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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필 Apr 26. 2019

열심히 할게요

듣기에 좋지만은 않았던 말 

한의원을 운영하다 보면 가끔 직원분들께 생각지 못한 반가운 멘트를 듣는다.


"한의원에 오래 근무하고 싶어요!" 


열심히 한다며 격려해주는 환자분께 맞장구를 치며 하는 말이기도 하고, 인센티브나 상여금을 줬을 때 기꺼워하며 외치는 말이기도 하다. 


하지만 어느 날부터 그 말에 가슴이 철렁하게 된다. 말의 가벼움을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들어온 지 며칠 되지 않아 그 말을 하며 만족스런 얼굴을 하던 직원이 일주일 만에 무단퇴사한 적도 있었다. 외려 특별한 멘트없이 묵묵하게 일하는 친구들이 결과적으로 진득한 근태를 보이는 편이다. 마치 활활 타오르는 무화(武火)가 금세 사그라드는 반면, 조용한 문화(文火)가 온종일 온기를 품고 있는  것처럼.


대학생 때 일이다. 나는 향우회 선배가 이끄는 격투 동아리에 가입하여 활동하였다. 일주일에 2번 정도 모이는데 2시간 정도 운동이 끝나면 간혹 술자리가 이어질 때가 있었다. 술자리에서 흥에 겨웠던 나는 이렇게 말했다.


"형, 이렇게 동아리에 가입한 김에 권투 도장도 다녀서 타격기를 열심히 연마하겠습니다."


그 형은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더니 한 마디를 던졌다.


"우선 다녀보고 말해라."


기분에 겨워 뱉어내는 말이 가볍다는 사실을 이미 체득했기에 나온 대답이었으리라. 결과적으로 말하면 나는 동아리 활동을 흐지부지 하다가 1년 만에 그만두었다. 


말과 행동. 내용과 형식. 겉과 속. 음과 양. 무엇이 더 중요하다 감히 말할 수는 없다. 다만 행동보다 말이 앞서는 요즘에는 조금 더 행동으로 무게추를 옮겨보는 게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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