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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이라 부른 이유가 있다

손님을 맞이하는 문화에 대하여

by 케니스트리 Mar 12. 2025

손님을 맞이하는 직원들의 태도와 언어가 기업의 브랜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대체로 마케팅 활동들은 브랜드를 기초로 이루어진다. 그걸 아는 기업은 브랜드 이미지 구축에 기꺼이 많은 비용을 투자한다. 노력해서 쌓은 브랜드 이미지의 연속성을 위해, 기업은 브랜드 평판(reputation)을 관리한다. 좋은 수준의 브랜드 평판은 매출뿐만 아니라 인재 영입과 직원 충성도에도 좋은 영향을 미치고, 투자처를 찾거나 비즈니스 기회를 확장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브랜드 이미지가 회사 운영과 성장 전반에 관여하는 셈이다. 그렇다면 마케팅의 노력으로 잘 관리하면 브랜드 건강에는 문제가 없는 것일까?


눈에 띄는 큰 구멍보다 안에서 보이는 작은 균열이 더 심각한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브랜드의 작은 균열은 리더나 몇몇 영향력 있는 구성원으로부터 생겨나고, 조직 전반으로 확산되며 '그래도 괜찮겠지'의 분위기로 자리잡는다. 그러므로 원만한 브랜드 관리를 위해 때로는, 아니 거의 반드시 인사팀의 주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그러므로 조직문화 활동은, 브랜딩과 그 목적을 공유한다.


"가장 좋은 광고는 만족한 객(客)이다." 고객의 경험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강조한 마케팅 거장 필립 코틀러(Philip Kotler)가 한 말이다.




"약자에게 무례한 사람이요."


평소 신뢰하는 이에게 '관계를 지속하고 싶지 않은 사람'에 대해 물은 적이 있다. 그는 자신과 가깝거나 지위가 높은 이에게는 깍듯하고, 사회적으로 지위가 낮다고 판단하는 이에게는 예의 없이 행동하는 사람을 보면 정이 뚝뚝 떨어진다고 했다.


누군가를 대하는 태도는 한 개인의 이미지를 결정할 뿐만 아니라, 그가 속한 집단의 이미지를 좌우하기도 한다. 찾은 이가 더 머물고 싶게 하거나, 애써 찾아온 이의 등을 돌리게 만드는 태도의 실체는 무엇일까?


조직문화 유행이 빠르게 변한다고 해서 무작정 그 흐름을 좇는 것이 최선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변하지 않는 가치를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 여러 노력으로부터 구성원이 자연스럽게 체득하게 되는 배려와 매너 같은 것들이 바로 그 변하지 않는 가치에 속한다.


조직의 문화, 나아가서 외부에 드러나는 회사의 이미지를 해치는 구성원의 태도는 개인의 문제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사소해 보이는 행동 하나가 회사의 이미지에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깊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추구할 것은 타인을 맞이하는 회사의 온화한 얼굴이다.


맞이한다는 것


사랑채(舍廊채)는 한국 전통 가옥에서 집주인이 손님을 맞이하고 외부 활동을 하던 공간으로, ‘사랑(舍廊)’은 안채와 분리된 별채를 의미한다. 서양의 팔러(parlor) 역시 손님을 응대하는 방을 뜻하며, 프랑스어 parler(말하다)에서 유래한 단어다. 두 공간 모두 단순한 접객실이 아니라, 손님을 존중하고 예우하는 문화의 상징이었다.


환대는 단순한 형식이 아니라, 주인의 품격과 인격을 드러내는 기준이기도 했다. 손님을 어떻게 맞이하는지는 그 집안의 도량과 교양을 보여주었고, 나아가 관계의 깊이를 결정했다. 사랑채에 손님이 들면 차와 다과를 내어 대접했고, 돌아갈 때 편하라고 디딤돌 위 신발 코가 밖을 향하도록 돌려 정돈했다. 동양이든 서양이든, 누군가를 맞이하고 또 보내는 일에 정성을 들였다.


‘맞이한다’는 단어는 따뜻한 분위기를 품고 있다. 두 팔을 벌려 환대하는 모습이 떠오르기도 한다. 영어 단어 hospitality의 어원을 살펴보면 그 본질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 hospitality는 라틴어 ‘hospitale’에서 유래했으며, 여기서 hostel, hotel, inn, hospital과 같은 단어들이 파생되었다. 즉, 맞이하는 이(host)는 손님(guest)에게 심신이 회복될 정도로 편안한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는 의미를 내포하며, 이 과정은 상호적인 성격을 지닌다.


인사


‘호객(呼客)’이란 지나가는 손님을 부르는 행위를 의미한다. 강남역 인근의 한 뷔페식당 앞을 지날 때면 늘 호객하는 아주머니를 만난다. 녹음기를 틀어놓은 듯 반복되는 멘트가 인상적이지만, 그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몸에 밴 친절함이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그는 식당에서 식사를 하든 하지 않든, 길을 지나가는 모든 이에게 눈을 마주치며 따뜻한 인사를 건넨다. 그리고 많은 동료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주머니의 인사 때문에라도 한 번 들러야 할 것 같다." 어떤 동료는, "내가 식당을 하면, 저 아주머니를 꼭 채용할 것"이라고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했다.


반면, 어느 편의점에서는 정반대의 경험을 했다. 원하는 제품이 없어 점원에게 물었더니, '거기 없으면 없는 거죠.'라는 무심한 대답이 돌아왔다. 2+1 프로모션 제품을 한 번에 사기 부담스러워 냉장고 보관 서비스를 문의했지만, '일한 지 오래되지 않아 잘 모른다.'는 답뿐이었다. 단 몇 마디의 무심한 말이, 손님이 다시 그곳을 찾고 싶지 않게 만들었다.


