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최고의 멋쟁이 조선족

by 왕씨일기

주변 친구들을 살펴보면, 부모님 두 분 중 한 분만 한국인인 경우가 가장 많고, 그다음이 소수로 두 분 다 대만분인 경우가 있다. 나의 경우는 후자로, 두 분 다 나처럼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대만 국적을 가진 외국인이다.



일반화를 시키며 말하기는 어렵지만, 대개 한쪽 부모님이 한국분이신 경우가, 아이들도 비교적 '한국'적으로 생겼다. 본인이 직접 말하기 전에는 외국인이라던가, 한국인이 아니라던가 그러한 위화감을 풍길 확률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뜻이다. 반대로 두 분 다 대만 국적인 화교의 경우에는 조금 더 상대적으로 '이국'적인 느낌이 나는 경우가 많다. 생긴 게 딱 대만 사람이다, 중국계 사람이다,라고 티가 난다기보다 뭔가 조금 더 다른 색을 풍기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뭔가 묘하다는 느낌이 들 수 있다는 것이다. 하는 말이나 입는 옷이나 다 한국적인데 뭔가 모를 타국의 향기가 나는..



그런 와중에 나는 조금 더 '한국'적인 외모를 가지고 태어났다. 굳이 내 입으로 말하지 않는다면 단 한 번도 상대방에서 외모로만 놓고 보았을 때 중국 계열의 국적을 가졌는지 '들킨'적은 없었다. 오히려 내가 먼저 커밍아웃을 했을 때 못 믿겠다고 여권이라도 보여봐라,라고 한 사람은 있어도. 그런데 뭔가 묘하게도 다른 가족들은 안 그런데 유독 나는 씻지 않았을 때라던가, 조금 추레한 차림으로 있다거나, 회색 모노톤의 옷을 입을 때, 앞머리를 길러 이마를 훤히 드러내는 스타일 등을 했을 때 '조선족' 같다는 말을 듣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비하하는 의미로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조금 덜 세련되고 꾸밈이 적은, 그런 뉘앙스를 대변하는 느낌으로 '조선족'이라는 말을 사용해 주변 친구들이나 가족들이 웃으며 나를 놀렸다. 같은 피를 나눈 오빠는 그런 느낌이 아예 없는데 나만 왜 그러지 하고 농담 속에서도 조오금 상처를 받기도 했다. 특히 나를 제일 자주 놀리는 것은 우리 아버지. 그래서 하루는 아버지에게 나도 농담을 받아주는 척하면서 아빠가 이렇게 낳았으면서 왜 놀리냐고 웃음 속에 화를 포장해서 버럭 소리친적이 있기도 했다. 그에 대한 대답으로 아버지는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괜찮아, 우리 딸. 조선족이지만 세상에서 제일 세련되고 멋진 흑룡강 출신의 조선족처럼 보여!"



참내, 어이가 없어서 실소를 터뜨려서 화도 못 내겠다. 내가 졌다.


keyword
구독자 43
이전 05화대학교 중국어 수업 도강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