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20일(일) 오전 9시 10분
카운트 다운이 시작됐다.
5! 4! 3! 2! 1! 출발!!!!!!
새로 깔린 파란 우레탄 트랙 위를 한 바퀴 돌아 가평종합운동장을 벗어났다.
올해 초 서울하프마라톤에 여름, 통나무와 함께 참가했다.
광화문광장에서 함께 출발했지만 10k는 여의도 광장에서 하프는 월드컵공원에서 마무리됐다. 하프에 참가한 여름과 이런저런 얘기도 하고 완주의 기쁨도 함께 나누며 첫 하프를 즐겁게 뛰었으나 10k를 뛴 통나무는 홀로 뛰는 바람에 함께 대회에 참가했을 때 경험할 수 있는 즐거움이 반감되었다.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하반기에 열리는 춘천마라톤 10k에 함께 참가해 보자고 의견을 모았다. 그러나 대회 신청이 이렇게 어려워질 줄이야... 치열하게 30분간 사투?를 벌였지만 결제 허들 넘기가 너무 어려웠다. 대회 전날 춘천에 함께 숙박하고 대회 참가까지 즐거운 시간을 보낼 계획을 세우고 있었는데.. 다른 대안을 찾아야 했다.
대회 당일 새벽 5시 30분, 피곤함이 역력한 5명이 차에 올랐다.
새벽이라 도로는 한적했고 산자락 사이로 동이 터 오기 시작했다.
깜깜한 하늘이 희미한 빛이 돌며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한적한 47번 국도에 빛이 서서히 퍼지며 아름다운 일출과 함께 가평에 도착했다.
가평은 제법 쌀쌀했다.
7시, 대회 참가 차량들이 운동장 주차장으로 속속들이 들어오고 있었다.
미리 준비한 빵, 바나나와 여름이 내려온 커피를 마시며 대회전 에너지를 보충 후 경기장 안으로 들어섰다.
2025년 경기도 종합체육대회 준비로 운동장을 개보수한 덕분에 트랙 컨디션은 최상이었다. 중소 대회지만 대회 진행은 매끄러웠다. 약 5천 명의 참가자가 모였고 하프 참가자가 먼저 출발하고 연이어 10k 카운트 다운이 시작됐다.
출발! 소리와 함께 수천 명의 러너가 뛰쳐나가기 시작했다. 가평 종합운동장을 한 바퀴 돌아 가평역 방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오늘 계획은 4:50으로 5k까지 뛴 이후에 8k까지 4:30으로, 나머지 2k 오르막을 4:50에 맞춰 46분대에 들어오는 것이었다.
첫 시작부터 1.5k 동안 급한 내리막을 만났다. 돌아올 때 이 구간이 죽음의? 구간이 될 거라 예상했다.
내리막이 끝나고 잠시 평지가 되는가 싶었는데 5k 지점까지 지루한 오르막이 계속되었다.
첫 스타트부터 마루, 여름과 함께 페이스를 맞춰 뛰다가 3k 지점부터 4:50 페이스로 혼자 뛰기 시작했다. 3k 넘게 오르막이라 쉽지 않았지만 5k 반환을 돌고 내리막이 시작되어 한숨 돌릴 수 있었다. 계획대로 4:30으로 페이스를 올렸다. 내리막이라 4:30 유지가 쉽지 않았고 심박수가 꽤 많이 올라버렸다. 이러면 안 되겠다 싶어 나와 유사한 페이스 주자를 찾기 시작했다. 6k 지점에서 드디어 비슷한 페이스 주자를 만나서 앞서거니 뒷서거니하며 뛰면서 페이스 안정을 찾았다.
드디어 마의 구간이 8.5k부터 시작됐다. 가파른 오르막에 숨이 터질 것 같았다. 함께 달리던 주자와 파이팅! 을 외치며 자세를 최대한 유지하며 페이스를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젖산이 너무 쌓여 발이 움직이지 않았다. 페이스가 5:30까지 밀려버렸다. 시계는 어느덧 46분을 넘어섰다. 망했다. ㅎㅎ 700m가 남았다. 경사가 조금 완만해져서 페이스를 다시 올리기 시작했다. 이제 앞에 종합운동장이 보이기 시작했다.
500m, 400m, 300m, 200m....
파란 트랙에 들어서고 피니시 라인을 지나쳤다.
48분 18초
지난 뉴발 RYW 대회 때 기록한 47분을 넘어서지 못했다. 코스 특성상 업힐이 많아 마지막 1.5k 구간이 관건이라 생각했는데.. 역시나 마지막 구간이 문제였다.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는지 ㅎㅎ
하지만 전체 997명 중 58위!
상위권 랭크되어 기분이 좋았다. 나만 힘든 게 아니었다는 방증을 순위로 확인하며 10k, 46분은 다음 미션으로 훌훌 넘겨 버렸다.
더 기쁜 것은 오랜 기간 러닝을 쉬었던 통나무, 본격적으로 뛰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돌고래도 1시간 언저리에 모두 완주를 했고~
우리 동네 고인물 마루도 PB달성!
오랜 러닝 메이트인 여름도 PB달성!
모두 행복한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이어지는 후속 행사!
가평에 있는 유일한 사우나에 방문, 냉탕과 온탕을 오가며 뭉친 근육을 풀어주었다. 개운한 몸을 이끌고 가평에 계신 아버지 댁에 방문했다. 마당 화로에 솥뚜껑이 세팅돼 있었고 테이블에는 텃밭에서 자란 싱싱한 야채와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밥이 세팅돼 있었다. 장 봐온 삼겹살을 솥뚜껑에 올려놓자 "치이이익~ "소리를 내며 고기가 익어가기 시작했다. 산자락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고소한 삼겹살과 막걸리를 곁들이니 신선놀음이 따로 없었다.
동네에서 함께 달리는 즐거움도 있지만
대회에 함께 참여하는 건 또 다른 즐거움이 있다.
내년 상반기에는 하프를 다 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