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기획, 큰 공감 #1
이 글은 조직문화 소통의 온도를 높이는, 사내 이벤트 속 소소한 정성에 대해 이야기 합니다.
어찌 보면 손 편지 같고, 달리 보면 소소한 수제 선물 같은 그것은, 이벤트 과정 속에서 은밀하고도 정성스러운 노력의 흔적이다. 때때로 ‘뭘 이렇게까지’라는 평가를 받을 수도 있지만, 그 순간이야말로 시작이다.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굳이 하지 않는 이 과정을 ‘작은 기획’이라 부르고, 그 목표는 ‘큰 공감’ 혹은 오래 남는 기억이라 하겠다.
작은 요소들에 들이는 정성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건네는 소소한 선물과 같다. 받는 이 못지않게, 어쩌면 그보다 더, 주는 이에게도 기쁨이 되는 그런 준비의 시간. 손길이 닿는 곳마다 작은 마음이 스며들고, 그 마음들이 차곡차곡 쌓여 결국 하나의 특별한 순간을 만들기 때문이다.
점심을 먹고 돌아오니 몇몇 직원들이, 사무실 창가, 가로 1m 남짓한 블라인드를 반짝이는 소품으로 꾸미고 있었다. 그 블라인드 바로 앞자리의 주인공은 자리에 없었다. 모니터에도 풍선을 붙이고, 책상 위에는 팀원들이 십시일반 마련한 작은 선물을 놓아두었다. 번거로운 과정이었지만, 준비하는 이들 사이에는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마치 친구를 놀라게 할 장난을 준비하며 낄낄대는 장난꾸러기들 같았다.
곧 자리로 돌아온 그는 크게 웃음을 터뜨리며 얼굴이 붉어질 정도로 기뻐했다. A4 용지 한 장을 가득 채운 글자, 'OO의 3주년'을 바라보며 어쩌면 스스로도 잊고 있었을 이 날을 특별하게 만들어준 동료들에게 깊이 감사해했다. 지나가던 사람들도 축하의 말을 보탰다. 회사나 팀 차원이 아닌, 동료들이 자발적으로 준비한 이 ‘작은 기획’은 블라인드를 걷지 않고도 공간을 따뜻한 빛으로 채웠다.
현장에서 목격한 동료의 N주년 기념일처럼, 누군가의 배려로 만들어지는 팀의 소소한 문화를 접할 때면 그 소재는 익숙해도 의미는 늘 새롭게 다가온다. 그래서 조직문화를 취재하며 직원에게 자주 묻는 질문이었다.
"소개할 만한 팀의 문화가 있나요?"
한 리더가 답했다.
"본인이 회사에서 보낸 1년은, 곧 함께했던 1년이기도 하잖아요? 나름의 감회가 있을 것 같아, 팀원의 1주년을 맞아 책을 선물하고, 팀원들과 케이크를 나눠 먹으며 티타임을 갖습니다."
그 의미를 묻자,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함께 일하는 분들의 생일이나 입사일 같은 특별한 날을 함께 기념하면, ‘팀에서 나를 챙겨주는구나’ 하는 생각에 더 기분이 좋아지지 않을까 싶어요. 그리고 책 선물은 1년을 넘어 미래의 발전도 돕고 응원하는 의미고요. 작은 이벤트지만 앞으로 계속해서 팀만의 문화로 만들고 싶습니다."
'감동의 크기 = 마음의 크기(진정성) × 고민의 시간(정성)'
"뭐가 그리 재미있어요?"
동료가 웃으며 태블릿 PC로 무언가를 만들고 있길래 궁금해서 물었다. 동료는 '메뉴판'을 만드는 중이라고 했다. 메뉴판에는 전체 요리, 메인 요리, 디저트까지 골고루 잘 나열되어 있었다. 꽤 그럴듯한 메뉴판이었다. 동료는 결혼을 하고, 처음 부모님을 집으로 초대하며 부모님께 뭔가 특별한 경험을 선물하고 싶다고 했다.
