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까운 젊음을 낭비하지 않는 유일한 방법!

혼독, 혼자라면 읽을 때다 11

by 리치보이 richboy

2혼독 - 혼자라면, 읽을 때다

2부. 혼자라면, 읽을 때다



11. 혼자라면, 읽을 때다




“그대의 고독 속으로 달아나라!

그대는 하찮고 가련한 것들과 너무 가까이서 살아왔다. “


니체,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중에서




몇 해 전 어느 가을 나는 국방부로부터 걸려온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매 년 두 번에 걸쳐 사병들을 위해 진중문고를 선정, 전국의 부대에 배포하고 있는데, 올해 하반기 진중문고의 경제경영 분야 선정위원으로 나를 위촉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독서가로서 또 리뷰어로서 ‘좋은 책은 가급적 모두에게 널리 알려야 한다’고 소명처럼 여기고 있는 내가 그 제안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그 후 진중문고와 인연이 되어 국군방송 '명강특강'이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독서와 관련한 몇 번의 특강을 방송으로 녹화하는 기회도 얻었다. 특강 방송에 참여한 후 강의한 내용은 가물가물하지만 유독 지금까지 나의 뇌리에 오랫동안 남는 건 방청객으로 왔던 젊은 청년 군인들의 빛나는 눈빛이었다. 강의를 하는 내내 열중하고 있던 그들의 눈에서 강렬한 뭔가를 느꼈다. 그들의 눈빛은 여느 강연 때의 청중들과는 또 다른 절실함, 아니 배고픔 같은 것이었다.



“신이시여, 왜 청춘이 젊음에게 와서 낭비되는지 우리에게 그 이유를 말해주소서. God, tell us the reason youth is wasted on the young.”



극작가 버나드 쇼가 20대 청춘의 시기에 대해 한 말이다. 우리나라 젊은이의 대부분은 2년(많게는 2년 3개월)이라는 황금 같은 청춘의 시간을 군대에서 보내고 있다. 김난도 교수의 어느 책에서 언급한 인생시계(나이 한 살을 먹을 때마다 시곗바늘이 18분씩 흐른다)에 의하면 20대는 오전 6시 첫새벽이다(난 해가 뉘엿거리는 오후 4시다, OMG). 원하는 무엇이든 될 수 있고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의 시간을, 안타깝게도 속절없이 '몸으로 때우는 시간'으로 보내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10년 전 군인 복지실태조사’에 따르면 병사들의 독서량은 매월 평균 2권으로 1년에 24권 정도를 읽었다. '병장 때 하루 책 한 권씩 안 읽어본 놈 없다'는 농담은 거짓이 아니었다. 이는 비슷한 시기에 조사한 직장인(취업포털 커리어가 직장인 786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의 한 달 평균 독서량 0.8권의 두 배가 훨씬 넘는 수치다.


그럼 사회에서는 좀처럼 읽지 않던 책을 왜 군인이 되어서 더 많이 읽는 것일까? 군대라는 폐쇄공간에서 그 이유를 찾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수많은 예비역 출신 지인들을 상대로 ‘군대에서 유독 책을 읽은 이유’에 대해 물었더니 공통된 의견은 정말 의외였다. ‘속절없이 흘러가는 시간이 너무 아까워서’였다. 다시 말해 병사들이 영내에서 애써 책을 읽는 건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시공간적 제약에 있는 사람들이 ‘흘러가는 시간을 빼앗기고 싶지 않다’는 절박함 때문이었다. 그리고 병영에서의 독서경험은 그들이 사회에 나와서도 독서가가 되는데 적잖은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병사들은 '시공간적 제약' 즉, 비록 나는 어쩔 수 없이 세상(사회)과 잠시 떨어져 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이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아서 책을 집어 들었다. 그 점에서 흐르는 시간을 내게 유익한 시간으로 만드는 방법 중 가성비가 '짱'인 것으로 '독서'를 꼽은 것이다.


여기서 생각을 좀 더 확장해 본다면,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시간을 빼앗기고 있는 사람’은 비단 병사뿐 아니라 의외로 많다. 병원에 누워있는 환자, 심지어 지하철, 버스 등 대중교통 속에서 장시간 출퇴근을 견뎌야 하는 직장인 심지어 감옥에 수감된 죄수들까지... 뒤집어서 생각해 보면 ‘시공간의 제약 속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 독서가가 되기 위한 훌륭한 요건을 갖춘 사람들이다.


그래서 군대를 비롯해 병상, 감옥, 지하철처럼 '시공간적 제약'에 의해 어쩔 수 없이 혼자된 사람들의 책 읽기를 살펴볼까 한다. 나아가 '시공간적 제약의 장점'을 깨닫고 스스로 혼자가 되는 ‘자발적 구속’을 통해 성공한 사람들도 살폈다.


“나는 내가 죽을 날까지 몇 권의 책을 읽을 수 있을지를 계산하고 난 후부터 독서할 책을 더욱 엄선하고 있다.”



논픽션 저널리스트이자 일본의 지성(知聖)이라 불리는 다치바나 다카시가 칠십에 가까운 어느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죽는 날까지 앞으로 몇 권을 더 읽을 수 있을까 고민했다는 건 그가 얼마나 대단한 독서가인지를 짐작케 함과 동시에 ‘유한한 시간의 효율성'을 따지며 하루를 사는가를 가늠케 한다. 그에 비하면 난 얼마나 많은 시간을 허비하고 살았던가.


앞으로 소개할 인물들을 통해 쳥춘을 비롯한 여러분은 '속절없이 흐르는 시간을 정복한 독서가'로 거듭나는 기회로 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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