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 라켓 어딘가엔 ‘스위트 스폿(Sweet Spot)’이 있습니다. 말 그대로 '달콤한 곳'인데요. 적은 힘을 들여 원하는 지점에 빠르게 도달할 수 있는 최적의 지점. 요즘 시대정신에 딱 맞는 곳이어서인지, 테린이들의 꿈은 ‘스위트 스폿 발굴’입니다. 사실 테니스뿐만 아니라 야구, 탁구 등에서도 쓰이는 용어인데, 이곳만 찾는다면 구력 1~2년을 뛰어넘는 건 일도 아닙니다. 한 해를 벌 수 있는 것이죠.
구력으로는 1년 반이 넘었지만, 스위트 스폿 찾기에 애를 먹고 있습니다. 봄 날씨가 완연한 오늘이 그랬습니다. 잘 맞는 날엔, 꿀을 발라놓은 듯 잘하지만 못하는 날엔 도저히 감을 잡지 못합니다. 네트에 처박히거나 라켓 테두리에 맞고 공이 밖으로 나가기도 합니다. 여기에 서브를 두 번 놓치는 더블 폴트(Double Fault)는 빠져도 될 텐데, 빠지지 않습니다.
누군가는 6개월 만에도 찾는다는 '스위트 스폿'을 왜 아직도 못 찾고 있을까요. 사실 머리로는 알고 있습니다. 결과를 빨리 보고 싶기 때문이죠. 멋진 샷이 얼마나 잘 갔는지, 혹은 행운의 샷은 아닐지 말이죠. 이런 마음은 복잡해서 풀기도 어렵습니다. 잘 쳤다고 생각해서 공을 쳐다보지 않으면 자만입니다. 못 쳤다고 생각하면 의심인데, 결국 망하는 건 매한가지입니다.
“공을 끝까지 봐라. 라켓에 닿고 나서도”라는 '스위트 스폿' 공략집이 마음처럼 되지 않는 이유입니다. 무엇이든 빠르게 결과를 볼 수 있는 세상에서 어쩌면 당연한 것일 텐데요. 굳이 테니스가 아니라도, 우리는 쿠팡에서, 배민에서, 네이버에서 양질의 제품과 음식과 정보를 손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아무렴 ‘잘 친 공’ 따위에 흥분하지 않아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테니스가 또 능글맞게 잘 쳐야 하는 이유를 알려줍니다. '결과 중독(feat. 속전속결)' 사회에서 적어도 테니스에선 결과보단 과정을 손에 쥐는 연습을 하라고요. 이 훈련이 되지 않으면, 꿈이든 사명이든 무엇인가를 놓칠 수 있다고 깨달았습니다. 위대함은 둘째치고 쿠팡에선 돈을 잃고, 배민에선 건강을 잃고, 네이버에선 지혜를 잃고 있죠. 역설적으로 '스위트 스폿'에 도달하려면, 결과보다 과정을 손에서 놓지 말자. 다짐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