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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숨콩 Aug 25. 2020

[육아에세이]조리원 조기 퇴소의 이유


 조리원을 1주일만에 퇴소하기로 했다. 애초에 2 계획했던 조리원은 남편의 앞당겨진 승선 때문이다. 더군다나 와병 중인  아버지는 갑자기 병세가 안 좋아져 대학병원 중환자실에 들어가셨다.

임신 기간 내내 남편이 병원에 계신 양가 부모님 쫒어 다니다가 출산하고 조리원에서라도  쉬어보나 했더니 그럴 수가 없었다.


 게다가 회음부와 출산하면서 폭발한 치질의 통증과 출산  호르몬 때문인지 애가 못생겼다고 대성통곡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무엇보다도 아기 고환 하나가 내려오지 않아서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결국 내려오지 않아서 6개월 이후에 수술했다) 애가 콧대도 없고 고환도 없고 남편은 배 나가보기도 아버지는 곧 돌아가실 갓 같다고 하고.


 모든   잘못인  같아서 눈물이 마르지 않았다. 오히려 남편은 의연하게 나를 위로했다. 고환이야  내려오면 수술해 주면 되고, 수술해  고환도 없으면 나중에 인공으로 심어주면 된단다. 일단은 기다리는  말고는 아무것도   없다.


  감염병에 대한 우려 때문에 남편들은 병원에서는 물론이고 조리원에서도 아기를 안아볼  없다. 조리원에서 2  있다가는 남편이 아기를  번도 안아보지도 못하고 배를 나가게   같아 일주일 만에 집으로 가기로 결정했다. 남편이 있든 없든 조리원에서 2 동안 몸조리를 할까 고민도 했지만, 아기를   면회도 못한 남편이 안쓰러웠다.


 무엇보다도 애를 한 번도 안아보지도 못하고 승선하면 남편이 아기 아빠가 되었다는 실감이 나지 않고 영원히 육아의 객체로 남을 것 같았다.  짐도 많은데 남편 없이 혼자서 조리원을 퇴소하는 것도 서럽고 버거울 것 같았다. 조리원 퇴소 전날까지 집에 가서 어쩌나, 심란한 마음에 잠도 못 자고 몸부림을 쳤었다.


 출산휴가도 제대로 못 쉬게 하는 남편의 회사가 밉기도 했지만, 결론적으로 조리원을 나오고 나니 집에 있는 것도 생각보다 나쁘지는 않았다. 둘 다 각각의 장단점이 있지만, 조리원을 나오고 나니 조리원이 생각보다 빡셌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지금 남편이 쉬더라도 고작 한 달 쉬고 승선해야 했을 것이다. (이미 출산 직전에 한 달을 쉬었기 때문에) 어쩌면 한 달 쉬고 한두 달 승선하고 와서 두 달 다시 쉬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몰랐다. (어차피 조삼모사)


 조리원 퇴소 후 2박 3일이나마 짧은 시간 남편은 마음껏 아기를 안아보고 승선하러 갔다. 아마 남편도 싱숭생숭하고 심란해서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택시를 부르더니 뒤도 안 돌아보고 갔다. 흥. 적어도 한 번은 더 안아주고 갈 줄 알았지.


 남편의 빈자리는 조리원에서 섭외한 정부 지원을 받는 산후도우미 관리사님이 채워주고 있다. 관리사님의 말에 따르면 아기는 순한 편이라고 한다. 하지만 밤만 되면 어찌나 안 자고 울어 젖히는지. 남편이 바쁜 친구들은 남편이란 어중간하게 있느니 없는 게 낫다고 위로해 주었다. 오롯이 혼자 있어야 하는 밤에는 외롭고 피곤하지만 아직까지는 어찌어찌 버티고 있는 중이다.


 정부 지원을 받는 산후 도우미는 3주 까지로 이제 일주일 후면 끝이 난다. 남편은 본인이 올 때까지 도우미를 더 쓰라고 하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아서 그마저도 고민이다. 어찌해야 하나. 빠르나 늦으니 어차피 혼자서 헤쳐나가야 하는 독박 육아는 정해진 현실인데.  


 남편이 없는 일상에서 나는 지금까지도 혼자서 잘 해왔지만, 앞으로는 더욱더 씩씩하고 강해져야 한다. 항해사 해기사의 아내라면 그래야 한다. 한없이 가볍기만 했던 내 인생에 작지만 묵직한 생명이 내려앉은 것이 이제야 실감이 나는 중이다. 독박 육아에 쓰러지는 항해사 해기사님들의 아내분들이 없기를 바라본다.


 이 또한 지나갈 것이고, 언젠가 또 웃으며  이 순간을 돌아보는 날이 올 것이라고.  지금은 버겁기만 한 아기의 존재감도 금방 자라 대학에 가고 군대에 가고, 장가도 갈 거라고.


 아기가 눈에 밟힐 남편도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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