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급식을 엄청 급하게 먹었다는 딸은 그날 급체를 한 채로 하교를 했다.
식은땀과 핏기 없는 얼굴에 토할 것 같다는 딸을 데리고 바로 병원에 들렀다.
약을 받아 들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왜 그렇게 급하게 먹었냐 했더니 빨리 먹고 남은 시간을 친구들이랑 놀려고 그랬단다.
그 마음은 너무 이해한다.
그래도 다음부터는 그러지 말라는 말을 안 할 수 없었다.
그렇게 주말을 보내는 동안 아이는 먹고 싶은 음식들을 먹을 수 없었다.
죽 종류에 심심한 간을 한 한두 가지 반찬으로 아침, 점심, 저녁을 먹였다.
소화가 잘 되고 자극적이지 않은 음식 위주로 먹어야 하니 너무 힘들어했다.
아이는 갑자기 짜장면이 너무 먹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다가 또 라면이 너무 먹고 싶다고 울부짖었다.
어떤 마음인지 그 마음도 너무 이해를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오늘 아침 등교를 하는데 아이가 말했다.
“엄마, 정말 안 아팠을 때의 소중함을 알겠어. 아프니까 먹고 싶은 것도 먹을 수 없고 너무 힘들어. 안 아팠을 때는 당연하다 생각해서 좋은 줄도 몰랐는데..”
먹는 것 좋아하는 딸이 이번 급체를 통해 느낀 바가 있나 보다.
“맞아. 우리는 뭔가 잘못되고 나서야 일상의 소중함을 안다니까 “
교문 앞에서 꼭 끌어안고
”급식시간에 꼭꼭 씹어 먹어. 그리고 다 낫고 나면 맛있는 거 먹자 “ 했다.
아이는 맑게 웃으며 학교로 들어갔다.
나이가 들수록 알게 된다.
무탈한 하루가 얼마나 소중하고 행운인지.
또 금방 까먹겠지만 이 생각을 잘 새겨서 오늘 하루도 감사히 보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