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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숨콩 Jul 03. 2020

[항해사아내의 일기] 공사다망했던 나홀로 임신8개월#2

- 시어머니는 항암 중, 방송대 과제와 임신당뇨와의 전쟁 2

[항해사 아내의 일기] 공사가 다망했던 나 홀로 8개월 임신기간- 시어머니는 항암 중, 방송대 과제와 임신당뇨와의 전쟁 2    

 

 유난스러웠던 입덧과 두통에 고생스럽긴 했다. 그러다가도 밤새 오줌이 찔끔 새도록 토하다 보면 남편이 없어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더러 들기도 했다. 간혹 찾아오는 외롭고 서러운 시간에는 가족과 친구들 덕분에 잘 버틸 수 있었다. 그 와중에 독서모임을 주최하면서 정말 열심히도 살았다. 임신 기간 동안 남편이 없어서 아쉬운 건 있었지만, 못 견딜 만큼은 아니었다.      


 그 긴 시간 동안 남편 역시 배 안에서 너무나 많은 고생을 했다. 특히 싱가폴에서 출항한지 일주일 만에 열이 올라 자가격리를 당했을 때는 얼마나 마음을 졸였는지 모른다. 배 안에서 코로나에 걸리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수 있을 리가 없기 때문이다. 다행히 장염이었고 며칠 만에 남편은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그런가하면 이발을 못해서 배 안에서 선원끼리 서로 이발해주다가 머리가 까치집이 된 일이며, 김치가 떨어져 직접 담그던 일. 코로나 때문에 외국에서 병균 취급을 당하며 혹독한 검역을 거쳤다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안타깝기도 하고 짠하기도 하다. 날씨가 안 좋아서 소파에서 새우잠을 잔다거나, 장기간 항해에 야채가 떨어져 곤란하다거나 하는 것도 큰일이지만, 무엇보다도 아내가 임신하고, 어머니가 아픈 와중에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자괴감이 얼마나 괴로웠을까.      


 우리의 신혼은 항상 바다 위 어딘가에 걸쳐 있는 듯하다. 신혼은 아직 시작도 안한 기분인데 벌써 애가 이 달 말이면 태어난다니. 그나마도 항해사들이 아이가 태어나는 시간에 맞추어 휴가를 받는 것도 행운이라면 행운이다. 정말 드문 경우이지만, 단 며칠 차이로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에 함께 하지 못한 항해사의 이야기도 들어본 적이 있으니 말이다. 남편이 돌아오기 딱 4일 전, 마음이 복잡해진다. 임신으로 인해 몰라보게 변한 몸을 보고 놀라지는 않을지, 너무 오랜만에 만나서 어색하지는 않을지 걱정스러운 마음도 든다. 그보다는 우리가 제대로 된 부모가 될 수 있을까.     


 부부가 된지 3년 차, 항해사 남편의 아내로 사는 것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결코 녹록치 않다. 아이가 태어나고 자라나는 한동안은 남편의 빈자리가 더욱 크게 느껴질 것이다. 그러나 그것 또한 스스로 선택한 것이다. 우리 부부가 앞으로 헤쳐 나가야할 인생의 바다는 잔잔하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태풍이 몰아치기도 할 것이다. 인간의 힘으로 태풍을 멎게 할 수 없겠지만, 흔들리는 뱃전에서 서로에게 기대고 의지할 수는 있다. 그러다 보면 또 어느 아침 찬란하게 빛나는 태양이 맑게 갠 하늘 위로 떠오지 않겠나. 우리의 바다 위의 신혼은 계속 될 것이다. 


-하선할 남편과 태어날 아이를 기다리며, 2020.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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