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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키뉴 Jul 27. 2018

그때 그 골목

이상한 골목이 하나 있다. 전봇대 LED 등이 환하게 길을 비추고 있어 여느 골목길과 다를 바가 없지만, 골목길을 이루고 있는 벽에는 이런 문구가 쓰여 있다.


마리화나를 하는 사람은 이 길을 지날 수 없다.


구청 공무원이 쓴 것인지, 어떤 정치인이 쓴 것인지는 몰라도, 그 문구는 하얀색 페인트로 쓰여 있다. 보지 못했다고 하면 거짓말로 들릴 정도로 크고 선명하게.      


어제도 오늘도 마리화나를 하는 사람들은, 그 골목길을 마주하면 멀더라도 다른 길로 돌아가게 된다. 진짜인지 가짜인지, 마리화나를 언젠가 해 본 사람이 어느 날 그 길을 지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라졌다는 소문이 돌았다. 하루는 편의점에서 한쪽 다리를 저는 한 청년을 보게 되었다. 친구는 그 사람이 마리화나를 피우며 그 길을 지났다가 누군가에게 납치당했고, 며칠 후 다리를 절뚝거리며 집으로 돌아왔다고 하더라. 마리화나에 절어 사는 나는, 내 두 다리를 건사하기 위해서라도 그 길로는 지나다니지 말아야겠다 싶었다.     


하나 이상한 점은, 사람들이 그 절름발이를 ‘나쁜’ 사람으로 보는 것이다. 하긴 그럴 수도 있겠다. 마리화나는 환각, 망상, 이 따위 것들을 낳는다나 뭐라나. 마리화나를 하게 내버려 두면 동네 사람들이 환각에 빠져 살게 될 것이고, 환각에 빠져 살 가능성이 큰 사람이 그 골목길로 지나는 걸 내버려 둔다면 그 골목길은 카오스가 될 수도 있댄다. 사람들은, 동네 주민이라면 당연히 그런 규칙을 준수해야 한다고, 아무리 평소에 마리화나를 즐기더라도 적어도 그 골목길만큼은 지나서는 안 된다고, 모두가 지키는 약속인데 이를 어긴다면 절름발이가 되어 마땅하다고, 누구는 바보라서 먼 길을 돌아가겠냐고 한다. 심지어, 그런 절름발이는 ‘잘못’을 저질렀다 그리 된 거니, 벌건 대낮에 동네를 나다니게 해서는 안 된다고도 한다.     


언젠가 가까운 친구 녀석도 그 골목길을 지나다 크게 다친 적이 있다. 어떻게 된 영문이냐 물으면 별 말을 않는다. 마리화나를 평소에 즐기던 녀석이다. 그래도 두 손 두 발이 모두 성해 다행이라 여겼다. 그런데 동네 식당 아저씨도, 편의점 아주머니도, 해만 뜨면 길가에서 바둑을 즐기는 어르신들도, 그 녀석을 ‘몹쓸 놈’ 보듯이 하더라. 어르신들은 그 녀석이 지나갈 때마다 혀를 끌끌 찼다. 편의점 아주머니는 너 같은 망나니에게는 아무것도 팔지 않겠다며 쫓아내기 일쑤였다. 그 녀석은 집 밖에 나오지 않았다. 연락이 닿지도 않았다. 살았는지 죽었는지 모르겠더라.     


그 동네를 떠난 지도 10년이다. 어쩌다 한 번 들르게 되었다. 그 ‘몹쓸’ 녀석은 잘 살고 있으려나. 어딘가로 떠나버리지 않았을까. 그 녀석에 대한 생각에 잠긴 채 한동안 동네를 거닐었던 것 같다. 익숙한 골목길 앞에서 나도 모르게 걸음을 멈췄다. 그 골목길이다.     


동네 사람들은  골목길에서  어른   없이 마리화나를    입에 물고 있었다. 그대로 ‘끽연하고 있더라. 낯설었다. 내가 알던  골목길이 맞나 하면서 골목길을 이루고 있는 벽으로 눈을 돌렸다. 하얀 페인트로 쓰여 있던  문구는 닳아 지워져 알아보기 어렵게 되었더라. 흔적만이 무력히 그곳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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