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골목이 하나 있다. 전봇대 LED 등이 환하게 길을 비추고 있어 여느 골목길과 다를 바가 없지만, 골목길을 이루고 있는 벽에는 이런 문구가 쓰여 있다.
마리화나를 하는 사람은 이 길을 지날 수 없다.
구청 공무원이 쓴 것인지, 어떤 정치인이 쓴 것인지는 몰라도, 그 문구는 하얀색 페인트로 쓰여 있다. 보지 못했다고 하면 거짓말로 들릴 정도로 크고 선명하게.
어제도 오늘도 마리화나를 하는 사람들은, 그 골목길을 마주하면 멀더라도 다른 길로 돌아가게 된다. 진짜인지 가짜인지, 마리화나를 언젠가 해 본 사람이 어느 날 그 길을 지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라졌다는 소문이 돌았다. 하루는 편의점에서 한쪽 다리를 저는 한 청년을 보게 되었다. 친구는 그 사람이 마리화나를 피우며 그 길을 지났다가 누군가에게 납치당했고, 며칠 후 다리를 절뚝거리며 집으로 돌아왔다고 하더라. 마리화나에 절어 사는 나는, 내 두 다리를 건사하기 위해서라도 그 길로는 지나다니지 말아야겠다 싶었다.
하나 이상한 점은, 사람들이 그 절름발이를 ‘나쁜’ 사람으로 보는 것이다. 하긴 그럴 수도 있겠다. 마리화나는 환각, 망상, 이 따위 것들을 낳는다나 뭐라나. 마리화나를 하게 내버려 두면 동네 사람들이 환각에 빠져 살게 될 것이고, 환각에 빠져 살 가능성이 큰 사람이 그 골목길로 지나는 걸 내버려 둔다면 그 골목길은 카오스가 될 수도 있댄다. 사람들은, 동네 주민이라면 당연히 그런 규칙을 준수해야 한다고, 아무리 평소에 마리화나를 즐기더라도 적어도 그 골목길만큼은 지나서는 안 된다고, 모두가 지키는 약속인데 이를 어긴다면 절름발이가 되어 마땅하다고, 누구는 바보라서 먼 길을 돌아가겠냐고 한다. 심지어, 그런 절름발이는 ‘잘못’을 저질렀다 그리 된 거니, 벌건 대낮에 동네를 나다니게 해서는 안 된다고도 한다.
언젠가 가까운 친구 녀석도 그 골목길을 지나다 크게 다친 적이 있다. 어떻게 된 영문이냐 물으면 별 말을 않는다. 마리화나를 평소에 즐기던 녀석이다. 그래도 두 손 두 발이 모두 성해 다행이라 여겼다. 그런데 동네 식당 아저씨도, 편의점 아주머니도, 해만 뜨면 길가에서 바둑을 즐기는 어르신들도, 그 녀석을 ‘몹쓸 놈’ 보듯이 하더라. 어르신들은 그 녀석이 지나갈 때마다 혀를 끌끌 찼다. 편의점 아주머니는 너 같은 망나니에게는 아무것도 팔지 않겠다며 쫓아내기 일쑤였다. 그 녀석은 집 밖에 나오지 않았다. 연락이 닿지도 않았다. 살았는지 죽었는지 모르겠더라.
그 동네를 떠난 지도 10년이다. 어쩌다 한 번 들르게 되었다. 그 ‘몹쓸’ 녀석은 잘 살고 있으려나. 어딘가로 떠나버리지 않았을까. 그 녀석에 대한 생각에 잠긴 채 한동안 동네를 거닐었던 것 같다. 익숙한 골목길 앞에서 나도 모르게 걸음을 멈췄다. 그 골목길이다.
동네 사람들은 그 골목길에서 애 어른 할 것 없이 마리화나를 한 대 씩 입에 물고 있었다.말 그대로 ‘끽연’하고 있더라. 낯설었다. 내가 알던 그 골목길이 맞나 하면서 골목길을 이루고 있는 벽으로 눈을 돌렸다. 하얀 페인트로 쓰여 있던 그 문구는 닳아 지워져 알아보기 어렵게 되었더라. 흔적만이 무력히 그곳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