한 사람은 지나가던 이의 발걸음을 돌렸고, 다른 한 사람은 찾아온 손님의 발걸음을 다시 돌려보냈다. 그 본질의 차이를 일상 속에서 느낀다.


레스토랑이나 카페에 갔을 때, 음식의 맛이나 인테리어보다 점원의 태도가 더 오래 기억에 남는 경우가 있다. 배려는 단순한 친절과는 다르다. 상대방이 어색함을 느끼지 않도록 빈틈을 메우고, 자연스럽게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고객이 모르던 프로모션 혜택을 챙겨서 결제를 도와주거나, 짐이 많은 방문객이 먼저 지나갈 수 있도록 문을 잡아주는 것과 행위가 바로 소소하지만 확실한 배려의 모습이다.


"당신이 만나는 모든 이에게 친절하라, 그들은 지금 가장 힘겨운 싸움 중이다", 플라톤"당신이 만나는 모든 이에게 친절하라, 그들은 지금 가장 힘겨운 싸움 중이다", 플라톤


회사의 얼굴


얼굴 하면 떠오르는 회사가 있다. 언젠가 일이 있어 페이스북(Facebook) 한국 본사를 방문한 적이 있는데, 편안한 분위기와 오가는 직원들의 친절한 안내 덕분에 무리 없이 방문처를 찾아 일을 보고 나왔다. 그 경험은 F 로고에 대한 좋은 인상을 남겼다.


상반된 경험도 있었다. 다른 날 방문했던 한 회사에서는 입구에서 헤매고 있던 나를 직원이 막아서더니 “담당자 없이는 출입이 불가능하니 기다리라”는 말만 남기고 사라졌다. 나중에 알고 보니 안쪽에는 방문객이 편히 기다릴 수 있는 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었다.


처음 대하는 얼굴은 첫인상의 출발점이다. 그러므로 직원의 배려는 곧 회사의 온화한 얼굴이며, 좋은 기억이 된다. 특히, 면접은 모든 만남 중에서도 가장 강렬한 경험을 남긴다.


면접(面接)은 ‘얼굴을 본다’는 의미다. 즉, 면접은 회사와 면접자가 서로의 얼굴을 드러내고 만나 인상을 살피는 자리다. 인상은 외모만으로 정해지지 않는다. 태도와 말투, 분위기가 더해져 비로소 완성된다.


그렇기에 직원 면접은 회사의 브랜드를 가장 직접적으로 외부에 알릴 기회다. 단순한 채용 절차를 넘어, 회사의 첫인상을 형성하는 중요한 순간이다. 면접 과정 자체가 브랜드 경험이며, 이를 세심하게 관리하는 것은 기업의 책임이다.


하지만 가끔은 면접관이 면접자보다 더 준비되지 않은 듯한 인상을 줄 때가 있다. 급하게 들어와 책상에 커피를 내려놓으며 “어떤 포지션이었죠?"라고 묻거나, 눈도 마주치지 않은 채 권위적인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그렇다. 이런 사소한 순간들이 면접자의 기억에 남고, 결국 기업의 이미지로 이어진다.


그러므로 채용 담당자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진다. 면접이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면접관을 교육하고, 일관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 배려의 방식은 역할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그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결국, 상호 존중의 언어를 습관처럼 사용하는 것이 좋은 면접 문화를 만드는 출발점이 된다.


예전에 평어 문화를 내세운 회사에서 면접을 본 적이 있다. 자유로운 분위기였지만 어딘가 정돈되지 않은 인상을 받았다. 반면, ‘상호 존중’의 호칭과 언어를 조직 문화의 핵심 가치로 삼은 회사에서는 면접관과 면접자의 배려가 인상 깊었다. 면접은 단순한 평가가 아니다. 그것은 회사가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지 보여주는 기회다. 그리고 그 장면 하나하나가 모여 브랜드를 만든다.


손(客)을 님이라 부른 이유


기업의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CSR)은 일정 수준 이상의 성장을 이룬 기업이 사회에 가치를 환원하는 활동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모든 기업이 적극적인 CSR 활동을 펼치기는 어렵다. 이 또한 돈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반면, “회사 구성원의 일상적 책임”은 누구나 당장 실천할 수 있으며, 회사를 방문하는 이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작은 배려와 책임감 있는 태도가 곧 조직의 이미지를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외부 업체와의 협업 미팅에서, 우리가 의사 결정의 위치에 있다고 협력사 방문자를 무례하게 대하거나, 친밀한 영업을 이유로 고객사 직원에게 부적절한 말을 건네는 영업 책임자의 태도도 회사의 이미지에 악영향을 미친다. 안에서 새는 바가지는 밖에서도 새고, 깨진 종은 불쾌한 소음만 낼뿐이다. 조직이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교육, 워크숍, 캠페인 등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당장 나부터 실천하는 것이다.


회사에 매일 방문하는 택배 기사님, 공용 공간을 청소하시는 아주머니 등 우리 업무와 직접적인 관련이 적은 방문자에게도 오며 가며 인사를 건넸다. 그러자 그 모습을 본 직원들이 하나둘 따라 하기 시작했다. 작은 행동 하나가 조직의 분위기를 바꾸는 계기가 된 것이다.


우리가 맞이하고 대하는 모든 사람은 신분을 막론하고 우리 회사의 잠재적 인플루언서다. 물론 브랜드나 상품 홍보가 손님에게 다정해야 할 유일한 이유는 아니다. 그보다 먼저, 그들이 마주하는 곳에 우리의 얼굴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인상이 곧 나의 품위와 품격으로 연결된다.


예부터 손님을 높여 부른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타인을 존중하는 것이 곧 스스로를 높이는 일이라는, 오랜 지혜가 깃든 문화다.


(표지 사진: UnsplashCrystal J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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