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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화교입니다.

혹시 화교가 무엇인지 아시나요?

by 왕씨일기

예전에 대학교의 교양 글쓰기 수업에서 배웠던 것이 있다.


글을 쓸 때는 첫 문장이 중요하다고, 그리고 이러한 첫 문장을 질문형으로 작성하는 것은 시선을 끌어 다음 문장까지 읽게 해주는 좋은 ‘훅’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그 후로 한동안 나를 소개하는 글을 쓸 때의 첫 문장은 정해지게 되었다.


“혹시 화교가 무엇인지 아시나요?”




사전적 의미에서의 화교는 “본국을 떠나 해외 각처로 이주하여 현지에 정착, 경제 활동을 하면서 본국과 문화적, 사회적, 법률적, 정치적 측면에서 유기적인 연관을 유지하고 있는 중국인 또는 대만인과 그 자손”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쉽게 설명하자면 해외에 살고 있는 중국이나 대만 국적을 가진 사람들을 의미하고, 나는 그런 화교 중에서도 한국에 태어나 거주하고 있는 한국 화교이다.


한국 화교 3세대로 태어나 국내에 위치한 화교 학교를 다니고 졸업하여 한국에서 일평생을 살아왔다.

다소 눈에 띄는 성씨와 이름으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자리에서는 종종 분위기를 살리려는 사람들이 가볍게 장난으로 “어, 성씨가 중국 성씨이네,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성인데 혹시 중국 사람인건 아니에요? 하하.”라는 소리를 들으면 그저 농담으로 한 말에 “아, 네 맞습니다. 한국에서 쭉 나고 자랐지만 국적을 말씀하시는 거면 일단 대만 국적인 건 맞아요.”라고 답하고서는 농담으로 한 번 웃자고 한 소리에 진지하고 난감하게 대답을 하여 분위기를 어색하게 만들었던 적도 적지 않았다. 그리고 그 이후로 멋쩍어 나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는 경우나 다소 선을 두는 경우들도 한 번씩 발생하게 되었다. 그래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교제를 이어나갈 때면 마치 커밍아웃을 하는 마음으로 나는 나의 국적에 대해서 먼저 밝히기도 했다.


좀 더 어렸을 때에는 남들과는 다른 점이 많이 불편하기도, 또 어린 마음에 특별하게도 느껴졌지만 소수에 속하는 삶을 사는 것이 마냥 즐겁거나 좋은 일들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같은 화교인 친구들과 있을 때에도 한국어와 중국어를 섞어 쓰지 않으려 보이지 않은 노력을 했고, 또 내가 국적이 다르다는 것을 알고 무언의 색안경을 끼고 보는 사람들이 생길까 항상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항상 긴장을 하고 지내왔던 부분들이 존재하게 되었다.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고 나이도 이제 적지 않게 제법 먹어가고 있는 이 와중에도 나는 오늘도 이방인으로서, 한 명의 타국인으로서 이곳에서의 삶에 적응해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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