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는 총들고 밤에는 괴테 책을 읽었던 혁명의 아이콘!

혼독 - 혼자라면, 읽을 때다 12

by 리치보이 richboy

혼독 - 혼자라면, 읽을 때다 14

2부. 혼자라면, 읽을 때다



12. 시공간의 제약을 기회로 만든 군인의 혼독



“좋은 책은 언제든지 우리에게 무엇인가를 제공하면서, 그러나 그 자신은 어떠한 것도 우리에게 요구하지 않는다. 책은 우리가 듣고 싶어 할 때 말해 주고, 우리가 피로를 느낄 때 침묵을 지켜준다. 책은 몇 달이나 몇 해나 참으로 참을성 있게 우리들이 오기를 기다리며, 그리하여 설령 우리들이 마지못해 다시 그것을 손에 든 때라도 결코 우리의 감정을 상하게 하는 말을 하지 않고, 마치 최초의 그날과 같이 친절하게 말해 준다.

그러므로 책을 가지고 있고, 그것을 읽을 성의가 있는 사람이라면, 그는 결코 불행하다고 할 수 없다. 이 지상에서 가질 수 있는 가장 좋은 친구가 있는데 왜 그가 불행해야 된단 말인가?” - E.P. 에른스트



베스트셀러 작가 사이토 다카시는 자신의 책 <혼자 있는 시간의 힘>에서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누구에게나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소속된 집단이 없거나 주위에 친한 친구가 없으면 우리는 쉽게 ‘외롭다’고 느낀다. 하지만 그 외로움을 달래려 사람에 휩쓸리다 보면 관계에 필요 이상의 힘을 쏟게 되고 나중엔 더 외로워진다. 하지만 ‘그들 속의 나 one of them’로 살기 위해 태어난 사람은 없다. 혼자일 때 ‘온전한 나 me’로 성장할 수 있다. 그럼 혼자서 무엇을 해야 할까? 이에 대해 사이토 다카시는 <고독의 기술>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혼자서 뭔가에 푹 빠져 있는 사람은 강하다. 역사에 이름을 남긴 문학가나 예술가 중에는 사교계에서 화려한 인맥을 자랑하며 성공한 커뮤니케이션의 달인도 있지만 감옥에서 사람들과 거의 말을 섞지 않은 채 격리되어 괴로움과 쓰라림을 맛본 사람도 있다. 기질이나 상황은 달라도 모두 일정한 시기에 혼자 시간을 보내며 고독의 기술을 닦은 것이다. (중략)

교양을 쌓고 자신의 가치를 정확히 파악하는 데 절대로 빠뜨릴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독서다. 혼자일 때 책 읽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 생각하겠지만 볼거리, 즐길 거리가 극단적으로 늘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책 읽는 법을 익히지 못한 사람은 엄청나게 많다. 독서를 하는 사람과 하지 않는 사람은 10년, 20년 후 인간적인 매력에 있어 큰 차이가 난다."



지금 이 시간에도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시간을 빼앗기고 있는 사람’은 의외로 많다. 병원에 누워있는 환자, 심지어 지하철, 버스 등 대중교통 속에서 장시간 출퇴근을 견뎌야 하는 직장인 심지어 감옥에 수감된 죄수들까지... 이렇듯 ‘시공간의 제약 속에 사는 사람들’은 속절없이 흐르는 시간을 아까워하지만 ‘별 다른 수가 없다’고 생각하고 버티듯 흘려버린다. 하지만 나는 반대로 이들 모두 독서가가 되기 위한 요건을 갖췄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군대, 병상, 감옥, 지하철처럼 환경의 제약 때문에 다른 일을 할 수 없고, 그래서 ‘아까운 시간’을 보낸 사람들이 독서를 통해 인생의 소중한 시간을 효과적으로 활용해 성공한 사람들의 사례를 수백 권의 책을 추적했다. 나아가 ‘시공간의 환경적 제약이 주는 장점’을 깨닫고 스스로 집이나 도서관 등에서 ‘자발적 구속’을 통해 성공한 사람들도 함께 살폈다. 시간은 내가 무엇을 하든 물 흐르듯 흘러버린다. 붙잡을 수도 붙들어 맬 수도 없는 시간이지만, 잘 활용하기만 하면 웅덩이에 가둬놓듯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



(1) 군인의 혼독



인류 역사상 가장 광활한 영토를 정복한 알렉산더 대왕은 원정 때마다 책을 지니고 다녔고,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는 4주 동안 이집트 원정을 떠날 때도 1,000여 권의 책을 싣고 떠났다. 생사가 오락가락하는 긴박한 전장에서 이들은 왜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던 것일까? 독서는 정답이 없는 세상에서 바르게 그리고 나답게 살기 위한 하나의 방법론이다. 따라서 독서는 때로는 현실에 대한 비판과 변화를 촉구한다. 책이 가르치지 않아도 책을 읽다가 보면 내가 걸어가고 있는 길이 보이고, 다다를 종착지도 보게 한다. 소개하는 군인들에게 독서는 스스로에게 나를 위해 그리고 나라를 위해 혁명해야 함을 일깨우는 독서였다.



- 독서로 자기 혁명을 했던 체 게바라



“많은 사람들이 나를 모험가라고 부른다. 그러나 나는 그저 독특한 개성을 지닌 사람이고, 진부함을 입증하기 위해서 위험을 무릅쓴 사람들 중의 한 명일뿐이다.”


