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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맺음] 오늘까지만 걱정한다

by 뾰족달



나는 새로운 터널을 지나고 있다.

두려움에 바들바들 떨며 암흑 속을 걸어왔지만,

곧 지나갈 터널이라는 걸 지금은 안다.

그래서일까.

끝없는 암흑 같던 나의 길에 꽃도 보이고 하늘도 보인다.

다시 어둠이었다가 밝음이었다가를 반복하지만

그래도 어둠을 흘려보내고 있다.


제 자리에 서서 빙빙 돌지 않고

한 곳을 향해 걷고 있다.

걸으니 보인다.

지나온 시간들이 혼자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마음 굳게 먹는다면 못 버틸 일도 아니었다는 것을.

그리고 가끔 터널을 만나겠지만 곧 빠져나온다는 것도 안다.


햇살 속을 걷다가 그늘을 걷다가 한다.

뜨거웠다가 오싹했다가...
따뜻했다가 시원했다가를 반복하며 걸어간다.

씨앗도 뿌렸다.

겨울에 꽁꽁 얼어붙은 땅을 헤집으려 헛발질만 했던,

또는 그 어떤 씨앗도 뿌리지 않아 거둘 것이 없었던 나는

이제 때에 맞춰 씨앗을 뿌리고 있다.

수확을 기다리며 부지런히 돌보고 있다.


그래서 오늘까지만 걱정한다.

내일은 달라져 있을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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