부부는 그 예쁘고 즐거운 마음을 담아 마치 레스토랑에 온 것처럼 메뉴판이며 메뉴 구성, 테이블웨어를 신경 써서 준비할 계획을 세웠다. 찾아온 손님을 따뜻하게 맞이하는 것은 기본이고, 존중이 가득한 서비스로 감동을 더한다고. 동료의 얼굴에, 준비하는 이의 행복함이 미소로 비쳤다.
회사에도 손님이 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한국을 처음 방문한 본사 임원과 직원들이 만나는 자리에서, ‘가상 브랜드’라는 요소를 기획했다. 필요한 준비물은 간단했다. 이미지 몇 장과 이를 담은 USB, 그리고 회의실에서 사용하는 스탠드형 TV. 주인공의 얼굴을 활용해 카페 브랜드처럼 꾸미고, 커피 이미지 위에 회사 로고를 라테아트처럼 합성해 스낵바 인테리어로 활용했다.
이런 요소들이 특별할 수 있었던 것은 ‘의외성’ 때문이다. 화환, 포스터, 현수막 같은 것들이 익숙한 장소가 아닌 예상 밖의 공간에 배치될 때, 그 ‘상대적 가치’는 더욱 높아진다.
"최근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회사의 포토팀을 인터뷰할 때 물었다.
"최근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 함께 고생해 주신 분들께 우리가 해 드릴 수 있는 게 뭘까 고민하다가, 함께한 팀원들에게 추억을 만들어 드리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맞아 사진 촬영 이벤트를 열었어요. 많은 분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즐거워하시는 모습을 보며 뜻깊은 시간을 보냈던 게 기억에 남아요."
어느 부부는 부모님의 감동을 바라며 정성껏 테이블을 차렸고, 한 포토팀은 그저 '추억'을 선물하고자 했다. 그러나 그들은 단순히 선물을 주기만 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떠올릴 때마다 미소 짓게 될 행복한 기억이라는 선물을 스스로에게도 남겼다.
이벤트 속 작은 요소, 혹은 작은 이벤트 자체인 '작은 기획'의 의미는 관심이라는 시작과 즉흥적인 순간들을 거치며 더욱 선명해진다.
예전에 ‘식목일에 나무 대신 추억 심기’라는 이름으로 포토부스를 운영한 적이 있다. 식목일이 휴일이 아닌데 어떻게 나무를 심냐며 투덜대는 동료가 기획의 시작이었다. 약 두 시간 동안 희망하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개인 또는 팀 단위로 사진을 찍어 주었다.
특별한 예산 없이 진행된 이 이벤트는 '즐거움', '추억', '이야깃거리' 같은 무형의 가치를 유형의 결과물에 연결했다. 직원들은 사진을 건네받으며 환하게 웃었고, 이를 개인 SNS에 공유하며 자연스럽게 회사의 문화를 외부에 알렸다.
작은 기획의 매력은 규모에 있지 않다. 오히려, 이는 시간과 공간을 특별하게 만드는 요소가 반드시 크고 화려할 필요 없음을 보여준다. 중요한 것은 진정성이다. 진정성 있는 작은 기획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기획자는 오로지 참여자들과의 즐거운 경험에 집중하면 된다.
이러한 사례를 돌아보면, 성공적인 작은 기획에서 ‘공간’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0원 예산'의 기획이 가능했던 것은, 비록 화려하진 않지만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SAP Korea는 용도에 따라 변형할 수 있는 공간을 구성해 교육, 세미나, 타운홀 미팅 등 다양한 직원 이벤트에 활용한다. 블루홀의 '메인 라운지', 카카오의 '커넥팅 스텝(Connecting Step)', 야놀자의 '라운지' 등도 같은 맥락에서 의미 있는 공간으로 기능한다.
역시 공간보다 중요한 것은 '쓸데없어 보이는 일에도 정성을 다하는 사람들'이다. 타인의 노력에 공감하고, 주어진 환경을 긍정적으로 활용하는 문화적으로 성숙한 구성원들이 많을수록, 이벤트를 준비하는 담당자의 부담은 줄어든다. 결국, 조직 문화를 발전시키기 위해 애쓰는 이들의 세심한 노력 덕분에, 작은 기획은 단발성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