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의외성 - 이 신비로운 혼란

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모른다

by 박민우
조지아 카즈베기 주타 트레킹

예전에 호스피스 병동에 종일 머무른 적이 있었어요. 프리랜서 기자로 일할 때 취재를 간 거였죠. 기대 수명이 3개월 이내인 환자들이 대부분이었어요. 신혼부부였는데 남편이 입원해 있었고, 아내가 간호를 하더군요. 아내가 같이 누워서 꼭 안고 있는 모습이 너무 가슴 아프더라고요. 어떤 환자는 겉으로 보기엔 너무 멀쩡해서, 병의 위중을 겉모습만으로는 가늠할 수 없다는 걸 알았죠. 한 여자가 살려달라고 비명을 질러요. 간호사나 간병인이 마침 없더라고요. 저만 그 방을 지나치고 있었죠.


-아, 빨리빨리 좀 주물러 줘요.


여자였는데 종양이 온몸으로 퍼진 상황이었어요. 얼굴과 등까지 골프공만 한 종양으로 가득하더라고요. 한쪽엔 배변 주머니가 보이더라고요. 처음 봤어요. 배변 주머니라는 거요. 그녀에게 제가 몹시 무서워한다는 걸 감추기 위해 더 천천히, 정성을 다해서 어깨와 등을 주물러 줬어요. 그렇게 큰 종양을 손으로 만져본 것도 처음이었어요. 너무너무 통증이 심해서 죽을 것 같대요. 실제로 '거의 죽음'을 인정받은 사람이기도 하죠. 그녀의 직업은 의외로 간호사더군요. 나이도 쉰 살이 채 안 됐어요. 의료인은 막연히 더 건강할 거라고 생각하잖아요. 그렇지도 않더라고요. 정신과 의사가 자살을 하고, 우울증을 앓는 게 이상하죠? 그런데 엄연한 현실이죠.

2016년 전혜진 이대 목동 병원 가정의학과 교수가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의사가 일반인에 비해 암유병률이 3배나 높게 나왔어요. 의외죠? 예전에 한양대학교에 간 적 있는데 의대생 서른 명 정도가 줄줄이 앉아서 담배를 피우고 있더군요. 2016년 남자 의사 평균 흡연율이 23.3%로 일반 남자 흡연율 38%보다는 낮지만 역시 의외 아닌가요? 백해무익한 걸 누구보다 잘 알지만, 피울 수밖에 없어요. 그만큼 스트레스가 크다는 걸 알 수 있죠. 이건 확실한 건 아닌데 페이스북에서 누가 그러더라고요. 하버드 대학교를 졸업한 의사들의 우울증이 18% 정도래요.


예전에 KBS에서 방영한 다큐멘터리 <어떤 죽음, 어느 의사의 마지막 날들>에서는 말기 췌장암 의사가 나와요. 아내도 의사고, 딸도 의사인 의사 집안이죠. 게다가 호스피스 병원을 직접 운영해요. 수많은 말기 환자들을 떠나보낸 죽음 전문가죠. 제작진이 암투병 촬영을 제의하자 너무도 반가워하더군요. 역시 이 사람은 여유 있게 최후를 맞이하겠어. 웬걸요. 증세가 심해지니까 수면 진통제를 강력히 요구해요. 아내는 또 안 줘요. 그건 최후에 쓰자고요. 말기 췌장암 환자가 달라는데, 본인도 의사인 사람이 애원하는데, 그녀가 말한 최후는 도대체 언제일까요? 게다가 남편은 심폐 소생술과 연명 치료를 거부한다고 확실히 말해 뒀어요. 아내는 의식이 사라지는 남편에게 심폐 소생술을 실시하더군요. 하루라도 더 곁에 두고 싶어서요. 남편의 장례식이 끝나는 날 아내는 주저앉아서 펑펑 울더군요.


숨도 못 쉬고 집중해서 봤던 다큐멘터리였어요. 죽음은 순서대로 오지도 않고, 가려가면서 오지도 않고, 능숙해질 수도 없는 건가 봐요. 우리는 에베레스트 산 정상에 오른 사람을 존경하지만, 어쩌면 우리의 마지막 관문은 모두에게 에베레스트 산일 거예요. 그 이상일 수도 있고요. 하지만 모두가 무사히(?) 죽음을 완결하는 걸 보면, 우리 안엔 우리가 모르는 초인적 의지가 있는 걸지도 모르죠. 제 외할머니도 마지막 며칠은 곡기를 끊으시더군요. 준비를 하신 거죠. 지지부진한 승부의 종지부를 그렇게 끊어내셨어요.


겁을 먹자는 야기를 하려는 건 아니고요. 준비를 하자는 것도 아니에요. 오히려 반대죠. 대비할 수 있는 게 있고, 없는 게 있죠. 살아 있는 동안은 열심히 긍정하고, 그 순간을 어쩔 수 없이 감당해야 할 때는 겸손한 마음으로 내 안의 초인을 끌어와야 한다는 거죠. 끝도 없는 산을 등반하는 마음으로, 100km를 완주하는 철인의 마음으로 함부로 끝을 기대하지 않으면서 한 발작, 한 발작 다가가야 한다는 거죠.


잘 죽는 삶이, 결국 가장 성공적인 삶이 아닐까 싶어요.


PS 매일 글을 씁니다. 우리에게 남은 날이 며칠인지 세지 말고, 우리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하나씩 지워가면서 살아요. 지운다고 하지 말고 채운다로 바꿔 볼까요? 하나씩 즐거움으로 채운 평생 달력을 안고, 기쁜 마음으로 최후를 기다리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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