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치우다 우연히 이 종이 쪼가리를 발견했다. 상해에서 서울 오는 비행 티켓. 그 날 생각이 났다. 2013년 가을, 이 티켓을 손에 쥔 날은 395일의 홈리스 생활을 마치는 날이었다. 서울 집에 도착했고, 배낭을 내려놓으니 엄마는 그것을 들어 쓰레기장에 던져버렸다. 내 방에 와서도 며칠은 여전히 이불 대신 쓰던 침낭을 덮고 잠을 잤고, 수염이나 머리도 예전처럼 깎지 않고 지냈다. 동쪽이 나를 당겨줄 거라는 막연한 믿음으로 서쪽을 보며 걸었던 떠돌이 생활. 영원할 줄 알았지만 끝이 있었다. 지구에 원을 그리는 데 걸린 시간은 고작 395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