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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리메 Nov 06. 2023

내 삶에 들어온 너

나도 모르게 내 안에 있더라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 그에게 나란 존재의 의미는 상상을 초월했다.

혼밥, 혼영, 혼여 등등 혼자서도 충분히 잘 즐기는 그의 삶에서 내가 점점 커졌다.

주로 집 밖을 잘 안 나오는 집돌이였고, 혼자서 게임을 하거나 뭔가를 개발하는 것을 좋아하는 딱 공돌이 스타일 그 자체였다. 그러던 그가 나에게 어느 날 이렇게 말했다.


쁘니야, 내가 정말 변했나 봐. 나 원래 이런 거 별로 안 좋아하거든. 근데, 너랑은 이런 것도 하고 저런 것도 하는 내가 너무 신기해 놀랍기도 하고 어쩌다 내가 이렇게 변한 건지 그런 내가 싫지도 않고 말이야. 매일 감탄하는 중이야. 그리고 더 신기한 건 내 삶에 너의 존재가 너무 커져버렸다는 거야. 이렇게까지 내 삶을 차지하는 사람은 단 한 사람 밖에 없었는데, 그 사람을 잊을 정도로 너의 존재가 내게 엄청 커져버렸나 봐. 이렇게 너랑 평생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이 요새 계속 들어. 너도 나와 같을지 모르겠지만 그랬으면 좋겠지만 점점 더 네가 좋아져. 내 인생에서 가장 큰 축복은 너를 만난 거라는 걸 느낄 수 있어. 사랑해 쁘니야!!



예전에 한번 말 한적 있는 그의 MBTI가 인티제인 그는 다른 사람에게 그다지 관심이 없는 캐릭터였고, 자기 자신을 정말 좋아하고 끔찍이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런 그가 나라는 사람을 만나서 자신보다 더 관심 가지고 나를 신기해하고 재밌어하며 또 너무 이뻐서 그 자체로 바라만 봐도 힐링이 된다고 하는 등 나를 향한 추앙심이 높았었다. 그도 본디 사람인지라 변하긴 하지만 다른 사람보다 그 마음은 한없이 깊고 길었다.

사랑을 확인 하고 반지를 받고 나서

나 역시 그가 내 삶 속 깊숙이 들어왔다는 걸 많이 느꼈고, 우린 몇 번의 헤어짐을 고하고 다시 만나고를 반복하면서 "아, 이 사람과는 헤어지는 게 쉽지 않겠구나"를 많이 느꼈었다. 아직도 내 마음속에서 헤어지지 않은 것처럼 말이다.


자신보다 더 사랑하는 사람이 생긴다는 건 과연 어떤 느낌일까? 나 역시 궁금했던 마음이었는데, 이번에야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아직 아이를 낳아서 기른 적이 없다. 친척 동생들을 케어만 해봤지 직접 나아본 적도 기른 적도 없어서 부모의 마음과 사랑은 잘 모른다. 그렇듯이 누군가를 사랑하는 방법엔 여러 가지 표현 방식이 존재하는데, 내 사랑은 어쩌면 한 사람의 일방통행이었는지도 모른다. 계속 주기만 하는 사람과 계속 받기만 하는 사람 둘이 만들어가는 사랑이라는 굴레 말이다. 이것이 진정한 사랑이라고 착각하고 살아온 내게 그 사람의 사랑은 너무나 달랐고 나에게 성장이라는 미션을 건네주었다. 아직까지 성장이 다 이뤄진 건 아니라서 내가 이렇게 글을 써도 되나 싶지만, 그럼에도 그와 만나고 사랑을 느끼고 겪은 그 모든 시간들과 그에게 아픔을 주며 내게 상처도 되었던 그 이별들이 나를 성장시켰다. 지금도 이별 중이라 이 성장이 언제 끝날지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그때 된다면 적어도 이런 슬픔을 느끼지 않고 더 성장한 내가 되어 있지 않을까? 싶다.


연애초반 데려다줄때


사랑한다면 이렇게 해야지,,,

사랑이 뭐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 자신의 곁을 내어주는 것? 자신보다 더 소중한 사람이 생기는 것? 그 사람대신 내가 아팠으면 좋겠는 그 모든 것들이 사랑이라 할 수 있을까? 내가 사랑으로 알 고 있던 것 중에 가장 오해였던 부분은 그럼에도 사랑하면 이렇게 한다는 전제조건들이었다. 특히 여자라서 이런 것들이 참 많았다.

