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지키면 안될까
강아지들에게 놀이란
특별한 무엇이 아니라
뭐든 재미나면 놀이가 되는 것 같다.
제리는 아기 때부터 혼자 노는 것을 싫어했다.
새 장난감도 두어 시간 뒤면 바로 흥미를 잃어버렸고
무엇이든 우리와 함께 하고 싶어 했다.
혼자 놀 줄 아는 강아지는 행복하다고 했던가.
그리하여 서랍 속 제리의 잠자는 장난감들은
모두 톰의 차지가 되었다.
톰은 장난감 친구들과 대화를 하며 잘 놀았다.
무생물과 소통하는 기특한 녀석!
제리가 즐겨하는 놀이는 바로
물건을 지키는 것이다.
[오늘은 공을 넣어 던지는 강아지용 국자]
"물건 지키는 것이 뭐가 즐겁냐고요?
그렇다.
제리는 우리의 소중한 물건을 미끼로
우리를 불러들인다.
우리를 향해 낚시를...
주로 무엇을 지키느냐 하면,
빨래대에 걸린 양말 한 짝,
어쩌다 떨어뜨린 헤어밴드나 장갑,
잠시 내려놓은 볼펜,
우리가 관심 가질만한 것,
즉 가족들이 꼭 되찾아야 할 모든 물건들이다.
낚싯대를 드리우고
대어를 낚아 올린다.
우리 마음을 꿰뚫고 있어서
가족 모두가 순식간에 걸려든다.
어쩌다 강아지에게 속마음을 들키게 되었는가.
낚시를 시작하자마자
가장 쉬운 상대 톰이 걸려들었다.
물을 먹느라 잠시 내려둔 장난감이 사라졌다.
물을 들이키고 몹시 개운해진 톰은
장난감은 까맣게 잊어버렸다.
가장 안전하면서도
가장 눈에 띄는 절묘한 요충지에서
제리가 기다리고 있다.
눈만 마주쳐도 설레어하며 열심히 지키......다가
졸기 시작한다.
때로는 오랜 기다림이 될 수도 있지만
이 재미난 놀이를 포기할 순 없다.
턱 밑에 괴고는 빈틈이라곤 없이 철벽수비 중이다.
잘 자는 걸 보니
톰이 찾아와 주는 행복한 꿈을 꾸나보다.
밥을 먹고 나면 톰은 신나게 뛰어논다.
장난감과 대화하는 소리,
우다다다다다 뛰는 소리.
뭘 하나 보니 다정하게 얼굴을 맞대고 있다.
아이 착해
이거 보기 드문 광경인데?
쓰다듬으며 얼굴을 보니
톰이 제리를 온몸으로 포위한 상황이다.
둘이 눈을 히번덕대며.
지키려는 자와 노리는 자.
즐거운 간식 시간,
제리는 간식을 지키다가 먹고 싶을 때 먹는데
어김없이 톰은 제리의 것을 노린다.
톰은 뺏어 달라고 분하다고 낑낑대며 졸라댄다.
그걸 보는 제리도 나도 어이가 없지만
그게 참 귀엽고 웃음이 났다.
이런 터무니없는 떼쓰기도 좀 자라더니 점점 사라져 간다.
성견이 되기 전 어린 강아지는
이런 천진한 모습이 많은 것 같다.
장난감을 사줘도 꼭 제리 것을 노린다.
남의 떡이 더 커 보이는 법이다.
통통한 배를 들썩이며 조르는 건 너무 귀여운데
녀석이 속을 태우는 것 같아 안쓰러웠다.
해서 어느 날 똑같은 장난감을 두 개 마련했다.
장난감 두 개를 번갈아 보더니
울며불며 제리에게로 달려간다.
톰아, 심지어 색깔까지 똑같다.
그리고는 단단히 걸려들었다.
이것이야말로 제리가 학수고대하던 순간이다.
놀이가 시작되었다.
톰은 자는 척하며 잠복근무 중이다.
한 참 후, 뭘 하나 보면
지키고 지키고 지키던 제리와
노리고 노리고 노리던 톰은
다 팽개치고 잠들어 있다.
제리가 두 살, 톰이 한 살 때에
둘에게도 어김없이 서열다툼이라는 것이 찾아왔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제리보다 몸이 훨씬 커진 톰이
집은 모두 내 공간이라고 우기며 지켜대던 시절이었다.
이 때는 제리가 톰의 밥그릇까지 지키기도 했다.
밥그릇 두 개를 모두.
톰이 집이 떠나갈 듯 울부짖었던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제리가 밥을 먹고 나서야 톰도 배불리 먹을 수 있었다.
물론 요즘은 동시에 사이좋게 잘 먹는다.
둘 중 누가 서열이 높은 지는
산책을 나가보면 알게 된다고도 한다.
그 시절, 제리와 힘겨루기를 하던 톰도
산책을 나가면 언제나 제리의 뒤를 따랐었다.
그걸 보면 체구가 크고 힘이 세다고 서열이 높은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엄마의 양말,
오늘은 대어를 하나 낚아 올렸다.
이모도 제리를 자주 찾는 손님이다.
어느 날 부엌에서 뭔가를 떨어뜨렸는데 돌아보니
작은 바구니가 사라졌다.
마음이 이끄는 대로 따라가 보니
역시나 제리가 바구니를 인질로 삼고 있다.
역시나 어림없다.
그렇게 이빨 보이니까 정말 못... 못생겼.. 아니다.
때때로 행복한 제리 얼굴을 보려고
지나가는 길목에 일부러 뭔가를 떨어뜨리는 걸 녀석은 알까?
이제 우리 물건을 되찾는 마지막 방법은
저음의 목소리를 이용해서
하면 된다.
물론 간곡함과 절박함을 담아서.
제리는 알고 있다.
즐겁게 가지고 놀다가 돌려줘야 한다는 것을.
돌려줄 때 미련 따위는 없다.
제리는 그다지 스킨십을 좋아하지 않는데
뭔가를 지킬 때는 마음껏 쓰다듬을 수 있다.
귀여운 이마와 궁둥이를 쓰다듬고
뽀뽀를 해대도 아주 너그럽다.
지키고 있느라 속수무책이다.
그렇게 지키는 걸 좋아한다니 말인데,
집도 좀 지켰으면 좋겠다.
벨소리 울리면 당황해서 몇 번 짖다가
방으로 도망가는 건 좀 그렇지 않아?
집 좀 지켜보자.
강아지들이 집은 좀 지켜야 하지 않나 싶다.
아, 아니 오늘도 제리는
가족들을 불러 모을 놀잇감을 찾아 길을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