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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대궐에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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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뾰족달
Apr 20. 2024
검은 무쇠산에 오르다
부엌에 시커먼 산이 솟았다
저 멀리 검은 산이 보인다.
봉우리가 손잡이처럼 재미있게 생긴 것이
가마솥뚜껑과 퍽 닮았다.
경사가 가파르긴 하지만 저런 신기한 산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지.
무섭다고 버티는 땅이를 설득한다.
올라가보면 좋아할거야.
발바닥이 아주 시원할걸?
산길이 반질반질하고 시원하다.
이 신기방기한 산을 맨발로 오르니 차가운 감촉이 일품이다.
흙도 나무도 산들바람도 없지만
먹물을 잔뜩 머금은 이 검은 무쇠 바닥이 재미나다.
산이 차갑고도 시원해서 빨리 발을 뗄 수밖에 없다.
저절로 속력이 붙는다.
뭐든 새로운 건 안하려고 하는
겁보 땅이가 달리기 시작했다.
거봐, 별거 아니지?
땅이의 쫀득한 네 개의 발바닥은 만능이구나.
부엌이 한눈에 보인다.
가족들이 함께 쓰던 수저도 있고
의자들 그릇들이 모두 조용히 잠자고 있다.
다 함께 모여 있던 식탁이 가지런히 놓여 있고
멀리 어스름 창밖 나무들도 보인다.
시원한 곳 좋아하는 땅이는 시원해서 좋긴 한데
왠지 조금 긴장하는 것 같다.
높은 산보다 땅을 더 좋아해서 그래서 땅이는
이름이 땅인가?
땅딸막해서 땅인가?
높은 무쇠산 꼭대기에 오르니 더없이 상쾌하고
쇠로 된 바닥에서 서늘함이 올라온다.
우린 여기서 조금 쉬어가기로 했다.
미끄러지는 서로를 붙잡아주면서.
아... 시원하다!
내일은 가마솥에 밥을 지어 먹어야겠다.
누룽지도 맛볼 수 있겠다.
:)
keyword
발바닥
부엌
밥솥
Brunch Book
나는 대궐에 산다
01
어쩌다보니 집 탐험
02
검은 무쇠산에 오르다
03
분홍풀 언덕 위에서
04
은밀한 숲 속으로
05
얼떨결에 빙벽등반
나는 대궐에 산다
뾰족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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