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era Oct 17. 2023

뱀 조심

제법 쌀쌀한 아침 등교 시간, 몸을 잔뜩 움츠린 채로 딸과 마주 잡은 손을 내 외투 주머니에 쏙 집어넣고 걷기 시작했다.

춥다며 가을이 금방 끝나는 거 아닌지 둘이서 조금 걱정을 하고, 며칠 후 아이의 현장체험학습 날 비가 온다던데 안 와야 할 텐데 하는 걱정도 잠깐 했다.

오늘은 오전에 이모와 함께 등산을 할 거라 했더니 ‘뱀과 벌’을 조심하라며 나에게 말했다.

뱀이 나타나면 엄마가 다른 사람을 돌보려고 나서지 말라고 당부했다.

누가 일부러 뱀 앞으로 밀지 않는 한 내가 나설 일이 없기에 속으로 웃음이 났지만 진지한 표정으로

“걱정 마, 발이 안 보이는 속도로 제일 먼저 도망 칠게“라고 대답했다.

아이는 그제야 만족스러운 듯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등산할 때 검은색 옷은 피하고 밝은 색 옷으로 입고 가라고 덧붙였다.

걱정하는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알겠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말했다.

”엄마는 어른인데 뭘 그렇게 걱정하니? “라고 물으니

”너무 소중하니까 더 걱정이 되는 거야~“라고 답했다.


아이는 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나를 한번 꼭 안고 가는데 오늘따라 더 세게 끌어안았다.

”사랑해, 엄마“


그렇다.

소중한 것을 잃을까 하는 ‘두려움’은 걱정으로 표현된다.

우리는 소중할수록 더 많이 걱정한다.

그래서 걱정이라는 단어는 사랑의 다른 표현 같기도 하다.

그 감정은 어른인 나도 힘들어서 피하고 싶은 감정이다.

아이가 느낄 불편한 감정이 안타깝지만 감정은 우리가 입맛대로 골라서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닌 자연스러운 것이기에 마음으로 조용히 아이를 응원한다.

오늘도 아이는 다양한 감정을 느끼고 그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연습을 하며 성장할 것이다.


(다행히 아이의 걱정이 무색하게 뱀도 만나지 않았고 벌도 못 봤으며 등산길에서 무사히(?) 돌아와 지금 글을 쓰는 중이다.)

이전 07화 흔들리지 말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