특히 그가 제일 이해 못 했던 부분은 남자가 꼭 여자 집까지 데려다줘야 한다는 조건이었다. 나를 사랑한다면서 내가 집에 들어갈 때 위험할까 봐 걱정이 안 되나? 나라면 집까지 데려다주는 게 맘 편할 텐데,,, 이런 생각으로 그에게 매번 데이트 때마다 요구했다. 초반에야 남자들의 호르몬변화로 당연히 데려다주려고 했고, 멀리서도 언제나 데려다주겠다며 으스대고 그랬다. 그러다 어느덧 3개월이 지나고 반년이 되어 갈 즈음 그가 이렇게 말했다.


"너를 데려다주는 것이 당연한 건 아니야! 쁘니야! 남자라서 데려다줘야 하고, 여자니까 그런 대접을 꼭 받아야 하고 그건 나는 아니라고 생각해. 어쩔 수 없을 때도 있을 텐데 꼭 그래야 한다라는 조건은 안 맞는 것 같아. 공주대접이 받고 싶다면 그런 사람을 찾아보는 게 빠를 거 같아. 나는 너에게 공주대접이 아니라 정말 마음에서 우러나와서 내가 진정으로 너를 위하는 그 모습들만 보여주고 싶어. 억지로 하는 건 사랑이 아니잖아? 안 그래? "


그의 말에 어느 정도 이해가 되면서도 어느 정도는 섭섭하기도 했다. 내가 너무 바라나? 그 정도가 심한 건가? 싶으면서 속상하기도 했다. 내 예전 연애를 생각해 보면 그땐 남자친구들이 차도 없어서 뚜벅이처럼 걸어 다니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데려다준다고 해도 버스정류장이나 집 근처였다. 차로 데려다주는 이는 손에 꼽을 만큼 별로 없었기에 더 아쉬움이 컸다. 거기에 비교도 한몫했다. 다른 친구들은 남자들이 잘만 데려다주고 공주대접 하던데, 나는 왜 그런 것조차 눈치를 봐야 하는 걸까? 이런 생각에 나 자신을 계속 못 살게 굴었던 것 같다.


사진 찍는게 자연스러워졌다


그의 조건이 완화되었다.

그러던 그가 달라졌다. 나에게 조건을 따지며 그렇게 공주대접받을 거라면 다른 사람을 찾아보라던 그,

그랬던 그가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쁘니야?, 우리 앞으로 이렇게 하자. 내 상황이 마무리되면 나는 너랑 같이 살고 싶어. 그렇게 평생 같이 살고 싶어졌어. 너의 모든 것들이 내 삶에 들어왔더라 어느 순간 말이야. 내가 인지하지도 못하는 순간에 그렇게 너를 내 삶에 받아들이고 있더라. 그게 내겐 가장 큰 충격이고 변화라서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랐어. 이렇게 내 삶까지 들어온 사람은 네가 처음이라 그 느낌도 처음이라 이런 변화에 어안이 벙벙해져서 그동안 너에게 할 말 못 할 말 구분을 못하고 막 대했던 거 같아. 내가 정신을 차리지 못했던 것 같아. 정말 미안해 내 마음과는 다르게 너에게 상처 준 것 같아. 이렇게 인지하는데 시간이 걸렸어. 그동안 마음 아프게 했다면 정말 미안해."


그는 내게 진심 어린 사과와 함께 자신의 목표와 미래를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처음이었고, 나 역시 그와 함께 하고 싶었다. 상황들이 우리를 만나지 못하게 했지만 그 속에서 피어나는 꽃은 더 아름답기만 하였다. 그렇게 그의 삶에서 꽃 피우는 나는 점점 더 그에게 빠져들어갔다.



두물머리에서
내가 좋아하는 건 뭐든 다

점점 그의 행동들이 인티제엔프피를 닮아가는 느낌이 들었다. 그는 이벤트를 잘 모르던 사람이라 생일도 잘 안 챙겼던 편이었는데, 내 생일날 맛집과 즐거운 추억을 쌓고 나서 그의 생일에 그동안 받았던 사랑을 보답하고자 백화점을 엄청 돌아다니며 그에게 맞을 만한 옷을 고르느라 진땀을 뺐다. 결국 2벌의 옷을 구매하고 이쁘게 포장하고 나서 나의 진심을 담은 편지까지 적고 나서 뿌듯했다. 내가 그에게 사랑을 표현할 수 있는 또 다른 방식이자 눈에 보이는 실물로도 존재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기뻤다.


