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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키뉴 Oct 24. 2024

몸관리

경기 날 아침, 무거운 몸을 일으켜 침대에서 내려왔다. 어우. 아직 덜 깼군. 어젯밤, 오늘 경기가 있는데도 나는 참지 못하고 술을 마셨고 그런 탓에 머리가 띵했다. 이대로 경기장에 들어가면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할 것 같았다. 가서 땀 좀 빼자. 호흡을 틔워야 한다는 생각에 얼른 준비를 마치고 집을 나섰다. 물론, 아침은 대충 면만 삶아 멸치 국수로 때웠고. 해장도 되는 것 같군, 음.


동고FC는 크게 세 가지 대회에 참가한다. 첫째는 K-7(케이세븐). 정식 명칭으로는 ‘K리그 디비전 7’이라 하는데 쉽게 말해서는 7부 리그이다. 최하부 리그. K리그라 하면 울산현대, 전북현대, FC서울, 뭐 이런 팀들이 나오는 리그라 생각들 하지만 그 리그도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K-1’, 아니면 ‘디비전 1’이라 할 수 있다. 둘째는 서울시민리그. 그리고 마지막은 KA리그. 가수 임영웅이 구단주로 있는 리턴즈FC가 주관한다는 그 리그가 바로 KA리그이다.


동고FC에서는 경기 전에 팀원들에게 몸 관리를 요구한다. 다른 팀도 그러는지는 모르겠다만. 물론, 몸 관리는 평소에 조금씩 꾸준히 해야 한다는 것쯤은 누구나 알 것이고, 팀원들이 그걸 그렇게 한다면 참 좋겠지만, 감독도 안다. 선수 아닌 일반인이 선수처럼 평소에 헬스장 다니고 몸에 좋은 거 먹고 하면서 몸 관리한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란 것을. 경기 전에 식단만이라도 그렇게 관리했으면 하는 마음에서인 건지, 감독은 경기 직전에 팀 단톡방에 이런저런 팁을 공유하곤 했다.


경기 3일 전
[경기 2~3일전 식단 관리]
1. 탄수화물 위주의 식단(평소보다 과섭취도 괜찮음): 통밀빵, 잡곡밥, 파스타(소스 덜 달게) 등
2. 인스턴트, 자극적인 음식 자제

탄수화물은 주 에너지원인 글리코겐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고강도 유산소 운동 시… 몸에 저장된 탄수화물이 충분하지 않으면 힘이 나지 않고 오래 뛸 수 없습니다. (이하 생략)


경기 하루 전
좋은 아침입니다. 모두 내일 경기를 위해 오늘 몸관리 잘 해주시길 바랍니다.

[경기 전 날 몸관리]
1. 고강도 근력 운동, 유산소 운동 금지
2. 건강한 고탄수화물 위주의 식단
3. 충분한 휴식
4. 일상 루틴에서 벗어나는 신체 활동 자제


선수도 아닌 겨우 아마추어가 식단 관리라니. 오바하는 거 아니야?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감독은 그 효과에 대해서 이렇게 말하곤 했다. 아마추어 대회에 나오는 선수들 실력은 다 거기서 거기고, 별 거 아니어 보이는 식단 관리, 그걸 하는 아마추어 선수들은 거의 없기 때문에, 경기 전에 조금만 노력해도 경기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특히, 한 골이라도 더 넣은 팀이 승자로 기록되는 대회라면, 그 중요성이 더욱 큰 것이겠고. 하긴, 경기 전에 치킨 먹은 거랑 국수 먹은 거랑 느낌은 완전히 다르지. 감독의 말에 처음에는 공감을 했던 것 같은데, 지금 생각해 보니 좀 이상한 거 같기도. 프로 대회에서도 실력은 다 거기서 거기일 것이고, 모두가 식단 관리를 할 테니 안 하게 되면 경기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고. 아무튼 중요하다, 뭐 이런 얘기겠다.


감독은 보통 경기 이틀 전부터는 헬스장 같은 데서 하는 근력 운동이나 유산소 운동을 하지 말라고 하고, 경기 하루 전부터 몇 시간 전까진 탄수화물 위주의 식사를 권장한다. 그래야 에너지를 많이 쏟을 수 있다나 뭐라나. 우리 성공해서 유럽가자. 그리고 그땐 꼭 파스타 먹자. 한국에 어떤 국가대표 축구 선수가 그렇게 말했다고도 하지. 짜장면을 먹으면서.


파스타보단 짜장면을, 짜장면보단 멸치국수를 더 좋아하는 나는 경기 전에 멸치국수를 실컷 먹으면서, 나 감독 말을 참 잘 듣는 사람이군,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결국 못 참고 혼술을 해버린 거지.


경기 시작 한 시간 전. 다른 팀원들이 이제 막 경기장에 모일 무렵, 이미 내 몸은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어제의 나를 탓하며 인터벌과 코디네이션으로 20분 정도 뛰어다녔기 때문이다. 짧은 시간 빠른 속도로 오래 달렸더니 그제서야  숨이 트인다는 기분이 들었다. 좀 나아진 상태로 벤치로 돌아왔고 곧 감독의 팀 미팅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날 우린 승리했다. 나는 뛰었냐고? 나는 팀원들에게 물을 날라 주었지. 응원도 했고. 동고 화이팅! 술 마신 거… 그거 감독한테 들켜서 못 뛴 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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