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만남의 시간'이 시작되었습니다. 아니 만나려는 자와 만나지 않으려는 자의 줄다리기 시작되었죠. 감사과의 '갑질 감사'와 인사과의 부당 전보조치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서 제가 할수 있는 방법은 우선 관련자들과 면담을 하는 것이었죠. 그래서 극심한 심리적 충격과 조직에 대한 배신감으로 인한 심한 정서불안 증세로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운 P를 대신해 제가 관련자들을 만나려 했습니다. 진상을 파헤치려는 자와 진상을 감추려는 자들 간의 총칼 없는 전쟁이 시작된 것이죠.
우선 P에 대한 전보 조치 문서가 결재된 2023년 12월 21일 저는 우선 해당과 과장님, 감사를 담당한 직원, 그리고 우리 조직의 최종 인사권자인 사무총장님과 면담을 했죠. 먼저 2023년 상반기 P는 6월 23일에 인사과장과, 6월 25일에는 재외선거과장과 면담을 통해, 갑질 괴롭힘 가해자들만 조사한 감사과의 편향적인 감사와 이에 근거한 인사과의 전보조치는 부당함을 알리고, 해당과에서 벌어진 간식관련갑질 괴롭힘 사건의 진상과 내막을 신고 했죠. 그 면담 결과 상반기 P에 대한 부당한 1차 전보 시도는 극적으로 무산되었고요. 그 면담 자료도 제가 P로부터 건내 받아 녹취록을 작성했죠.
2024년 1월 처음으로 우리 조직 사내 <자유게시판<에 감사과의 P에 대한 '갑질 감사'와 인사과의 부당 전보조치, 그리고 J과에서 지난 1년간 일부 직원들이 벌인 P에 대한 갑질 괴롭힘 행위에 대해 폭로했죠. 곧바로 저는 22대 국회의원 선거를 맞이해야 했죠. 그래서 일단은 진상조사와 책임자 면담을 선거 이후로 미뤘습니다. 마침내 선거가 끝나고 5월 22일 우선 P의 직속 계장인 C부터 만납니다. 아, 그리고 면담 과정에서 그동안 숨겨져 있던 비밀이 드러나듯 사건의 진상이 하나둘씩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세웠던 가정과 가설, 추정과 의혹들이 이런 면담을 통해 놀라울 정도로 정확하게 사실과 부합하더군요. 관련자들이 저와의 면담을 극구 회피하고 무대응으로 일관하려던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었겠죠. 면담과정에서 아무리 부인하려 해도 결국 거짓은 진실을 이길수 없고 틈은 벌어지기 때문입니다. 그 틈과 허점을 단호하게 파고들며 추궁하니 결국 실마리가 하나씩 풀리더군요.
22대 국회의원 선거가 끝나고 본격적인 진상규명을 위한 면담을 시작해, 6월 3일 다시 감사를 직접 담당한 직원을 면담했고, 같은 날 지속적으로 면담을 회피하고 제 연락조차 무시하던 갑질 괴롭힘과 인사고충을 신고받은 인사과 직원을 찾아가 만났고, 다시 한번 해당 재외선거과 과장님을 면담했죠. 그리고 마침내 7월 16일 끈질긴 면담 요청 끝에 이 모든 재앙의 근원지이자 모든 사태의 주모자인 감사과장을 만날 수 있었죠. 수차례 메일과 전화로 연락을 시도하고, 집요하게 메신저로 면담을 요청하고, 제가 아는 국장님들을 동원해 면담을 주선해 달라고 부탁도 드리고 한 결과 결국 이 모든 일의 기획자인 감사과장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분은 생각보다 허술했고, 부실 감사의 문제점을 따지는 저의 공격을 단 한번도 막아 낼 수 없었습니다. 기껏 한다는 것이 감사내용이라 알려줄 수 없다는 모르쇠와 추가적인 추궁에 금방 탄로 나 버릴 단순한 거짓말로 일관하는 것 밖에는 할 줄 아는 것이 없더군요.
