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리고 영화 <빅 조지 포먼>
기부는 도움 중 가장 쉬운 일입니다. 기도는 믿음을 가진 이가 할 수 있는 가장 정성스러운 도움입니다. 저는 가장 쉬운 방법으로, 성당 재건의 모든 어려운 과정을 감내하며 이겨내고 또 해낼 이웃 성당 교우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작은 힘이나마 보태기로 다짐했습니다.
- 지난 글에서
이웃 성당 재건을 위한 기부를 약정하자 성당으로부터 메시지가 왔습니다.
'지난 주일 oo 성당 건축기금 모금방문에 환대해 주시고 약정과 봉헌에 감사드립니다. 매 월 첫 주 금요일 10시, 후원자들을 기억하며 생미사 지향을 올리겠습니다. 주님의 사랑과 은총이 가정에 가득하시길 기도하겠습니다.'
가장 쉬운 도움을 약속했을 뿐인데 가장 정성스러운 은혜로 화답을 주시니, 오히려 감사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언젠가 이웃 성당이 재건을 마치면, 많은 이들의 염원이 지은 귀한 성전에 꼭 들러보고 싶습니다.
Let love be without dissimulation.
Abhor that which is evil; cleave to that
which is good. (Romans 12:9)
사랑엔 거짓이 없나니, 악을 미워하고 선에 속하라. 미국의 전설적인 복싱선수이자 목회자로 유명한 조지 포먼(George Edward Foreman)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 <빅 조지 포먼>에 등장하는 성경 구절입니다. 영화를 통한 조지 포먼의 일대기에서, 삶을 풍요롭고 여유 있게 만드는 믿음과 사랑의 가치를 어렴풋이나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성공 가도, 그리고 추락
불우한 어린 시절을 겪으며, 조지 포먼은 늘 분노가 가득했습니다. 사람들과도 잘 지내지 못하고, 툭하면 싸움을 하는 문제아였습니다. 그러다가 한 스승을 만나게 되는데, 그는 전직 복서로 조지 포먼에게도 복싱을 가르칩니다. 그리고 그는 조지 포먼에게, 분노는 오직 링에서만 사용하라고 가르칩니다. 조지 포먼은 천부적인 재능이 있었습니다. 좋은 스승과 동기, 재능을 만나자 조지 포먼은 데뷔 이후 패배를 모르는 복서로 곧 정상에 오릅니다. 꺾일 줄 모르는 기세의 젊은 복서였지만 조지 포먼은 그리 행복하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타인을 믿지 않고, 세상을 원망하며 오직 자기 자신만을 믿고 링에 오를 뿐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조지 포먼은 자신의 인생에서도, 복싱 역사에서도 큰 의미가 있는 한 경기에 나섭니다.
챔피언인 조지 포먼에게 도전한 상대는 국가로부터 챔피언을 박탈당한, 오랜 공백기로 실력이 예전 같지 않다고 평가받는 예전 챔피언 무하마드 알리였습니다. 전 세계가 주목하는 세기의 대결에서, 모두가 조지 포먼의 쉬운 승리를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의외였습니다. 알리의 노련한 경기 운영에 초반부터 체력을 낭비한 포먼은 쓴 패배를 맛보게 됩니다. 이 경기 이후 조지 포먼은 선수로서, 또 한 인간으로서 극심한 슬럼프를 겪습니다. 문란한 사생활로 인해 아내마저 곁을 떠납니다. '신은 없다'며 유일하게 자신만을 믿고 서 왔던 링에서 패배하고, 일상에서도 사랑하는 이를 잃게 되자 자의식이 너무 쉽게 무너져버립니다. 성경이 하느님에 대한 믿음을 강조하고 가르치는 이유를 이 대목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가장 행복한 복서
어느 경기 직후 갑자기 심정지가 와 쓰러지는 사고를 겪습니다. 그런데 조지 포먼은 기적적으로 살아납니다. 생사의 기로에서 회생한 조지 포먼은 자신이 의식이 없을 때 간증을 경험했다고 했습니다. 하느님을 부정하고, 믿는 이들을 냉소적으로 바라보던 그는 이로부터 하느님의 말씀을 믿고, 또 전하는 삶을 살게 됩니다. 조지 포먼의 변화는 복싱을 그만두고 목회자로 살게 된 직업적인 부분만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우선, 인상이 크게 달라졌습니다. 웃지 않던 얼굴은 온화한 인상이 되었고, 무뚝뚝한 분위기는 재치 있는 유머도 자주 건네는 수더분함으로 바뀌었습니다. 그야말로 하느님을 믿는 삶 이전의 모습이 믿기지 않을 만큼 큰 변화였습니다. 그런 그를 사람들은 좋아하고, 또 따르게 됩니다. 영화의 장면에서 조지 포먼은 용기를 내어, 한 때의 잘못으로 자신을 떠난 아내와 자녀들을 찾아가 진정성 있는 자세로 용서를 구합니다. 로마서 12장 9절은 이 장면에 등장합니다.
