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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일 2025
널뛰는 맥박
실패한 수술이 깨워 준
이 도시에는 없는 심장
활짝 핀 국화는 크고 무결하니
가장 시든 송이를 골라
나를 추락 시킬 제단 앞에 놓아두고
희고 고운 모래만 모아
한 줌씩 천천히
격자무늬로 짜인
노을빛 천판 위로
순수와 순결의 차이만큼
물들고 있는 투명아
이제야 네가 보여
나의 형태는 어때
두 번이나 휘었어도 한 번만 더
가장 낮은 곳에서 꺾여줄래
힘주어 누른다 더욱 선명해진다
잘린 꽃에 물을 뿌려
향기도 없이 말려둘 것
작아지는 거라면
스며드는 거라면
하나하나
나의 유택에 차곡차곡
미련 한 줌 올라서지 못하게
가녀린 소녀만 태운 채
승강기는 소리 내며 닫히고 만다
한 시간여 만에 도착한 그곳은
바람이 불지 않는 곳
역할을 다 한 천사들이 모이는
사무친 유실물 보관소
뛰어보려 발을 떼는 순간
오래 신어 길들인 구두가 갈라진다
일지 않는 물결처럼 기다려줄게
날 두고 투명한 별이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