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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뾰족달 Apr 23. 2024

은밀한 숲 속으로

우리 집에 휴양림이 있다



거실을 가로지르니 거대한 토분 위로 숲이 보인다.

이런 외딴곳에 숲이라니.

복도 끝 화분이겠지...






내가 좋아하는 나무, 

물을 가득 담은 항아리 나무들이다.

 가까이 보니 싹들이 많이 자라났다. 

추웠을까 걱정했는데 건강해 보인다.

잘 자라고 있어 다행이다. 







우리 땅이는 흙냄새가 좋은 모양이다.

땅이는 좋아하는 곳에 똥을 눈다.

몸이 도토리 만해지더니 깨알 똥을 누는구나.

깨알만한 똥이라니 너무 귀여운데?







산 좋고 물 좋고 정자 좋은 이곳에서 조금 쉬었다 가기로 했다. 

기분 좋은 땅이가 땅을 판다.

땅을 파대서 땅인가? 

통통해지더니 땅과 가까워져서 땅인가? 

어쨌든 토실토실하고 왕커져서 

왕귀여워진 땅이 덕에 

어수선하니 참 좋다.







우리 강아지들은 흙냄새를 좋아한다. 

나무도 잎도 꽃도 참 좋아한다. 

비가 오면 비 냄새를, 쨍한 날이면 맑은 날의 냄새를 즐긴다. 

산책을 하면 길 작은 틈새 흙길로만 걷는다. 

좁고 좁은 길을 일자로 발자국을 내면서. 

더러운 강아지가 행복한 강아지라지만

더러운 사람은 그다지 썩 몹시 행복하지 않구나.


항아리 나무들아

너희들 집이 좀 엉망이 되었지?

흙은 다 메꿔놓고 갈게.







올려다보니 온통 초록이다.

크고 동그란 잎들이 우리를 내려다본다.

몸이 작아지니 상상 못한 이런 행복이 있구나. 

경이로운 행복. 

내 작은 식물을 크게 만나니 반가움도 크다. 

물을 머금은 흙냄새가 참 좋다.

몸도 마음도 잘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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