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난? 나에게 넌? - 2
사랑하는데 왜 헤어져야 하는 걸까? 어떤 드라마에서 이러더라 "사랑해! 많이 사랑해 ,,, 우리 헤어져!"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인 걸까? 사랑하는데 왜 헤어져? 드라마에서나 들리던 이 대사는 우리 생활에서도 자주 일어난다. 한쪽이 너무 아픈 병에 걸려 다른 사람이 아파하는 걸 보기 두려워 거짓말을 하는 경우일 수 있고, 또는 바람을 피우다가 걸릴까 봐 변명으로 사랑하지만 헤어진다는 개수작을 부리는 경우다.
뭐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이 정도로 설명을 하고 내가 왜 지랄 같던 이별의 끝이라고 하는지 나의 연애 이야기 마지막 시리즈를 하려고 한다.
횡단보도에서 어처구니없게 헤어지던 날 그 이후 나에게 찾아온 병마는 이름도 잘 모르는 희귀 난치병이었다. 그는 내게 이별의 아픔도 선물했지만 내 몸에 시한폭탄처럼 언제 터질지 모르는 병마도 같이 선물했다. 그 시한폭탄은 내가 많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이따금씩 찾아와 나를 괴롭히고 나에게 온갖 고문을 같이 선사한다.
아프다는 단어도 모자라 설명할 수 없는 통증들로 고통을 준다. 만약 지옥이 있다면 이런 고통들이 가득한 곳일 터이다. 나는 헤어지고 나고 지옥을 경험했고, 점점 나의 증상들은 더 심해져만 같다. 그러기를 약 3년째가 될 무렵 아프기에 누굴 만날 수 없었고, 약을 먹는 모습을 들키기 싫었다. 약의 부작용으로 피부 트러블이 심해졌고, 예민해지기 시작하더니 소화도 안되고 점점 불안해지고 잠 못 이루기가 더 힘들어졌다. 그렇게 계속 통증들과 다른 불편한 증상들까지 생기면서 나의 삶은 점점 어둡기 시작했고, 밝은 빛은 너무 멀리 도망가버렸다.
그 사람이 내게 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런 내 모습조차도 사랑했던 사람. 그렇게 이쁜 맘으로 나를 바라봐주던 그와의 연애는 나를 좋은 사람으로 만들어 주었다. 내겐 처음이었던 나보다 연하인 그 사람,, 그 설렘,,,
처음 연하를 사귀게 되던 그해 겨울 우리는 아는 사람의 소개로 깨톡을 주고받으며 친분을 만들었고, 그는 그 당시 유행하던 게임을 좋아한다며 나를 유저로 초대했다. 같은 게임을 하며 서로에게 필요한 아이템도 선물해주는 우리는 금세 친해졌고, 누나 동생 하며 가까워졌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난 어느 날 공휴일인데 "뭐 하냐"는 물음에 급하게 처리하지 못한 일이 생각 난 김에 "회사에 간다"라고 얘기했고, 그는 내게 "같이 있어도 되냐"라고 물었다. 일 하는 동안은 "심심할 텐데 괜찮겠냐"라고 하자, 그는 "누나랑 있으면 어디든 좋다"라고 말을 하며 약속시간을 정하고 내가 일하는 곳에서 만나 그는 옆에서 책을 읽고 나는 업무를 마무리하고 있었다.
그때 그가 나에게 물었다. "혹시 받고 싶은 선물 있냐"라고 나는 "무슨 선물이냐"라고 물었고, 그는 "남자가 여자한테 고백하려면 어떤 선물을 주는 게 좋냐"라고 물었다. 나는 그가 나에게 고백할 것 같다는 직감이 들었고, 나 역시 그가 좋아지고 있던 터라 음악 앱에서 "반지"가 들어간 노래로 내 마음을 전했다. 그는 처음엔 "이게 뭐예요?"라며 물었고, 나는 "잘 생각해보면 알 거야" 라며 답을 알려주지 않았다.
그러다 그가 며칠 뒤 같이 영화를 보며 걷는 데 물었다. "누나는 나 어떻게 생각하느냐"라고, 그래서 내가 말했다.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라고, 그러자 그는 "아니 좋은 사람 말고 남자로 생각하냐고 나는 누나 여자로 생각하는데 우리 사귀면 안 되냐"라고! "무슨 뜬금없이 그러냐"라고 묻자
그는 "계속 만날 때마다 생각했고, 처음 봤을 때부터 고백하고 싶었지만 용기가 안 났다고, 어떻게 하면 누나가 나를 좋아할까만 생각했다고 영화 보니까 누나가 나를 떠날까 봐 걱정돼서 오늘 잠을 못 잘 거 같아서 갑자기 말했다"라고 그날 우리가 봤던 영화는 러브픽션이었다.
그 영화의 줄거리는 대략 남자가 여자에게 첫눈에 반해 작업을 걸지만 도도한 그녀는 넘어가질 않다가 어느 날 그에게 넘어가는 일이 생기고 그러면서 둘의 연애가 계속되더니 결국 그도 그녀에게 질려버리자 그녀가 떠난 후 그는 후회를 하며 그녀에게 찾아간다는 뭐 그런 연애 이야기이다. 근데, 좀 남자 입장이 많이 나오는 영화라 공효진 배우의 겨드랑이 털이 인상 깊은 영화였다. 아마 보신 분들은 기억하실 명장면이었다.
결국 내가 준 수수께끼를 맞춘 그는 나에게 "종로에 가자"라고 했고, 나는 "종로는 왜 가냐"며 물었더니 선물 사러 간다고 했다. 그는 내게 반지를 맞추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제 누나라고 안 할 거예요. 그럼 우리 이제 사귀는 거 맞죠?"
