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속성
사랑이란 감정은 오묘하다.
사람을 마음에 들어하고, 사랑에 빠지고, 반하게 되는 그 과정은 사건일지처럼 적어낼 수 없다. 그것은 먼 훗날 어렴풋이 그래서 그랬을 것이라고 예감할 수 있을 뿐, 그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 있을 때엔 아무 것도 예측할 수 없다. 나는 나를 객관화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상대라는 거울에, 상대에게 하는 말과 행동을 통해 내 감정의 변화를 어렴풋이 비춰볼 수 있을 뿐이다.
많은 사람들은 그래서 ‘어떤 행동’과 ‘어떤 말’, 혹은 ‘어떤 날’을 이야기한다. 그 남자를 사랑하게 된 감성적인 첫 만남이나 아픈 날 약을 가져다 준 날을 기억한다. 자신의 상처를 따뜻하게 보듬어 준 말을 떠올리고 자기 전 속삭인 따뜻한 말을 담아둔다.
그 행동이, 그 말이, 그 날이 사랑에 빠지게 만들었다고 훗날 생각한다.
우리의 이런 심리는 그 말 표현에서부터 단서가 있다. ‘빠지다’ 어딘가로 의도치 않게, 그 의지대로가 아닌 어떤 변화. 신기하게도 영어 표현과 비슷한데 그 변화가 더 극명하게 서술이 되어있다.
Fall in love
어딘가로 떨어지고 있는데 그곳이 사랑이였다. 사랑에 관하여 이러한 극적인 변화를 겪는 것은 비단 우리나라 사람들 뿐만 아니라 만국 공통인 셈이다.
중요한 것은 무엇이 사랑의 구덩이로 빠지게 했냐는 점이다. 그것은 멋진 프로포즈도, 수려한 외모도 아니다. 구덩이 속으로 조금씩 그녀를 밀어넣은 것은 바로 관계의 힘이다. 단 ‘한번의 말과 행동’으로 된 것이 아니고, 그녀를 단박에 마음에 들게 할 지름길도 없다.
마법은 ‘지속성’에서 나타난다. 지속성이야말로 사랑에 빠지는 결정적인 원동력이다. - 물론 착각해선 안된다. 호감에서의 지속성이다. 비호감적인 행동, 때론 내가 좋아서 하는 행동이 상대에겐 무척 비호감일 수 있는데 마냥 들어대는 지속성이란 마이너스 일뿐이다.
그녀가 사랑에 빠진 건 절대 생일을 기억했다거나 발렌타인데이 때 꽃을 주어서가 아니다. 아침에 일어나 그녀가 핸드폰을 확인하기 전에 한 안부 인사 때문이고, 냉장고에 가서 내가 마실 음료수를 꺼냈을 때 그녀의 것도 한 잔 준비했기 때문이고, 어느날 나는 회사에서 최고의 날을 보냈지만 우울한 날을 보낸 그녀를 위해 내 이야기를 하는 대신 그녀의 말을 먼저 들어줬기 때문이다.
바로 사랑이란 감정은 그런 일관적이고 솔직한 말과 행동들이 나타났을 때 몽글몽글 피어오른다.
동일한 지속성이야말로 그녀에게 가장 중요한 ‘신뢰’를 쌓게 하고 - 기여코 구덩이에 빠지게 하고 아침에 일어나 마치 스위치가 켜진 듯 ‘그를 사랑해!’라고 외치게 하는 것이다.
사랑에 빠지다,
그것은 아주 오랫동안 써온 소설처럼 그 사랑의 해피엔딩을 향해 한 글자 한 글자를 멈추지 않고 써왔기 때문에 가능한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