그의 생일에 맞춰 우린 나의 출장길에 같이 밤을 지새우고자 호텔을 예약하고 그 여정을 즐기기로 했다. 우선 맛집에 들러 맛있는 밥을 먼저 먹었고, 그 이후에 그에게 선물을 주기 위해 가까운 스타벅스에 들렀다. 정말 사람이 많기로 유명한 곳인데, 그날따라 우리가 앉을 수 있게 자리가 딱 나왔다. 내 생일과 그의 생일이 별 차이가 없어서 케이크는 내가 생일 때 받은 조각케이크와 아메리카노 세트 쿠폰을 사용해서 간단하게 축하를 해주고 선물을 주었다.


그는 내게 만나자마자 " 지나가는데 감히 너를 닮은 꽃이 있길래 주어왔지" 이러면서 미니 꽃다발을 주는 그의 모습에

나는 순간 너무 놀라워서 눈물이 나왔다. 아무리 얘기해도 꽃은 남자가 왜 사느냐며 그런 건 쓸데없다고 했던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서로에게 주고픈 선물을 주고 내 선물을 받고 좋아하던 그는 바로 입어보겠다며 화장실로 향했다. 그때 나에게 드는 느낌은 이렇게 사랑을 표현하는 기쁨도 좋구나였다. 매번 받기만 하던 입장에서 주는 입장으로 되어 보니 더 사랑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의 생일날 축하를 하며

그렇게 그의 생일 이후에 그는 별 날이 아닌데도 꽃다발을 자주 안겨주었고, 이벤트가 없어도 드라마 도깨비처럼 " 날이 좋아서" 라며 맛있는 음식점에서 코스요리를 사주거나, 영화가 재밌는 게 개봉했다며 갑작스러운 영화 데이트를 잡거나, 내가 좋아하는 음식점이 예약하기 힘든데 겨우 예약했다며 신나 하는 그의 모습에서 사랑스러운 모습들을 많이 보게 되었다. 그렇게 그를 점점 사랑하기 시작하는 내가 너무 좋았다.



"내가 쁘니 너니까 한다 진짜"!!

자신보다 아끼는 다른 사람이 있다면 정말 다른 모습들이 보이는 것 같다. 그에게 내가 요구하는 것들을 모두 다 들어주진 않았지만, 언젠가부터 그는 내가 무리한 요구를 할 때마다 처음엔 안된다고 거절하던 것들도 어느 순간 내게 " 그래 내가 쁘니 너니까 들어준다. 쁘니 너니까 한다 진짜!! 이러면서 내 요구를 들어주거나 해주었다.


그가 어렵다고 했던 일에 대해 이번 한 번만 해주면 안 되냐고 물었을 때 그는 단호하게 안된다고 했다. 처음엔 상처받아서 다시 물을 용기가 나지 않았지만 그에게 다시 한번 더 물어봐서 안되면 말자하고 두 번째 물어봤을 때 그는 "그래? 정말 원하는 거야? 그럼 그렇게 하지 뭐" 그러면서 은근슬쩍 내 요구를 들어준다.


또 어쩔 때는 내가 요구하지 않았지만 본인이 스스로 "내가 쁘니 너니까 이렇게 하는 거야! 그러면서 본인을  더 좋아하는 모습에 내가 더 기분 좋아진 적도 많았다.


그렇게 그의 사랑이 점점 커지는 느낌이 드는 순간 나에게도 그의 존재가 내 삶에 깊이 박혀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박힌 그의 자리가 생채기로 남을 만큼 아파하는 시간들이 계속되었다.

꼭 깊게 박힌 그 자리가 깊은 만큼 아파하는 중이다.


만날때마다 내리던 눈





언젠간 이 아픔도 사라지겠지...

우리의 사랑도 희미해지겠지

그렇게 지나간다고 해도 나는 우리가 다시 만날 거라 믿어.


인연 중에 '시절인연'이라고 있는데, 그 인연은 서로의 시절이 닿으면 다시 만날 수 있다고 하더라.

우리가 우리의 시절이 닿을 때면 다시 인연이 시작되지 않을까? 너의 삶에 또 나의 삶에 들어온 사람을 어떻게 잊겠어? 다시 만날 날을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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