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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원 May 08. 2024

빗속에서 한 투수가 던져준 공

나의 첫 야구공


때는 2024년 4월의 어느 토요일. 기다리고 기다리던 첫 인천SSG 랜더스필드 원정 직관의 날이었다. 집에서 1시간  넘게 걸리는데, 미리 가서 경기장 구경할 겸 아주 일찍 출발했다.



기대했던 날, 그리고 우천 취소

도착하니 경기 두 시간 전이었다. 여유롭게 주변을 둘러봤다. 처음 인상은 거대한 공원 같았다. 야구장까지 가는 길도 탁 트여있고 무엇보다 나무가 많아 상쾌했다. 랜더스필스는 인천 문학경기장 안에 있는 야구장을 말하며 SSG팀의 홈구장이다. 신세계그룹이 2021년 SK와이번스 야구단을 인수했고, 자연스레 SSG 구장 안팎엔 신세계 계열사 브랜드가 입점해 있다. 스타벅스도 있는데 우리나라 야구장 중엔 유일하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이날 우천 취소됐다. KBO 홈페이지엔 별다른 안내가 없어 기대했지만 지류 티켓을 바꾸러 간 창구에서 취소 소식을 알리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홈페이지에도 인스타그램에도 취소 안내가 떴다. 아침부터 비가 내리긴 했지만 양이 많지 않아 희망을 버리지 못했는데 결국 그렇게 됐다. 야구를 보기 시작한 뒤론 비 예보가 참 야속하다. 직관하는 날 우천 취소를 집에서 알게 된 적은 있어도 이미 도착했다가 다시 되돌아가야 하는 건 이때가 처음이라 더 아쉬웠다.



빗속에서 한 투수가 던져준 공

취소 소식이 전해지곤 다들 하나같은 표정으로 발길을 쉽게 돌리지 못했다. 아직도 기존 경기 시작 시간까지 1시간 더 남은 상황이었기에 모두 부지런히 일찍 온 관중들인 셈이었다. 경기장 입구는 개방돼 있었는데, 사람들은 직원들이 제한하지 않는 구역 안에서 경기장을 잠시나마 들여다보곤 했다.


비 탓인지 잔디 색감도 더 진하게 예뻐 보였다. 비가 여전히 조금씩 내리고 있었지만, 탁 트인 시야를 위해 우산도 안 쓰고 둘이 서서 랜더스필드는 이렇게 생겼구나 우리 자린 저기였겠구나 하며 서 있었다. 저 멀리선 몸 푸는 LG 선수들이 보였다. 행여 방해될까 마음속으로 조용히 응원을 보냈다. 그중 두 선수는 경기장을 따라 가볍게 뛰고 있었다. 그런데 우리가 있는 쪽에 멈춰 섰다.



그 방향엔 우리 밖에 없었기에 순간 놀랐다. 예상 못한 일이었다. 그중 한 선수가 우리에게 야구공을 꺼내 들여보였다. 2023년 11월 LG트윈스에 입단한 투수 이종준 선수였다. 둘 다 유광 점퍼를 입고 있어서 팬이라는 걸 알았던 게 아닐까 싶다. 그리곤 남편 쪽으로 공을 크게 던져줬다. 감사 인사와 파이팅까지 크게 외치고 경기장을 나와 야구공을 보니 한눈에 봐도 손때가 묻어있었다. 우천 취소로 아쉬웠던 마음이 한순간에 녹아내렸다.


야구에 입문한 지 아직 2년 차. 첫 야구공이자 잊지 못할 추억이 생겼다. 어제 잠실 직관 간 김에 유니폼 하나 새로 사며 이종준 선수 마킹하려 했는데, 아직 마킹지가 없다고 한다. 나오면 바로 할 것. 영원히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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