사랑엔 거짓이 없나니 악을 미워하고 선에 속하라. 형제를 사랑하여 서로 우애하고 존경하기를 서로 먼저 하며, 부지런하여 게으르지 말고 열심을 품고 주를 섬기라 (로마서 12:9)
그리고 10년 만에 다시 링에 복귀한 조지 포먼. 조지 포먼은 45세에 복귀해서 다시 챔피언이 되고, 해당 체급의 최고령 챔피언 타이틀이라는 전무후무한 대기록을 세웁니다.
사람들은 목회자가 되기 이전과 이후의 조지 포먼을 각각 '첫 번째 조지', '두 번째 조지'라고 부릅니다. 두 번째 조지는 링 위에서의 플레이가 더욱 노련해졌고, 스포츠 정신으로 상대 선수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생겼습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복싱 선수로서도, 한 인간으로서도 두 번째 조지가 더 낫다고 평가합니다. 동시대의 전설적인 복싱 선수였던 무하마드 알리가 '가장 위대한 복서(the greatest boxer)라면, 사람들은 조지 포먼을 '가장 행복한 복서(the happiest boxer)'라고 말합니다.
조지 포먼의 일생을 통해 증명된 행복의 비밀은, 그것을 알고 나눌 때 마음이 더 풍요로워지는 '사랑'과, 그 모든 것의 든든한 받침인 하느님에 대한 믿음이었습니다.
천사의 말을 하는 사람도
사랑 없으면 소용이 없고
심오한 진리 깨달은 자도
울리는 징과 같네
(코린 13장 '사랑의 송가' 중)
교회의 달력으로 연중 시기의 마지막 주일인 오늘(11월 마지막 주일)은 '주 예수 그리스도왕 대축일'입니다. 오늘의 강론에 소개된 요한계시록에서 전하는, 빌라도가 '유다인의 임금'에 대해 묻자 예수님께서 하신 말씀입니다.
"내 나라는 이 세계에 속하지 않는다. 내 나라가 이 세상에 속한다면, 내 신하들이 싸워 내가 유다인들에게 넘어가지 않게 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내 나라는 여기에 속하지 않는다." (요한계시록 18:36)
꽤 오랜 시간 동안 사랑을 고백하는 편지를 썼습니다. 그 편지를 상대가 읽고 내 마음을 알아주기를 진심으로 바랐습니다. 그 바람은 집착이 되어, 편지에 담긴 본연의 마음이 왜곡되었습니다. 상대의 사랑을 오해하고, 사랑을 원망했습니다. 오랜 고통 뒤에야, 사랑은 소유할 수도, 쟁취할 수도, 어딘가에 속할 수도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오늘의 강론에서, 사랑이 하느님의 나라와 닮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표지 사진: Sun,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