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익 감독 <박열>
영화 박열은 아나키스트에 대한 것도, 독립에 대한 열망을 담은 영화도 아니다. 사랑에 대한 영화이다. 박열과 그의 연인 가네코 후미코의 사랑 이야기. 그래서 더더욱 연인에게,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가네코 후미코 역을 맡은 최희서 배우와 이준익 감독의 사적인 대화가 어쩜 이 영화 내용을 대표할 수 있겠다.
이준익 감독이 물었다.
"사랑을 한다고 할때 마음이 맞는 사람과, 생각이 맞는 사람 중 어떤 사람이 더 오래 갈까?"
최희서가 망설이며 말한다.
"아무래도 마음이 맞아야 하지 않을까요?"
이준익 감독이 답한다.
"그럴 것 같지. 하지만 생각은 마음이 심기운 밭이야. 마음은 바뀔 수 있어도 그 밭은 잘 바뀌지 않거든."
이준익 감독이 이야기하려고 했던 것은 결국 감정이나 어떤 기분들, 마치 타올랐다가 언젠가 사그라들어버리는 그런 종류의 마음보다 변하지 않는 가치, 그걸 담은 가치관, 신념, 꿈이나 목표 등을 서로 교감할 수있는 사람을 만나야 한다는 뜻일 것이다. 후미코가 박열의 시를 보고, 단번에 그의 생각을 보았고 - 그의 행색이 아무리 초라해보였어도 - 그 생각에 반했고 동조하고 싶었고 영원히 응원하고 싶었던 것처럼 말이다.
박열과 후미코처럼, 그렇게 강렬하게 살 수는 없다. 고통이나 죽음에 대한 공포도 넘어서는 생각, 신념을 갖기란 범인들로선 상상하기 힘들다. 하지만 그들이 이야기한, 사랑에 대한 새로운 해석. 같은 곳을 바라보고 서로의 생각에 대한 열렬한 지지.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배우가 연기한 그 오래전 박열과 후미코의 사랑이 나에게도 그렇다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당신이 살아있다면
이렇게 사랑하는 것이 옳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