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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염전씨 Nov 02. 2018

왜 나는 IT를 계속하고자 하나

IT가 매력적인 업계인 이유

진짜 갑자기 IT를 하게 된 것까지는 알겠는데 왜 계속하게 되었을까? 가끔 자문합니다. 회사 내에서는 IT를 왜 하냐,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아예 다른 데로 도망가라, 이런 자조 섞인 조언들을 많이 듣기도 하죠. 조언이라기 보다는 제 생각은 전혀 듣지 않고 그냥 하는, 하나 마나 한 소리라고 부르는 것이 더 정확하겠죠. 처음에는 흔들리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인프라/개발자로서 IT 전문성을 쌓고 싶다는 생각은 더 명확해져갑니다. 뭐가 뼈까지 문과생인 저에게 그렇게 매력적이었는지, 어떤 게 저를 움직이게 하는지 나누고 싶습니다.



이 세계의 유사 공통어

 저에게 IT가 매력적인 점 중 하나는 전세계 공통이라는 것입니다. 영어의 보조가 필요하기는 하겠지만 내가 프로그래밍 언어를 하나 안다면, 그 언어를 사용하는 전세계의 모든 개발자들과 소통할 수 있죠. 외국계에 있으며 가장 즐거웠던 경험은 지구 반대편의 사람들과 기술 얘기를 하는 겁니다. 너는 어떤 걸 주로 하니, 나는 이런 게 관심이다, 너네 나라는 커뮤니티가 어떻니 등등 알아가는 게 재미있습니다. 장기적으로 다른 나라에서 근무하는 기회를 기대하고도 있습니다.



IT는 '어떻게'라는 무기를 쥐어준다

 앞선 글에서 밝혔듯, 저의 꿈은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여러 기관에서 봉사활동, 연계활동을 고등학교 시절부터 다양하게 많이 해왔습니다. 여기서 문송이인 제가 슬퍼지는 때가 항상 찾아왔으니, 그것은 바로 '재능 기부'를 해야 할 때입니다. 그 때마다 어김 없이 기부할 수 있는 재능이 없는 저를 발견하고 말죠. 연단에 서서 내 이야기를 하기에는 그럴 만한 내공과 통찰력이 부족하고, 국제 행사도 아닌데 통역을 할 수도 없고, 글을 기고할 수 있는 것은 더더욱 아니고... 그냥 행사 지원 정도를 하기 일쑤였으나, 마음 한 켠에는 조금 더 의미 있는 기여를 하고 싶다는 아쉬움이 항상 남았습니다.


 그렇지만 IT를 하기 시작하니까 제가 뭔가 할 수 있는 게 생겼습니다. 하다 못해 누구 컴퓨터가 안 된다고 하면 한 번 들여다볼 수 있었고, 아직 허섭스레기이지만 뭐라도 한 번 만들어 볼 수 있게 됐습니다. 이제 조금 더 내공이 쌓이면 뭔가 좀 더 괜찮은 걸 만들 수 있을 거고, 이걸로 나중에 뭐라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이 생깁니다. 제 손에 마침내 무기가 하나 쥐어진 거죠.



나를 오늘도 한 발 앞으로 가게 하는 오픈소스

토발즈는 쉐어웨어 프로그램을 다운받은 개발자에게 기부금 대신에 엽서를 보내 달라고 대답한다. 자신이 다른 이들이 닦아놓은 터전을 바탕으로 리눅스를 개발할 수 있었던 것처럼 다른 개발자들에게 리눅스의 업적을 공유하여 리눅스를 함께 개선할 수 있기를 바랐다.

출처: http://hobbitwizard.cafe24.com/archives/1659


 사람을 계속 앞으로 가게 하는 것은 '생각'이라고 생각합니다. 오픈소스를 비롯한 IT의 커뮤니티 문화는 이루 말로 할 수 없이 매력적입니다. 오픈소스란, 소프트웨어 혹은 하드웨어의 제작자의 권리를 지키면서 원시 코드를 누구나 열람할 수 있도록 한 소프트웨어—출처: 위키피디아—를 의미합니다. 풀어서 다시 이야기하자면, 내가 만든 코드를 그냥 모두가 볼 수 있게 공개해놓고 다른 사람이 여기에 대해 자유롭게 건의하고 수정을 직접 할 수도 있게 하는 것입니다. 충격이었습니다. 대학에서 공부를 하면서 다른 사람의 창작물에는 접근해서는 안된다는 걸 먼저 배웠기 때문이죠. 조금 중요한 정보들은 "꼭 나만 알아야 하는" 것들이었고, 다른 사람들에게 공유해서는 안됐습니다. 그런데 열과 성을 다해 만든 내 작품을 무방비 상태로 대중에 공개한다니? 그것도 그들로 하여금 수정해서 마음껏 쓰도록 한다니? 도대체 이해가 안됐습니다.


 리누스 토발즈의 오픈소스 철학에 대해서 조금 더 찾아보고 나니, 약간 과장해서 눈물이 고일 지경이었습니다. 내가 닦은 기술을 무상으로 오픈하고, 이 위에서 다른 사람들이 조금 더 편하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기술을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는 담대한 믿음이 감동적이었습니다. 이제 이 오픈소스 문화가 팽배한 개발자 커뮤니티에서는, "좋은 개발자가 되기 위해서는 좋은 개발자를 하나 키워야 한다"라는 격언들도 돌아다닙니다. 다른 사람의 성장을 돕는 것이 나의 성장으로 직결되는 끝 없는 선순환. 다 같이 만들어 나가는 미래! 너무나 감동적이죠. 제가 IT를 더 잘하고 싶은 이유입니다. 저에게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해서 하나라도 더 알게 해준 사람들을 위해서, 제 뒤에 올 다른 많은 사람들을 위해서 계속해서 잘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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