아르헨티나 출신의 사회주의 혁명가이자 정치가이며, 의사였고 저술가였던 쿠바 게릴라 지도자. 검은 베레모에 손질하지 않은 긴 머리칼, 그리고 텁수룩한 턱수염을 가진 정열적인 눈빛의 사나이. 굳게 다문 입술의 체 게바라가 한 말이다.

아르헨티나의 촉망받는 의사 출신으로 인간을 옭아매는 모든 독재에 대항하기 위해 전 세계 전장을 뛰어다닌, 오로지 옳음을 추구한 혁명가였던 이 사내는 사실, 낮에는 전투에 미치고, 밤에는 괴테에 미쳤던 엄청난 독서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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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를 꿈꾸던 청년 체 게바라가 어떻게 혁명가의 길을 걷게 되는지는 영화 <모터사이클 다이어리>이 잘 설명한다. 의대생 체 게바라는 대학 졸업여행차 떠난 남미 여행에서 가난에 찌든 민중의 아우성을 목격한 뒤 스스로 ‘인간의 질병을 고치는 것보다, 이 세계의 모순을 치유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결심한 후 혁명가가 된다.

아픈 사람을 살리는 휴머니스트에서 비록 가슴에 품은 꿈이 실현 불가능할지라도 앞으로 나아갈 용기가 있는 그런 이상주의자로 변신했다. 체 게바라의 몸에는 아르헨티나의 피가 흘렀지만, 문화적 경제적으로 그는 전 남미를 위한 억압받는 민중과 뜻을 같이 했다.


그의 혁명사를 기리는 책들은 적지 않다. 여기서 내가 그에게 주목한 점은 그가 자유만큼이나 '독서를 사랑하는 인간'이었다는 점이다. 한낮에 게릴라 전투를 벌이는 날에도 밤에는 날이 새는 줄도 모르고 독서를 했다. 천식을 앓고 있어 육체적 고통이 항상 따랐던 그였지만 포화 소리가 사라진 밤이면 어김없이 책을 폈다.


체 게바라가 자주 읽었던 작가는 ‘괴테’였으며, 프랑스 시를 읽을 때면 어김없이 ‘랭보’와 ‘보들레르’의 시를 읽었다. 체 게바라는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를 여섯 번 읽었고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읽은 후에는 인류 지식의 금자탑이라고 칭찬하며 아꼈다. 그의 몸은 비록 낯선 타국에서 게릴라전을 하고 있지만, 언제든 일단 책을 잡기만 하면 정신만큼은 자신의 나라 아르헨티나의 도서관 한 곳을 자리 잡고 책에 열중하는 여느 독서가와 다름없었다.


체 게바라는 어려서부터 모든 고전을 즐겼고, 특히 간디와 네루의 책을 좋아했다. 어려서부터 가진 습관 중 하나는 책을 읽으면 반드시 독서노트를 작성하는 것이었다. 그가 처음 쓴 165쪽짜리 독서노트는 저명한 철학자들의 간략한 전기와 인용문을 알파벳순으로 정리한 것이었다.

심지어 그는 아버지 서재에 있던 25권의 방대한 세계사를 읽은 뒤에도 독서 문헌 목록을 작성하기도 했다. 수많은 전투와 게릴라전을 펼치면서도 그는 언제 어디서나 틈만 생기면 밀러, 프루스트, 포크너, 사르트르의 책을 읽었고, 농민과 병사들에게는 세르반테스와 스티븐슨, 네루다의 책을 읽어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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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열심히 읽고 자기 인생을 능동적으로 개척해 나가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다면 그 아이가 꼭 정치가나 의사와 같은 화려한 직업을 갖지 않아도 괜찮다. 좀 극단적으로 말해 테러리스트가 되면 어떠랴. 낭만과 사상을 가진 테러리스트라면 그것도 근사한 일 아닌가.”


일본의 대표적인 다독가 마쓰오카 세이고가 <창조적 책 읽기, 다독술이 답이다>에서 한 말인데, 난 이 대목을 읽으며 바로 체 게바라를 떠올렸다. “우리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가슴에는 불가능한 이상을 품자.”며 부조리한 세상, 속물들이 판치는 세상에 총을 들고 맞서 싸웠던 순진하리만치 순수한 청년 체 게바라. 불꽃같이 살다 간 그의 인생을 만나다 보면 그동안 잊고 산 청춘의 시간들을 떠올리게 된다.


요즘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현실이 두려워 행동하기 전에 미리 불가능한 이유와 핑계를 대며 움직이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안타깝게도 '시작도 하기 전에 자신에게 져서 미리 포기'한 것이다. 부모의 몸을 빌려 이 세상에 잠시 놀러 온 난 많이 살아야 백년이다.

자신이 믿는 사상과 신념을 위해 모든 땀과 노력을 쏟으며 열중하며 ‘나답게 사는 법’을 보여준 체 게바라는 이렇게 말한다.


"이곳은 전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격전지다. 나는 우리가 콩고에서 제국주의자들에게 일격을 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레방아를 향해 질주하는 돈키호테처럼 나는 녹슬지 않는 창을 가슴에 지닌 채 자유를 얻는 그날까지 앞으로만, 앞으로만 달려갈 것이다."



낮에는 게릴라로서 세상을 바꾸는 혁명을 했던 체 게바라는, 매일 밤 책을 읽으며 자신을 먼저 ‘자기 혁명’을 했다. 그는 평소 “만일 네가 항상 부조리에 대해서 분노를 느낀다면 너는 곧 내 동료이다.”라는 말을 자주 했다. 어제 보다 나은 나를 위해,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책을 집어 든다면, 그 순간 당신은 체 게바라의 동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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