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오후에 비가 온다더니 등굣길 공기가 차갑고 무거웠다.
명도가 낮은 아침이었지만 그와는 대조되게 아이는 말갛게 웃으며 ”아 좋다~“ 한다.
그 모습이 너무 예뻐서 얼굴을 찬찬히 바라보는데 그제야 눈에 낀 눈곱도 보이고 볼에 말라붙은 침자국도 보인다.
”어머나, 너 오늘 세수 안 했어? 얼굴에 눈곱도 침자국도 그대 론데? “
아이는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작은 목소리로 “했는데..” 하며 말끝을 흐린다.
어이가 없어서 웃다가 난 급히 눈곱도 떼어 주고 마른침자국도 손가락으로 열심히 문질러 주었다.
그러고 보니 오늘 아침에 늦은 아이를 재촉하며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느라 아이 얼굴도 제대로 못 봤네.
이렇게 밖에 나와서야 제대로 얼굴을 보다니.. 뭐가 그리 바빴을까 싶었다.
미안한 마음에 아이의 정수리에 입을 맞추며 꼭 끌어안고, 아이는 영문도 모른 채 환하게 웃으며 나를 같이 끌어안았다.
아이의 얼굴을 보고, 손을 잡고, 아이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바쁜 일상에 이렇게 딸과 함께 걷는 5분의 짧은 시간은 다른 보통의 몇 시간보다 밀도가 높은 시간이다.
그래서인지 아이를 위해 함께 등교한다 생각했던 시간이 어쩐지 나에게 더 소중한 시간이 된듯하다.
하루가 다르게 커 가는 아이의 모습은 자랑스럽고 대견하지만 또 너무 빨리 커버리는 것 같아서 아깝고 아쉬운 마음.
나는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지금 ’이 순간‘의 소중함을 깨닫고 있다.
’아 그때 너무 작고 예뻤지 ‘하며 과거를 그리워할 사이도 없이, 아이는 ‘지금’이 제일 작고 예쁘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