무엇보다 재미있는 것은 1년 내내 뒤에서 공작을 꾸미고 P를 몰아내기 위해 사무보조원을 부추기고 사주한 그 '용수철 주무관 J'의 태도였죠. 저는 도대체 왜 겉으로는 웃으면서 뒤로는 은밀히 P를 집요하게 괴롭혔는지, 도무지 어떤 인성과 성품을 소유자이길래 이렇게 악할 수 있는지, 본인도 이제 곧 학교에 갈 어린 자녀를 키우는 엄마가 어떻게 그런 갑질 괴롭힘을 동료직원에게 가할 수 있는지 꼭 알고 싶었죠. 그래서 꼭 '용수철 주무관 J'를 직접 만나 이야기해보고 싶었습니다. 그 J 주무관은 처음에는 저의 면담 요청에 해당과 과장님과 계장님의 허가를 받아 만나겠다고 하더니, 며칠 뒤에는 갑자기 태도를 돌변하여 절대 만나지 않겠다고 하더군요. 궁금한 사항이 있으면 메일로 물어보면 자세히 답을 하겠다면서요. 하지만 그 주무관은 아직까지도 제 질문에 답을 보내지 않고 있죠. 면담 요청에 대해서도 무시와 무대응으로 일관하고요.
시민단체 <직장갑질 119>의 조사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의 고통과는 별개로 괴롭힘 가해자에 대한 처벌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직장 내 괴롭힘 사건 가운데 검찰 송치는 179건으로 1.25%에 불과했고, 이중에서도 기소의견은 66건으로 전체 사건대비 0.46%에 그쳤다고 합니다. 갑질 괴롭힘이 주로 직장 내 위계질서에 기반해 자행되기에 조직 내에서 책임자 규명과 진상조사가 어렵기 때문이죠. 특히 공무원 조직에서는 갑질 괴롭힘 진상 조사 시스템이란 것도 별도로 없고 오히려 가해자 은폐에 초점이 맞춰져 있죠. 지난 1년 동안 관계자들과 면담을 진행하면서 저는 우리 조직에서 피해자가 보호받기를 기대하기는 정말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피해자는 넘쳐 나는 데 가해자는 온 데 간데없는 거죠.
그래서 사실 관련자 면담은 피를 말리는 '전쟁'입니다. 화약 연기는 나지 않고 총성은 들리지 않지만 날카롭게 신경이 곤두서고 쉽게 감정이 폭발하기 쉬운 격렬한 전투와 다름없죠. 그리고 피해자에게 구조적으로 불리한 전투입니다. 구체적인 자료와 진술을 내밀기 전까지 상대방은 비웃음을 입가에 머금은 채 오리발을 내밀죠. 논리와 설득으로 논박을 하면 부인과 회피로 대응하기 일쑤입니다. 결정적인 하자나 실수를 지적하면 자세한 내용은 감사규정 상 알려줄 수 없다고 잘라버리면 그만입니다. 애초부터 정보의 비대칭성이란 제약 속에 가해자를 두둔하고 은폐할 목적으로 나온 상대방은 참호 속에 깊숙이 숨어 있고, 저는 그를 향해 아슬아슬하게 총알을 피하면서 돌격해야 하는 병사와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이 면담을 계속하는 이유는, 그리고 저의 지속적인 면담 요구에 인사과가 절대 응하지 못하는 이유는 이것입니다. 최초로 실수와 과오를 저지를 자가 바로 최초로 그 실수와 과오를 인식한 자이기 때문이죠. 그 오류와 실수는 아무리 부인하려 해도 면담과정에서 조금씩 드러나기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지난 1년 동안 많은 시간 관련자들과 면담을 통해 깨달은 바는 바로 이것입니다.
진실은 결코 가까이에 있지 않으며,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은 천 개의 바람과 천 개의 고원을 지나고, 수많은 갈증과 불면의 밤을 지나야 하는 끈질기고 지난한 과정이란 것입니다.그래도 우리는 만나야 한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