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터에 수백권의 책을 들고 갔던 독서광!

혼독 - 혼자라면, 읽을 때다 14

by 리치보이 richboy

2부. 혼자라면, 읽을 때다



14. 시공간의 제약을 기회로 만든 군인의 혼독

- 전장에 도서관을 들고나간 나폴레옹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는 이탈리아인도 아니고 프랑스인도 아닌 알제리 태생이다. 그는 지중해 서북부에 있는 작은 섬 코르시카에서 태어났다. 9살 때 브리엔에 있는 프랑스 왕립 군사학교에 입학한 소년 나폴레옹은 처음 1년간은 프랑스어를 새로 배워야 했는데, 어눌한 말솜씨에 심한 코르시카 사투리가 남아 있어 ‘너절한 촌놈’이라 불리며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많이 당했다.


창백한 얼굴빛과 비쩍 마른 데다가 유난히 작은 키 때문에 나폴레옹의 외투는 발뒤꿈치까지 내려와 질질 끌릴 정도였다. 친구들에게 많은 시달림을 받은 나폴레옹은 아예 아이들이 없는 헛간 같은 데에 홀로 파묻혀 책만 읽었다. 어쩔 수 없는 피난처 같은 선택이었지만 혼자 책 읽는 것이 그의 유일한 즐거움이었고, 책만이 그의 유일한 친구이자 안식처가 되었다.


성장해 가면서도 나폴레옹의 독서열은 식을 줄 몰랐다. 15세에 파리의 사관학교에 입학한 나폴레옹은 여전히 고독했으며 독서에 빠져 생활했다. 사관생도 시절 나폴레옹은 값싼 이층 방에 세 들어 살았다. 동료들이 음주가무에 취해 웃고 떠드는 가운데에도 나폴레옹은 오로지 독서에 열중했다. 독서하며 자기만의 상상에 빠지는 것 외에 나폴레옹에게 다른 즐거움은 없었다.

나폴레옹은 책을 통해서 한편으로는 동료들로부터 소외당한 설움을 달랬고, 다른 한편으로는 <플루타르크 영웅전> 같은 영웅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역사의 중요성과 함께 사람이 서로 다른 환경을 어떻게 극복하며 살아왔는가를 깨닫게 되었다. 또 독서를 통해 나폴레옹은 뛰어난 분석력과 집중력을 지니게 되었으며, 토론이나 연설에서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치밀한 논리를 소유하게 되었다.


그가 읽은 책 중에서도 그의 평생을 지배한 책은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영웅들을 짝을 지어 비교 편집한 독특한 전기로 종합 위인전에 해당하는 <플루타르크 영웅전>, 그중에서도 '알렉산드로스'와 '카이사르'였다. 그러나 그에게 무엇보다도 중요한 책은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이었다. 당시 마키아벨리는 유럽에서 다시 인기를 끌고 있었다. 인간에 대한 경멸과 인간을 조종하는 방법에 관심이 컸던 나폴레옹에게 마키아벨리는 누구보다도 친숙한 스승이자 친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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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레옹의 독서 범위는 대단했다. 포병장교로서 알아야 할 포격의 원리와 역사, 포위 공격법, 사거리 측정법 등을 비롯해서 페르시아의 역사, 스파르타의 전술, 이집트의 역사, 인도의 지리, 영국사, 프리드리히 대왕 전기, 프랑스의 재정론이나 몽고인 미 터키인의 풍속, 천문학, 지질학, 기상학, 인구론에 이르기까지 참으로 다양했다. 특히 그는 수학과 역사에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정치에서 재정, 천문, 지질, 기상, 인구론 등 폭넓은 책을 읽었다.


그는 책을 대충 읽는 게 아니라, 언제나 정독하였다. 또 책을 읽은 후에는 반드시 발췌록을 만들어 두거나, 메모를 남겨 두었다. 나폴레옹은 ‘잘 정리된 서랍 같은 두뇌’라 불릴 만큼 기억력이 뛰어났는데, 독서하면서 메모를 하는 습관 덕분이다.

독서를 통해 위인들의 결단력과 실천력을 배운 것은 나폴레옹에게 실로 어마어마한 재산이었다. 인물들의 변화무쌍한 상상력과 아이디어를 배웠고, 대군을 통솔하는 지략과 세계를 제압할 수 있는 힘을 책을 통해 배웠다. 이런 능력들이 점차적으로 누적되자, 나폴레옹의 마음속에는 자연스럽게 야망이 싹터 올랐다.


광대한 구상력과 끝없는 현실 파악의 지적 능력을 갖춘 그의 머릿속은 이미 프랑스와 유럽의 넓은 공간을 정복하고 있었다. 홀로 고독하게 독서만 하던 나폴레옹은 영웅으로서의 내면적 특질을 하나하나 쌓아갔다. 단호한 결단력, 강철같이 굳은 의지, 정력 넘치는 웅변력, 광활한 상상력이 사람들 앞에 그 모습을 나타내기 시작하자, 프랑스 국민은 열렬히 그를 지지하였고, 나폴레옹은 한두 마디의 선언과 포고만으로도 병사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나폴레옹이 이처럼 뛰어난 능력을 보이며 눈부신 전과를 올리자 국민들의 뜨거운 지지를 받자, 이를 시기하는 세력들은 그에게 이집트 원정을 명령한다. 무참히 패하고 오기를 바란 뜻이었다. 하지만 그는 이집트와 시리아를 정복하고 30세의 나이에 6만의 군대를 이끌고 알프스를 넘으며 대부분의 원정에서 큰 승리를 거두어 프랑스의 영토를 확장하였다.


