 입장해 자리에 앉았다. 덕아웃과 경기장이 코앞에서 보이는 거리였다. 몸 푸는 양 팀 선수들의 모습이 너무 가까이 보여 잠시 비현실적이란 생각까지 했다. 덥고 습한 날씨지만 간간이 바람이 불어 버틸만했고, 드넓은 야구장에 앉아 경기를 기다리는 시간이 역시 행복했다. 야구는 집에서 보는 게 여러모로 편하고 절약되고 각종 정보값도 빠르게 이해되지만, 결국 직관을 하고 또 하고 싶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번 대전은 올 시즌 스물한 번째 직관이었다.
경기는 이겼다. 역전을 당했다가 재역전했다. 서대전역에서 기차를 타 용산역에 밤 11시쯤 내렸고, 집에 가니 자정이 가까워져 있었다. 다행히 월요일은 쉬는 날이었는데, 일어나 보니 낮 3시였다. 몸은 확실히 피곤했나 보다. 하지만 후회 없이 즐거웠다. 이겨서 더 그랬을 거다.
당일치기로 정말 야구만 딱 보고 온 여행이었다. 이제 전국 9개 야구장 중 안 가본 곳은 대구, 부산, 광주 세 곳이다. 언젠가 갈 생각에 설렌다. 남편과 소소한 추억거리를 함께 만들어가는 이 시간들이 소중하다.
타석에 서기 전 몸 푸는 선수들을 보여줄 때 뒤에 잠깐씩 내가 나와버렸다. 몰랐다가 뒤늦게 중계 보며 흠칫 흠칫 놀람. 재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