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era Sep 20. 2023

지금 이 순간


오늘은 오후에 비가 온다더니 등굣길 공기가 차갑고 무거웠다.

명도가 낮은 아침이었지만 그와는 대조되게 아이는 말갛게 웃으며 ”아 좋다~“ 한다.

그 모습이 너무 예뻐서 얼굴을 찬찬히 바라보는데 그제야 눈에 낀 눈곱도 보이고 볼에 말라붙은 침자국도 보인다.

”어머나, 너 오늘 세수 안 했어? 얼굴에 눈곱도 침자국도 그대 론데? “

아이는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작은 목소리로 “했는데..” 하며 말끝을 흐린다.

어이가 없어서 웃다가 난 급히 눈곱도 떼어 주고  마른침자국도 손가락으로 열심히 문질러 주었다.


그러고 보니 오늘 아침에 늦은 아이를 재촉하며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느라 아이 얼굴도 제대로 못 봤네.

이렇게 밖에 나와서야 제대로 얼굴을 보다니.. 뭐가 그리 바빴을까 싶었다.

미안한 마음에 아이의 정수리에 입을 맞추며 꼭 끌어안고, 아이는 영문도 모른 채 환하게 웃으며 나를 같이 끌어안았다.


아이의 얼굴을 보고, 손을 잡고, 아이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바쁜 일상에 이렇게 딸과 함께 걷는 5분의 짧은 시간은 다른 보통의 몇 시간보다 밀도가 높은 시간이다.


그래서인지 아이를 위해 함께 등교한다 생각했던 시간이 어쩐지 나에게 더 소중한 시간이 된듯하다.


하루가 다르게 커 가는 아이의 모습은 자랑스럽고 대견하지만 또 너무 빨리 커버리는 것 같아서 아깝고 아쉬운 마음.

나는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지금 ’이 순간‘의 소중함을 깨닫고 있다.

’아 그때 너무 작고 예뻤지 ‘하며 과거를 그리워할 사이도 없이, 아이는 ‘지금’이 제일 작고 예쁘다는 것을



이전 09화 소풍 가는 날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