29세의 나이로 이집트 원정 사령관이 된 나폴레옹은 38,000여 명에 이르는 원정군을 조직할 때, 군인뿐 아니라 학자, 과학 기술자, 예술가들도 함께 포함시켰다. 또한 그는 단기간의 원정임에도 1,000여 권의 책도 가지고 갔다. 원정의 목적이 영토 정복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독서가 나폴 레옹답게 그는 문화 정복까지 꿈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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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레옹은 전쟁 중 막사에서도 틈만 나면 책을 읽고, 심지어 말 타고 이동하면서도 책을 읽었다. 말 위에서 책을 읽은 다음에는 그 책을 말 뒤로 던져버리는 이상한 버릇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나폴레옹은 전쟁의 실제적인 기술이나 병법을 모두 책을 통해서 터득했다.

그는 행군하는 동안 말 위에서 책을 읽고 잠을 잤다. 게다가 총알과 포탄이 날아드는 위급한 상황에서도 그는 책 읽기를 멈추지 않았다. 나폴레옹은 어린 시절부터 책을 읽어오면서 책이 주는 유익함을 터득하고 있었기 때문에, 지금 눈앞에 대포알이 날아다니지만, 이 전쟁을 이기게 하는 힘은 책 속에 있다는 것을 아주 잘 이해하고 있었다.


또한 나폴레옹은 전쟁에서 매번 승리하는 백전불패의 전쟁영웅으로 거듭나는데 독서하면서 습득한 ‘상상력’이 큰 영향을 미쳤다. 그는 습관적으로 반복되던 전투 방식을 거부하고 새로운 전술을 도입해 상대방의 허를 찌르는 전법을 다양하게 구사하며 휘하의 어떤 참모들보다 본인이 뛰어난 전략가이자 전술가로 거듭났다. 나폴레옹의 지식과 상상은 단순히 전투만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그는 이집트 원정에서 이집트를 군사적으로 굴복시켰을 뿐 아니라, 이집트의 문화를 드러내 빛나게 하는 역할도 하였다.


로제타스톤을 발굴하여 세상에 드러낸 것도, 오늘날의 UN, 유로 화폐, 유럽 재판소, 통일된 도량형 등 세상을 소통케 하는 다양한 제도의 시작도 그에게서 비롯되었다.

독서광 나폴레옹은 영웅이기 이전에 한 사람의 인격자였다. 베토벤이 나폴레옹을 존경한 것은 나폴레옹의 영웅으로서의 모습이 아니라, 인간 나폴레옹의 인격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베토벤은 나폴레옹을 위해 ‘보나빠르트에게 보내는 헌시’를 작곡하기도 했지만, 그가 황제가 되자 실망하여 속물이라고 부르며, 곡의 이름을 바꿔버렸다. 그 작품이 바로 ‘영웅’ 교향곡이다.


괴테도, 하이네도 나폴레옹을 존경했다. 괴테가 나폴레옹을 숭배한 나머지 그를 ‘참 인간’이라고까지 표현한 것은 나폴레옹이 자신의 책 <파우스트>를 네 차례씩이나 읽어준 것에 대한 보답 차원에서 한 말이 아니라 그가 훌륭한 군인 이전에 최고의 문학 애호가였기에 때문이다.


평생을 전쟁 속에서 살았고, 평생을 독서 속에서 살았던 나폴레옹은 괴로울 때에도, 행복한 시절에도 독서했고, 심지어 죽기 직전에도 독서했다. 황제가 된 이후 나폴레옹의 독서는 지식을 얻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유일한 휴식이었다. 그는 틈만 나면 아무 책이나 집어 들고 거기에 파묻혔다. 하지만 정복의 화신이었던 그도 자신의 승리에 도취돼 책을 멀리한 순간 무참히 패배하고 말았다.


나폴레옹은 모스크바 원정에 실패하여 지중해의 엘바섬에 유배되었다가, 그곳을 탈출한 후 다시 워털루 전투에 나섰다가 패배하여 머나먼 세인트 헬레나 섬에 유배되었고, 그는 거기서 죽었다. 그가 평생 함께 했던 책을 곁에 두고 죽었다. 젊은 시절 한때 먹고살 것이 없어서, 자신이 그토록 아끼던 책을 거리에 펼쳐 놓고 그것을 팔아 생계를 유지하기도 했던 그 책들은 세인트 헬레나의 유배지에서 변질되고 상한 음식이 제공되는 고통과 고독 속에서 그나마 그를 위로할 수 있는 유일한 힘이기도 했다.

헛된 일을 하느라 쓸데없이 바쁜 우리에게, 나폴레옹은 “나는 독서할 시간 때문에, 다른 일을 할 시간이 없다.”라고 말했다. 그가 총알이 날아오는, 화살이 날아오는 급박한 현장에서도 생명을 구할 방책을 책에서 구했다면, 우리는 하루하루의 삶에서 삶을 보전하고 행복을 느끼기 위해서 독서가 더더욱 필요하지 않을까? 어떤 일을 이루기 위해 항상 무언가를 쫓고 무언가에 쫓기고 있다. 하지만 실상 그 일을 성공으로 이끌기 위한 길은 책 속에 있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지 당신은 짐작이 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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