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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era Oct 10. 2023

흔들리지 말자


긴 연휴가 끝나고 드디어(?) 등교를 하는 아침이 되었다.

아이는 그새 쉬는 것에 익숙해진 듯 아침 일찍 일어나 학교 가는 것을 유독 힘들어했다.

(그런데 쉬는 날은 등교하는 날 보다 훨씬 일찍, 알아서 일어난다. 청개구리도 아니고…)


전쟁(?) 같았던 아침 준비 시간을 뒤로하고 집 밖으로 나오자마자 시원한 바람이 기분을 좋게 했다.

여느 때와 같이 둘이서 손을 꼭 잡고 유치한 농담을 하며 학교로 향했다.

아침에는 춥고 오후에는 더워서 옷 입기가 애매한 시기였기에 옷깃을 여며주고 나중에 더우면 외투를 꼭 벗으라고 말한다.


더우면 오죽 알아서 벗을까..

말하면서도 쓸데없는 소리를 하네 싶어서 스스로가 어이없다.


학교 앞 건널목에 등교 봉사를 하시는 할아버지가 아이에게 알은체를 하시고 아이와 나는 인사를 했다.

“아이고~ 5학년이 아직도 엄마랑 등교를 하니?” 하신다.

싱긋 웃고 마는 우리에게 한마디 더 붙이셨다.

“이제 혼자 다녀야지. 다 컸는데!”


건널목을 건너자마자 아이는 나에게 왠지 모르지만 작은 목소리로 속삭인다.

“엄마, 흔들리지 말자. 알았지? ”


너무 귀여워서 속으로 웃음이 났다.

나도 아주 비장한 표정으로 속삭이듯 말한다.

”당연하지. 걱정 마 “


그렇게 눈을 찡긋하고는 하이파이브를 하고 돌아오는 길에 계속 웃음이 난다.

엄마는 이 행복과 재미를 아직은 그만둘 생각이 없으니 걱정 말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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