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기획, 큰 공감 #2
이 글은 조직문화 이벤트에 적용 가능한, 다양한 마케팅적 소통의 도구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마치 소중한이의 생일 선물을 준비하듯, 작은 기획을 하다 보면 때로 설레기까지 하다. 좋아하는 이를 깜짝 놀라게 해 줄 생각에 저절로 입꼬리가 올라갈 정도로 짓궂게 행복한 기분이라면, 조금 과장된 묘사일까.
회사의 조직과 구성원을 돌보는 일을 우리는 흔히 인사(人事, HR)라고 부른다. 하지만 이 일을 하는 사람들이 이벤트 전문가인 경우는 드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무 특성상 다양한 목적의 이벤트를 기획하고 운영할 일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익숙해진다. 규모가 큰 조직이라면 조직문화 전담팀이 따로 있지만, 작은 회사에서는 한두 명의 인사 담당자가 사내 이벤트까지 도맡아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면 예산도, 공간도, 시간도, 그리고 담당자의 역량도 부족함을 느끼게 된다.
이벤트는 구성원들에게 즐거운 일이지만, 기획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부담이 크다. 늘 기대 이상의 무언가를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감이 뒤따른다. 부담과 함께 책임감도 커질수록, 정작 이벤트를 주도하는 사람은 그 순간을 온전히 즐기기가 어렵다.
오랫동안 마케팅 업무를 하며 사람들에게 더 좋은 경험을 주는 방법을 고민해 왔다. 사람들이 브랜드를 긍정적으로 기억할 수 있도록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 그 과정에서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다. 그러면서 깨달은 것은, 사람들을 기쁘게 하면서도 의미를 담는 일이 가장 어렵다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그걸 가장 효과적으로 해내는 방법은, 나 스스로도 즐길 수 있도록 기획하는 것이었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정성스러운 것들'을 이벤트 곳곳에 스며들게 하는 일. 조직문화 이벤트에서는 그 작은 정성이 더 크게 다가왔다. 사람은 대체로 나와 내 주변의 것들에 가장 큰 애정을 가지니까.
전사적인 이벤트의 제목을 정하고 기본적인 틀이 갖춰졌다면, 이제 홍보 콘텐츠를 고민해야 한다. 제목, 부제목, 메일 바디, 포스팅 메시지 등이 포함된다.
행사 알림 이메일의 제목도 너무 뻔한 표현보다는 약간 비틀린 형태가 효과적일 수 있다. 이메일을 한 번이라도 더 클릭하게 만들거나, 적어도 기억에 남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정성껏 준비한 이벤트가 늘 그런 제목으로 보인다면, 첫인상부터 직원들의 관심 밖이 될 수 있다.
즐거움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기에, 어떤 문구가 가장 매력적인지는 단정할 수 없지만, 적어도 '궁금함'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면 흥미 유발에 반은 성공한 것이다.
인스턴트 메시지로도, 이메일로도 전달되는 내용은 반드시 정돈되고 명료하고 단순해야 한다. 알림의 수단에 지나치게 많은 내용을 담는 것은 좋은 방식이 아니다. 그래서 이벤트 페이지가 유용하다. 이벤트 페이지는 정보를 제공하고, 기대감을 높인다.
이벤트 페이지는 웹사이트 형태가 많다. 요즘에는 노코딩 빌더(no-coding web builder)도 쓸만한 게 많아 누구나 쉽게 웹사이트를 만들 수 있다. 또 뉴스레터도 인터넷에 게시되어 웹페이지처럼 공유가 가능하고, 노션과 같은 협업 툴도 웹사이트처럼 쉽게 꾸밀 수 있어 편리하다.
‘실체가 있는 것’은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 필수 요소는 아니지만, 실물 홍보물은 이벤트를 현실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게 만든다. 특히 ‘포스터’는 행사 장소를 꾸미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과거, 회사가 이사를 가기 전 마지막 주를 기념하는 이벤트를 기획한 적이 있다. 그 공간에서의 마지막 시간을 특별하게 기억하고 싶었다. 그래서 단순하지만 의미를 담은 포스터를 기획했고, 회사 곳곳에 붙였다. 숨겨진 의미를 담아 직원들이 직접 해석해 보게끔 하는 작은 재미 요소도 더했다. 그 포스터들은 단순한 홍보물을 넘어, 공간을 추억하게 만드는 감성적인 장치가 되었다.
