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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윗터틀 Nov 27. 2020

짜이티

우리는 디스킷 마을로 향했다. 디스킷에서는 오두막에서 잔다는 설명을 들었다.

Hut이라고 하기에 ‘우리의 야생은 이제 시작이구나.’ 라고 했지만, 말만 오두막이지 펜션 같은 곳이었다. 오두막 안에 모든 시설이 다 있고, 아늑해 시골의 정취를 느낄 수 있었다.


우리는 짐을 풀고 점심 식사를 한 후 다음 행선지인 디스킷 모나스트리(디스킷 곰파)로 향했다.

디스킷 곰파는 1420년에 지어졌다고 한다. 곰파의 맞은편에는 2010년에 지어진 거대한 불상이 있었다.

600년 된 디스켓 곰파는 누브라 밸리의 협곡과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어울렸다. 마치 처음부터 그 곳에 있었던 것처럼. 하지만 새로 지어진 불상은 너무도 크고 이질적이어서 누브라 밸리의 경관을 해치는 느낌이 있었다. 어떤 의도로 불상이 지어졌는지 모르겠지만 아쉬움이 들었다.

디스켓 곰파에 들어가면 마니차가 나온다. 사람들은 그곳에서 휴식을 취하기도 하고 마니차를 돌리기도 하면서 누브라 밸리를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모두들 웅장한 자연에 압도당한 듯 보였다.


사실 이곳 히말라야는 자연지리 답사의 끝판 왕 격인 곳이다.

히말라야산맥은 인도 대륙판이 북쪽으로 이동하며 유라시아 대륙판과 충돌하면서 해저에 있던 퇴적층이 습곡, 융기해 만들어진 산맥이다. 그 후 계속된 자연 현상으로 가장 기반이 약한 부분부터 침식 작용이 이루어졌고, 이 지역이 협곡과 계곡을 이루어 지금의 누브라 밸리가 존재하는 것이다. 특히 이곳의 기후는 건조해 풀과 나무가 발달하지 않아 지각변동이 더욱 가속화되었고 자연지리 현상을 극명하게 관찰할 수 있다.

히말라야 산맥 형성과정이나 이곳의 경관에 대해 사진으로 많이 보고 왔지만 막상 이곳 누브라 밸리에 오니 그 웅장함과 자연의 거대함에 넋을 놓게 된다.


조금 휴식을 취하고 곰파 건물로 올라갔다. 한 스님께서 우리를 기도 공간으로 안내해 주셨다. 짜이를 먹을 거냐고 물어보았다. 난 스윗 짜이라고 수줍게 말하며 기도 공간에 앉았다. 짜이를 먹으며 창밖으로 누브라 밸리를 보는 느낌은 밖에서 보는 느낌과 또 달랐다.



한참 정취를 즐기고 있는데 스님께서는 이곳에 오랫동안 보관되어 있던 유적을 소개해 주셨다. 찻주전자에서부터 음식을 보관하였던 다기 등 다양한 종류의 600년 가량 된 생활용품 등이 있었다. 옛 토번 왕조부터 간직했던 티벳의 역사적 전통을 자랑하는 스님의 얼굴이 뿌듯해 보였다. 나가는 길에 티벳 독립에 대한 설명글이 있어 적게 기부를 하였다. 이는 티벳 독립운동에 사용된다고 했다.


14일이라는 얼마 안 되는 기간 동안, 망명정부가 있던 다람살라를 떠나서도 "Free Tibet"의 글귀를 어디서나 볼 수 있었다. 마치 2002 월드컵 때 우리나라에 붉은 물결이 휘날렸다면 이곳에는 티베트 독립의 깃발과 문구가 어디에나 휘날린다. 그만큼 이들의 염원은 절실한 것이다.


그들의 진심을 알아버린 지금, 티베트 독립이 이루어지는 그날 나도 신나서 함께 소리를 지를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디스킷 곰파의 벽면은 오래된 탱화로 가득했다. 만다라와 각종 불화들이 그려져 있었는데, 가까이 가니 이를 복원하기 위한 2006년의 사진이 걸려있었다. 디스켓 곰파의 스님들과 프라하 등 세계 각국의 학자들이 모여서 작업하는 모습이었다. 세계적 문화재 복원을 위해 세계가 협력을 도모하는 모습 자체로 아름다워 보였다.


스님이 주신 짜이티를 마셔셔 인지 오랜 여행의 피로가 좀 풀렸다.

인도에 가서는 짜이와 라씨를 계속 마시라는 사람들의 조언이 여행 14일이 되자 절실히 공감되었다.


짜이티는 마살라티 라고도 하는데 이곳에서는 도네이션을 받고 스위트 짜이와, 솔트짜이, 플레인 짜이 등을 팔았다.


사실 짜이는 영국 식민지의 산물이다. 영국인들이 인도를 지배한 후 고품질의 차 종류는 모두 다 영국으로 가져가버렸다. 인도인들은 차가 동나자, 차 찌꺼기 또는 저 품질의 차를 모아서 우유와 진저(생강), 시나몬 그리고 인도 특유의 향신료를 넣고 끓여서 먹기 시작한 것이 짜이티이다. 그러나 찌꺼기로 만든 짜이티가 오히려 건강에 좋고 자양강장의 효과가 있자, 역으로 영국에서 짜이티를 찾게 되었다.


평소에 몸살 기운이 있을 때 짜이티를 뜨겁게 한잔 먹으면 몸이 노곤 노곤해지곤 했다. 하지만 인도에서 먹는 짜이 티는 더 깊은 맛과 향이 있었다.


영국 제국주의의 경제 침탈에 대한 자구책이었던 식민지의 산물 짜이티. 인도인의 아픈 역사를 느끼며 남은 날이라도 열심히 먹어야겠다.


건강에도 좋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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