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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유 Oct 20. 2022

달리면서 울어 _ 달리기의 시작

20221015 D-23 _ 달리기의 시작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달리기 위해서는 일단 집 밖으로 나와야 한다. 집 밖으로 나오기란 너무나 쉬운 일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냥 집 밖으로 나오기'는 쉽게 하지만 ‘달리러’ 집 밖으로 나오기는 망설인다. 힘들 거 같아서, 땀나는 게 싫어서, 다칠 거 같아서 등등. 이유는 여러 가지이다. 물론 맞는 말들이다. 어느 정도 달리기를 하게 된다면 당연히 힘들 것이고 땀도 많이 날 것이다. 운이 나쁘다면 다치게 될 수도 있다. 집 안에 있을 때의 위험변수보다 집 밖으로 나갔을 때의 위험변수가 더 많으니까 말이다. 이때 좋은 방법이 있다. 글의 제목에 나와있는 것처럼, 일단 걷는 것이다. 걷는 것은 그리 힘들지도 않고 어지간하면 땀도 나지 않으며 위험부담도 적다. 여기서 팁은 무작정 걸으러 나가지 말고 위치를 정하고 걸으러 가는 것이다. 예를 들면 집에서 1.5km 거리의 빵집이나 3km 거리의 순대국밥집, 5km 거리의 곱창집을 목표로 정해두고 가는 것이다. 당연히 그대는 목적지로 가서 고칼로리의 음식을 섭취하고 오겠지만 대신 여러분은 왕복 3km, 6km, 10km의 걷기를 해낸 것이다. (돌아오는 길에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았다면) 특별히 다리가 불편한 경우가 아니라면 이 정도 거리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걸어다닐 수 있다. 이렇게 몇 번을 하고 나면 여러분들은 이 거리가 익숙해지고 만만해 질 것이다. 그러다가 어느 날 그대 옆을 스치며 뛰어가는 러너를 보거나 탁 트인 공원에서 시간을 보낸 누군가의 사진을 본다면 이런 생각이 들 것이다. ‘한 번 뛰어 볼까?’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5km 걷기가 익숙해진 사람은 아마 1km 뛰기가 궁금해지기도 할 것 이다. 그럼 그때부터 적당한 시간과 장소를 정해 달려보시면 된다. 300m건 500m건 1km건. 그럼 그 순간 무언가 느낄 것이다.


 오늘은 며칠 만에 한강을 달리고 왔다. 원래는 이틀에 한번은 5km씩 달리고 한 주에 한 번은 10km를 달리곤 했는데 공연준비와 공연핑계로 요즘 통 자주 달리지 못했다. 정작 대회날짜는 다가오고 있다. 3일 전에 한강에 5km를 달렸을 때 이제 추워지는가 싶어 오늘은 바람막이를 입고 나갔는데 굉장히 무더웠다. 덕분에 얼굴도 울긋불긋해졌다. 오늘 달리기의 인상깊었던 점은 내가 이어폰을 안 끼고 달렸었다는 것이다. 본래 나는 달릴 때 이어폰이 필수였다. 그나마 노래라도 들으면서 달려야 달리기의 고통이 조금은 누그러지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오늘은 달리고 집으로 돌아와서 책상 위에 이어폰이 있는 걸 보고서야 내가 이어폰 없이 달린 걸 깨달았다. 그만큼 5km는 나에게 익숙한 거리가 된 것 같다. 처음 5km를 달렸을 때는 사막에서 물을 찾는 사람처럼 갈증이 났었는데 이제는 한강에서 집까지 오는 길에 물을 꼭 마시지 않아도 불편함을 못 느낀다. 익숙해진 5km. 내 생각에 나에게 하루당 딱 맞는다고 생각하는 거리. 그런데 경계해야 할 점은 내가 곧 42.195km를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쉽게 보면 5km를 9번 조금 덜 달리면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달리는 거리는 체감상으로는 수학적 계산에 두 배씩이라고들 한다. 내 경험을 예로 들면 하프코스를 처음 달렸을 때 10km 달릴 때의 두 배 힘든 것이 아닌 네 배 정도가 더 힘든 느낌을 받았다. 그럼 풀코스는 5km 달렸을 때보다 몇 배 힘든 거지? 무리하면 안되는데 긴 거리를 달려야 하는 대회를 앞두고 있어서 조바심에 자꾸만 무리를 하게 된다. 어제 하체운동에 무리를 했더니 오늘 달리는데 왼쪽 무릎과 오른쪽 정강이에 뭔가 이상한 느낌이 왔다. 미련 없이 5km를 거의 앞두고 바로 멈췄다. 달리기의 시작도 중요하지만 오래, 자주 달리기 위해서는 멈추는 것도 중요하다. 달리기의 시작은이걷는 것처럼 끝도 결국엔 걷는 것이다. 미련 없이. 걸어야 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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