이벤트의 주인공이 명확하다면, 그 인물을 돋보이게 만드는 것 이 중요하다.
단순히 “Host: OOO”라고 안내하는 대신, 그 사람의 이름과 얼굴을 활용해 브랜드처럼 꾸미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예를 들어, 포스터를 제작할 수도 있고, 배경 이미지를 합성해 빔 프로젝터로 벽 전체에 투사할 수도 있다. 마치 미디어아트 갤러리처럼 연출하는 것이다. 이러한 ‘가상 브랜드(Virtual Brand)’ 로 구현된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마주한 주인공은 감동할 것이고, 동료들 역시 신기한 마음에 사진을 찍고 SNS에 공유하면서 자연스럽게 참여와 확산이 이루어진다.
이러한 기법은 다양한 마케팅 현장에서 활용된 바 있다. 예를 들어, 모 주류 브랜드는 병 라벨을 변형해 ‘OO처럼’이라는 맞춤형 라벨을 제작해 제공하는 이벤트를 했고, B사의 바나나맛 우유는 일정 기간 동안 ‘OOO맛 우유’라고 빈칸을 남겨두어 고객들이 직접 자신만의 문구를 넣어 선물할 수 있도록 했다.
그 감동을 우리 회사에서도 적용할 수 있다. 라운지, 회의실, 혹은 직원의 자리에서도 작은 기획 하나로 ‘큰 공감’을 만들어낼 수 있다.
예산이 부족한 상황은 이벤트 기획자들에게 일상적인 고민이다. 그럴 때 작은 기획 은 최소한의 비용으로도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이 된다.
예를 들어, 앞서 언급한 미디어아트 콘셉트의 배경 이미지를 미리 스크린에 띄워두고, 조도를 낮춘다. 그리고 행사 시작 30분 전부터 노트북과 연결된 스피커로 잔잔한 BGM을 틀어둔다. 이렇게 하면 방문하는 직원들이 자연스럽게 이벤트 분위기에 스며들 수 있도록 유도할 수 있다.
이벤트 시작 후에도, 케이터링 시간에는 유튜브에서 찾을 수 있는 잔잔한 뮤직비디오나 공연 영상을 배경에 틀어둔다. 분위기를 방해하지 않으면서도 공간을 더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작은 요소들이다.
예산이 충분하지 않을 때, 가장 좋은 반응을 얻었던 스낵은 ‘팝콘’이었다. 전문 케이터링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비용이 부담될 때는 일상에서 쉽게 접하기 어려운 먹거리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특히 팝콘처럼 테마파크에서 볼 법한 간식은 참여자들의 기대감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단순한 간식이 아니라, 이벤트 공간을 ‘영화관처럼’ 보이게 만드는 요소가 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팝콘이나 추로스 같은 간식은 가상 브랜드와 결합할 수도 있다. 포스터나 스티커를 제작해 장식하면, 마치 브랜드 팝업스토어처럼 꾸밀 수 있다.
이런 작은 요소들이 직원들에게는 소소한 즐거움이 된다.
이벤트가 끝난 후, 남는 것은 사진과 후기 다. 그날의 베스트 컷과 간단한 후기를 이메일로 공유하면, 이벤트는 비로소 완성된다.
여행이 출발 전, 여행 중, 그리고 돌아온 후의 기록까지 포함하듯, 이벤트도 마무리 과정이 중요하다. 참여했던 직원들은 다시 한번 그날의 즐거움을 떠올릴 수 있고, 참여하지 못한 직원들에게는 간접적인 경험이 된다.
작은 기획이 현실화되는 과정은 ‘얽매이지 않음’에서 출발한다. 사진, 음악, 카피 등 이벤트를 구성하는 요소들은 결국 ‘정성과 고민의 문제’ 이지, 꼭 화려하거나 거창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엮어내야 할 것들이 있다.
결국 기억에 남는 이벤트란, 일상의 순간에 특별한 경험 한두 가지를 엮어내는 과정에 탄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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