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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니스트리 Dec 08. 2024

산을 넘는 힘

, 그리고 영화 <행복을 찾아서>

+ 춥고 어두운 먼 길 돌아온 귀갓길 별 탈 없음에, 따스한 집 있음에 감사합니다.




잠을 길게 잇지 못하는 건 늘 꾸는 같은 꿈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어느 집 문 앞에 서있습니다. 열리지 않는 문, 대답 없는 부름. 그래도 왠지 머무는 것이 편안한 골목입니다. 작은 쪽문에서 마주 보이는 문에는, 겨울 첫눈이 오면 예쁜 장식이 걸리기도 합니다. 그 집의 빛은 대체로 온화한 색입니다. 골목의 은근한 가로등 불빛과도 잘 어울립니다. 옛 집들이 늘어선 정겨운 골목. 그런데, 골목이 점점 낯선 공간으로 변해갑니다.


그 공간에 우두커니 서 있다가 떠나려 해도 발이 떨어지지 않고, 앉아 쉬려 해도 무릎이 굽혀지지 않습니다. 사람이 없으니 말을 하지도 못하고, 말을 머금기는 하는데 혼잣말도 하지 못해 그냥 삼키고 맙니다. 아마도 간직하고 싶은데 꺼내기는 싫은, 그런 기억의 조각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전구색이 편안했던 공간이 흑백으로 변할 무렵 저는 잠에서 깹니다. 시계를 보면, 새벽 한두 시 즈음입니다.


아무리 피곤해 기절하듯 잠들더라도, 그 루틴은 좀처럼 변하지 않습니다. 일어나면 미뤄둔 글을 쓰곤 하는데, 그러다가 뇌가 완전히 깨어나 날이 밝을 때까지 못 자면 곤란하므로 세시 무렵부터는 생산적이지 않은 일들을 합니다. 무얼 하든 네다섯 시 무렵에는 다시 스르르 눈이 감깁니다. 그러면 아침나절은 여전히 잠에 취한 듯 몽롱한 상태가 됩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잠들지 말고 늘 깨어있으라 하며 괴로워하셨는데, 저는 확실히 잠들지도, 또 명백히 깨어있지도 않은 모호한 경계가 참 괴롭습니다.


그러니 이왕 깨어나는 것, 불쾌한 생각의 이어짐을 성경 책과 함께 이겨내 볼 작정입니다.




깨어있어라


마태오 복음서에서 특히 기억에 남는 구절입니다.


“이렇게 너희는 나와 함께 한 시간도 깨어 있을 수 없더란 말이냐?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깨어 기도하여라. 마음은 간절하나 몸이 따르지 못한다.” 하시고, 다시 두 번째로 가서 기도하셨다. 그리고 다시 와 보시니 그들은 여전히 눈이 무겁게 감겨 자고 있었다. (마태오 26:40-41)


유다와 반대세력들의 음모로 인해 잡혀가시기 직전, 예수님은 그 일을 예견하시고 제자들과 함께 겟세마니에 가서 기도를 하십니다. 제자들에게 여러 차례 '깨어있으라'며 당부하지만, 제자들은 자꾸 잠의 유혹을 이기지 못합니다. 예수님은 그런 제자들을 꾸짖다가, 세 번째 기도 이후에도 여전히 꾸벅꾸벅 졸고 있는 제자들을 보고 체념하시곤 '자, 때가 되었다'라며 자신을 잡으러 온 이들을 맞으러 가십니다. 제자들은 자다가, 예수님이 잡혀갈 때 모두 달아납니다. 제자들의 모습은, 신앙이 아무리 깊더라도 자주 자신의 욕망과 주변의 유혹에 쉬 휩쓸리는 인간의 어리석음과 같다고 느꼈습니다.


결과적으로, 예수님은 당신이 그동안 수없이 사람을 기근과 질병에서 구하며 사용한 기적의 힘을 스스로를 구하는 데는 쓰지 않으십니다. 예수님은 당장 눈 앞에 닥친 어려움을 치우지 않고 그것을 넘어가십니다. 그리고 제자들은 비록 달아났지만, 예수님의 뜻에 따라 살아남아 교회를 세우고 성경의 말씀을 세상에 전합니다.


산을 넘을 힘


영화 <행복을 찾아서>는 아직까지도 인생 유일한 한 가지 명작을 꼽으라면 바로 이야기할 만큼 사랑하는 영화입니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 크리스 가드너(Christopher Paul Gardner, Sr.)는 실존인물로, 노숙인이 백만장자가 된 신화로 유명합니다. 그 과정에 살던 집에서도 쫓겨나고, 아들과 거리를 전전하며 노숙자 쉼터에서 지냅니다. 크리스는 아들을 품에 앉고, 쉼터를 찾은 교회 봉사단체가 부른 'Lord Don't Move That Mountain'을 들으며 눈물짓습니다.


Lord, don't move that mountain
Give me the strength to climb
Lord, don't move my stumbling blocks
But lead me all around

(주여 그 산을 치우지 마시고, 제게 그것을 넘을 힘을 주소서. 걸림돌을 치우지 마시고, 그것을 돌아갈 수 있게 이끌어 주소서)


아마도 크리스는, 저 노래를 들으며 커다란 어려움을 내 삶에 배치하고, 그것을 이겨낼 힘과 지혜를 준 신에 감사하면서도 또한 그다지 나아지지 않는 현실에 좌절도 했을 것입니다. 그래도 크리스는 어려운 고비마다 지혜로움으로, 또 꾸준한 믿음으로 그것을 극복합니다.


그러나 제가 원하는 것을 하지 마시고 아버지께서 원하시는 것을 하십시오' (마르코 14:36)


예수님은 겟세마니에서 마지막 기도를 올리며, '견딜 수 없이 괴롭다'고 제자들에게 고백합니다. 그리고 하느님께, '진실로 고난을 피하기를 원하나, 만약 짊어져야 할 짐이라면 기꺼이 그리 하겠다'는 의미로도 기도합니다. 예수님이 청한 하느님의 은혜는 눈 앞의 고난을 치워 없애는 것이 아니라 그 것을 겪어낼 힘이며, 그로부터 단단히 다져질 그리스도교의 기반이었습니다.




영화 속에서 배경을 가득 채운 노래의 음색과 가사는 제게 먼 이국땅에서 외롭거나 힘들다고 느낄 때마다 기분 전환에 도움이 되었습니다. 마침 그 시기에 접한 영화 한 편이 고난을 넘기는데 도움이 되었듯, 어떤 사건이 들인 악한 감정에 지배당하지 않고, 그로부터 교회를 찾고 기도하게 되었음은 참 감사한 일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영화 속 한 장면 (Source: Sound Clou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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