그렇게 우린 사귀게 되었고, 나에게 한 없이 잘해주던 나를 아껴주고 이뻐해 주던 그도 역시나 나를 질려했고, 변했고 그러다 나의 생일 선물을 사러 가던 백화점에서 선물을 고르던 중 이별 통보를 받게 되었다.
준비 없이 시작된 이별은 약 3년 전의 나로 다시 데려갔고, 다시 아팠고, 그리움에 사무쳐서 미칠 거 같았다. 그와 한 것들이 다 처음이어서 너무 소중해서 너무 아름다워서 내가 너무 이뻤어서 그때로 돌아가고 싶었다. 다시 그에게 사랑받고 싶었고, 그를 사랑한다고 그와 함께하고 싶다고 매달리고 싶었다. 정말 그땐 제정신이 아니었던 거 같았다. 그의 사무실까지 찾아가서 기다리길 수차례 그의 할머니 병원까지 찾아가고 전화해서 받을 때까지 미친 듯이 전화를 걸었던 (그땐 전화번호를 삭제는 할 수 있어도 전화를 스팸 처리하는 기능은 없었다.)
매번 받지 않는 전화에 음성메시지를 남기면서 구질구질해지는 내가 너무 싫었다. 처음엔 내가 좋다면서 나만 있으면 다 된다며, 나를 만나고 다른 사람이 되는 거 같다며 그 말들은 모두 진심이 아니었던 거니? 왜 사람을 만나면서 점점 변하는 건데? 왜 내가 만나는 사람들은 다들 처음처럼 한결같지 않고 매번 달라지는 건데, 왜 나만 그러는 건데 ,,, 이렇게 전화기에 대고 녹음을 하고 있는데 그가 저 멀리서 씩씩거리며 걸어오고 있었다.
결국 그는 할머니 병원에서 나와서 근처 공중전화박스(내 전화를 안 받아서 공중전화로 걸었었다.)에 있는 내게 큰 소리로 "그만 좀 하라고! 지겹다고! 원래 이런 놈이니까 그만 좀 오라고!!" 소리치고는 경멸하는 눈빛으로 나를 째려보며 돌아갔다.
나는 그가 가는 뒷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만 보다가 그렇게 주저앉아 바닥에 떨어지는 눈물방울을 세다 보니 눈물방울이 아니라 빗방울이 내리고 있었는데 몰랐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다리에 쥐가 나기 시작했다. 주체 없이 흐르던 눈물도 싹 말라버렸고, 축축했던 땅도 언제 비가 왔냐는 듯 메말라가고 있었다. 이렇게 내가 무너질 수는 없기에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집으로 걸어갔다. 그렇게 나는 또 한 번의 이별을 겪어야만 했고, 그 아름답던 나의 사랑이 한순간에 지랄 같은 이별로 또다시 나의 마음에 파고 들어서 생체기를 남겼다.
그를 잊으려 다른 사람을 만나기도 하고, 돈 많은 사람에게 팔려라도 가야 하나 싶어 나 좋다는 놈팡이를 만나 보기도 했다. 의사라는데 전혀 의사 같지 않은 이상한 노인네였다. 만나지도 않은 나와 일본 여행을 그것도 2박 3일이 말이 되나?? 어처구니가 없어 그 사람도 아웃!!
봉사활동 모임에서 만난 빛나리 아저씨는 너무 철딱서니가 없어서 패스!! 대체 나와 잘 맞는 사람은 어디에 있는 건지 그렇게 많은 사람들 중에 왜 한 명도 없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여기서 밝히지만 나는 절대 눈이 높은 사람이 아니다. 쉽게 정이 들고, 금사빠이며, 아무것도 없어도 그 사람이 내게 진심이면 언제든지 빠지는 타입이다. 첫사랑도 그랬고, 두 번째 사랑도 그랬듯이 그들이 먼저 내게 좋다고 하면 자동 얼음이 돼버리는 그게 나라는 사람이다. 내가 알고 있는 사랑의 모습도 그러하고, 나를 사랑해주는 그들의 첫 모습들도 다들 똑같았다.
어른들 말씀이 맞는 거 같다. 정말 멋모를 때 시집을 가야 한다고, 나이가 점점 먹을수록 따지는 건 더 많아지고, 아무나 만나기 싫다고 더 만남이 좁아지고, 그러다 보니 시기도 안 맞고 미루다 보니 어느새 여기까지 와버렸다.
떠밀려서 가기 싫었고, 적어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하고 싶었던 결혼은 지금 생각해보면 제도인 거지 꼭 내가 지켜야 하는 규율은 아니었다. 내가 나이의 족쇄에 남들 다하는 거 나도 해야겠다는 조급함에 덜컥 아무 하고나 하려고 했던 마음을 이젠 접으려고 한다.
사랑하면 헤어지지 말아라! 그래야 사랑받은 대로 사랑한 만큼 살아가게 된다.
사랑하지만 혹시라도 지랄 맞게 헤어진다면 그 또한 아파하지 말아라! 그 아픔 또한 지나갈 테니, 그리고 그 아픔까지 사랑해주는 사람이 나타날 테니 (나에게도 언젠가는 나타날 거라 믿으며) 기다리되 나를 탓하지 말고, 나를 사랑했던 그 시간들을 추억하며 삶의 단편영화라고 생각하자!
모두들 인생의 주인공은 나니까! 주연인 내가 차거나, 차이거나 아니면 끝까지 사랑받거나 그렇게 영화처럼 생각하자!!
삶은 한 번의 엔딩 크레디트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